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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지의 이유 있는 '필드 혼잣말'

김두용 기자2016.09.21 오후 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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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지는 라운드 중 긴장을 풀거나 분위기 전환을 위해 영어 인터뷰 연습 등을 혼잣말로 한다. [LPGA 제공]

에비앙 챔피언십을 유심히 지켜봤던 골프 팬들이라면 전인지가 혼잣말을 하는 장면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이로 인해 어떤 말을 했는 지에 대한 궁금증도 증폭됐다.

지난 20일 귀국한 에비앙 챔피언십의 우승자 전인지는 혼잣말의 내용에 대해서 털어놓았다. 전인지는 JTBC골프와 인터뷰에서 "라운드 후 혹시나 있을 수 있는 공식 인터뷰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예상되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생각해서 연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녀 골프 메이저 최소타(263타) 기록을 세운 전인지는 "프랑스였기 때문에 불어로 팬들에게 할 인사말도 연습했다"고 털어놓았다. 실제로 전인지는 우승 후 시상식에서 불어로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은 팬들에게 인사말을 남겼다. 현지 팬들까지 배려하는 전인지의 예쁜 마음씨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필드 안에서 경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행동이나 말은 선수들의 자유 선택이다. 동반자의 경기력에 영향을 끼쳐선 안 된다. 전인지의 경우 동반자와 함께 있는 자리가 아니라 혼자만의 공간에서 혼잣말로 인터뷰 연습을 했다. 일각에선 '경기 중 딴 생각을 하는 게 집중력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전인지는 이 같은 지적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골프는 4~5시간 진행되는 종목이다. 그 시간 동안 골프에만 집중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골프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매달리다 보면 거기서 소비되는 에너지가 엄청나다. 그렇기 때문에 인터뷰 연습을 하는 등 다른 것을 생각하면 긴장도 풀 수 있고 분위기 전환도 된다"고 설명했다. 골프는 집착한다고 해서 잘 되는 운동이 아니다. 전인지는 "물론 샷을 할 때는 오로지 골프만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 첫 해를 맞고 있는 전인지는 영어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다. 이제 영어 인터뷰도 꽤 익숙해졌다. 전인지는 "혼잣말로 인터뷰를 미리 연습하면 영어 공부도 되고 원하는 말을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전인지는 캐디 데이비드 존스(북아일랜드)에게 영어 표현이 맞는지 점검을 하는 등 인터뷰도 철저히 준비하는 편이다.

전인지는 지난해 US여자오픈까지만 해도 박원 코치의 도움을 받아 인터뷰를 소화했다. 하지만 미국 무대 첫 해부터 빠르게 언어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다. 미국행을 결정한 지난해부터 외국인 캐디와 호흡을 맞추며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기 시작해 지금은 외국 선수들과도 두루 친하게 지내고 있다. 시즌 초반 함께 생활했던 어머니도 한국으로 돌려보내는 등 본격적인 홀로서기를 하고 있다. 전인지는 호주 매니저, 북아일랜드 캐디와 함께 투어 생활을 즐기고 있다.

'덤보' 전인지는 “처음 접하는 모든 것들이 새롭고 재미있다.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배우는 것도 많기 때문에 그렇게 외롭지 않다”며 호기심 가득한 눈빛을 반짝거렸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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