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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한국 여자골프 톱100 랭커 10명 소멸

남화영 기자2023.07.20 오전 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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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고진영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세계 무대를 휘어잡던 한국 여자 선수들이 최근 수년간 10명 가까이 줄었다.

지난 18일 롤렉스세계여자골프랭킹 발표에 따르면 고진영이 1위를 최장기간 지키고 있으나 2위 넬리 코다에 턱 밑까지 쫓겼다. 톱10엔 너덧명씩 차지하던 선수들이 8위 김효주만 남기고 모두 2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지난해 메이저에서 우승한 전인지가 한 계단 내려가 22위를 차지했고 최근 US여자오픈에서 35세에 나이를 거스른 신지애가 24위로 올랐다. 그 뒤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대표 주자인 박민지가 26위, 최혜진이 29위 정도다.

그 많던 한국 톱 랭커들은 다 어디로 간 걸까? 한국 선수가 빠진 톱 랭커 자리에는 올 시즌 메이저를 우승하고 첫승을 거둔 신인들 릴리아 부(미국 4위), 인뤄닝(중국 5위), 알리슨 코푸즈(미국 6위)가 차지했다.

유럽의 강자 린 그란트 [사진=게티이미지]

또한 아타야 티띠꾼(태국)이 9위에 아직 우승은 없지만 강한 린시유(중국)가 10위를 차지했다. 투어 연차가 어린 레오나 맥과이어(아일랜드)가 11위, 유럽의 최강자에 이어 지난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첫승을 거둔 린 그란트(스웨덴)가 21위로 7계단 올라섰다.

마침 그란트가 우승한 하이랜드메도우즈 골프장은 박세리 5승을 포함해 마라톤클래식으로 열릴 때 최운정 등 한국 선수들의 우승 텃밭이었다.

한국 선수들은 최근 수년간 우승이 적어졌을 뿐 아니라 상위 랭킹에 드는 숫자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4명의 선수가 메이저 1승을 포함해 4승을 올렸는데 올해는 절반의 대회를 넘게 치렀는데 고진영의 2승에 그치고 있다.

지난 US여자오픈을 마친 11일 기준 매년 2번에 걸쳐서 집계하던 남녀 세계 100위 랭킹의 변화를 살펴보니 의미있는 수치의 변화가 나타났다. 한국 선수는 100위 이내 30명이 포함되어 있고, 미국은 19명, 일본 16명까지 3개국이 55명을 차지한다. 톱3의 구도는 변화가 없으나 태국 선수가 5명, 스웨덴이 4명으로 강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최근 6년간 롤렉스 여자 랭킹 나라별 선수 숫자

세계 100위 이내에 드는 나라가 32개국으로 늘었다. 북아일랜드(스테파니 메도우 86위), 스위스(알바니 베네주엘라 67위), 인도(아디티 아쇽 46위), 체코(클라라 스필코바 96위)는 이전까지 100위 이내 선수가 없거나 드물게 존재했으나 이제는 상수가 됐다. 1년전만 하더라도 세계 여자 골퍼 100위 랭킹에 드는 나라는 15개국에 불과했으나 이제는 두 배로 늘었다.

여자 골프의 지형이 글로벌로 확장되고 우수한 선수들 배출하는 나라 수가 늘어나는 건 골프의 확장성을 위해서는 좋은 신호다. 하지만 한국 선수의 상위 장악력을 보면 암울하다. 6년 전인 2017년만 해도 세계 100위 중에 40명이 한국 선수였다. 미국서 한 해 10승 이상을 쉽게 올렸다.

2017년 12월25일의 톱100 선수들 리스트와 최근을 비교하면 한국은 41명에서 11명이 빠졌다. 미국 선수들은 3명 줄었고, 일본 선수는 6명이 더 늘었고, 태국과 스웨덴이 2명씩 늘어났다. 호주는 2명이 줄었고, 남아공은 2명이 생겨났다.

최근 6년간의 변화를 보면 한국 여자 선수들에 대한 관심과 인기는 코로나19 이후로 더 올라갔다. 또한 KLPGA 대회 랭킹은 일본 여자대회보다도 높게 평가받곤 한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한국 선수들이 세계 랭킹 상위권에서 줄어들고 있다.

박민지가 US여자오픈에서 좋은 성적을 내서 국내 우승상금보다 더 많은 상금을 받았다 [사진=USGA]

우선 LPGA투어로 가는 선수가 줄었기 때문이다. LPGA대회는 KLPGA대회보다 상금이 평균 4배 이상 많고, 더 잘하는 선수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랭킹에서도 2배 이상의 포인트를 받는다. 하지만 우수한 어린 선수들이 LPGA투어로 가지 않거나 못간다.

LPGA투어에서 활동하는 한국 선수들은 최근 수년째 비슷한 선수들이 활동을 이어가는 정도다. 고진영만 해도 6년차다. 신인으로는 2년차 안나린, 최혜진에 1년차는 유해란 정도가 존재감을 보인다. 한국의 실력 있는 유망주 중에 미국LPGA투어 무대로 향하는 숫자가 줄었다.

KLPGA 협회가 막고 있는 것도 크게 작용한다. 국내 투어 숫자가 늘면서 2019년부터는 국내 동일 대회가 열리는 기간에 LPGA투어에 출전하는 선수들에게 벌금을 주었고, 지난해부터는 국내에서 열리는 LPGA투어를 ‘비공인’으로 규정하고 국내 선수의 출전 자체를 막고 있다.

김효주는 세계 8위다 [사진=USGA]

국내 우수 선수를 해외에 유출시키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밖에 볼 수 없는 KLPGA 쇄국 정책이 이같은 결과를 불렀다면 현재 한국이 누리는 세계 랭킹 1위가 언제 허물어져도 이상하지 않다. KLPGA는 구한말의 쇄국정책을 답습하고 있다.

2017년 한국에서 열린 LPGA투어에서 우승해 미국으로 나가 세계 정상에 오른 고진영 한 명에 의존하고 있는 현재 세계 랭킹은 모래성과 같다. 고진영을 비롯해 LPGA투어 특급을 타고 큰 무대를 경험했던 6명의 성공 사례는 협회의 쇄국정책이면 더 나오기 힘들다.

KLPGA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질타를 받고 문체부 사무검사까지 받았으면서도 올해도 국내 LPGA대회 BMW레이디스를 비공인 대회로 삼을 생각이다. 뛰어난 KLPGA 선수라도 국내 투어만 뛰어야 한다. 그렇게 한국 선수들의 랭킹이 잔잔한 바닷 물결에 모래성처럼 내려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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