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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경 6년만에 LPGA 투어 우승

성호준 기자2016.10.02 오후 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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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경

마지막 홀 약 2m 버디 퍼트. 하루 종일 완벽에 가까운 경기를 하면서 6타를 줄였던 김인경(28·한화)의 얼굴 표정이 굳었다. 한 타 차 선두였던 김인경은 이 퍼트를 넣으면 사실상 우승이 확정된다. 그러나 김인경에게는 아픈 기억이 있다. 2012년 LPGA(미국여자프로골프) 투어 메이저대회인 나비스코 챔피언십(현 ANA 인스피레이션)에서 30cm 가량의 짧은 퍼트를 넣지 못해 우승을 놓친 일이다.

김인경은 이후 슬럼프에 빠졌다. 유럽여자투어에서 두 차례 우승을 하긴 했지만 LPGA 투어 보다 한 단계 아래 대회였다. 세계랭킹 10위권에 있었던 김인경은 50위 밖으로 밀렸다. 올해 상금랭킹은 한때 79위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김인경은 심호흡을 하고 차분하게 스트로크를 했다. 공은 부드럽게 굴러 홀 가운데로 빨려 들었다. 오랜만에 김인경이 활짝 웃었다.

김인경이 2일 중국 베이징의 레인우드 골프장에서 벌어진 LPGA 투어 레인우드 클래식 최종라운드에서 7언더파 67타를 쳐 합계 24언더파로 허미정(27·하나금융그룹)을 한 타 차로 꺾고 우승했다. 2010년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한 후 6년만에 LPGA 투어 우승이다.

2007년 열아홉살 신인이었던 김인경은 ‘울지 않는 소녀’로 불렸다. 웨그먼스 LPGA 대회에서 두 홀을 남기고 3타를 앞서다 로레나 오초아(35·멕시코)에게 역전패했다. 김인경은 당시 “지금 울 수 있지만 나는 울지 않겠다. 나는 랭킹 1위 선수와 잘 싸웠고 경험을 얻었다. 앞으로 나의 많은 우승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김인경은 당찼다. 2008년부터 내리 3년 한 번씩 우승했다. 2009년 상금 랭킹 8위, 2010년 랭킹 7위 등 LPGA 투어 차세대 스타로 성장했다. 마지막 우승은 2010년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이었다. 그 때 김인경은 상금 중 절반을 오초아 재단에 기부했다. 자신에게 3년 전 패배를 안겼던 오초아에게 큰 돈을 낼만큼 김인경은 통이 컸다.

그러나 이후 운이 좋지 않았다. 우승 문턱에서 몇 차례 좌절했다. 연장전에 5번 나가 모두 패했다. 2012년 나비스코 챔피언십의 상처는 아주 컸다. 나비스코 챔피언십 대회가 열릴 때마다 TV에서는 김인경의 짧은 퍼트 실수 장면이 반복해서 나왔다.

김인경은 불교에 심취했고 스티브 잡스의 젊은 시절처럼 인도에 가서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얘기를 했다. 인도네시아의 단식원에서 13일간 곡기를 끊기도 했다. 세계랭킹 1위를 꼭 하겠다고 했던 김인경이 부모님에게 “전쟁처럼 잔인하게 상대를 이겨야 하는 스포츠를 꼭 해야 하느냐”고 묻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 승리욕을 다시 찾았지만 스무살 전후의 젊은 선수들이 LPGA 투어를 점령했다. 김인경이 다시 우승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선두 허미정에 3타 차 공동 3위로 출발한 김인경의 아이언이 예술이었다. 지난 8월 아버지 김철진(63)씨가 잘 맞을 것 같아 그냥 쓰라고 전해 준 아이언이었다. 제대로 피팅도 받지 않은 아이언이 잘 맞았다. 김인경은 이 아이언으로 지난 달 유럽여자투어에서 우승했고 메이저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에서는 6위에 오르면서 부활을 알렸다.

김인경은 페이드와 드로샷을 구사하면서 깃대 옆에 공을 세워 선두로 치고 나갔다. 허미정과 펑샨샨(중국) 등의 추격이 거셌다. 김인경은 그러나 520야드 16번홀에서 2온에 성공해 6미터 이글 퍼트를 넣으면서 추격을 뿌리쳤고 마지막 홀 버디로 승리를 자축했다.

허미정이 23언더파 2위, 이미림(26·농협투자증권)이 22언더파 3위를 기록했다. 에리야 쭈타누깐(21·태국)은 마지막 라운드에서 버디 10개에 더블 보기 하나로 8타를 줄여 18언더파 6위를 기록했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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