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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호준 칼럼-여성 첫 리얼 300야드 쭈타누깐의 미래

성호준 기자2016.06.03 오후 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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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타누깐은 강한 손목 힘, 압축했다 릴리스하는 능력, 유연하고 빠른 힙턴, 체중을 공에 싫어 보내는 능력으로 남자 같은 장타를 친다.

2011년 남자 같은 더벅머리에 남자 같은 장타를 치며 여자골프를 평정한 청야니가 “기회가 주어진다면 PGA 투어 대회에 나가 보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실제 PGA 투어 푸에르토리코 오픈에서 초청을 받았다. 좋은 기회였다. 이 대회는 월드골프챔피언십(WGC)과 같은 주에 열려 주요 선수들은 WGC로 가고 나머지 선수들이 출전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안 나갔다. 캠프에서는 나름대로 주판알을 튕겨봤을 것이다. 중요한 건 거리였다. LPGA 투어 장타 4위였던 청야니의 2011년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는 269.0야드였다. 그 해 PGA 투어 186명 중 그보다 평균 거리가 짧은 선수는 한 명도 없었다. PGA 투어 선수들은 2011년 기록상 드라이브샷 거리가 청야니보다 최소 0.8야드에서 최대 49야드 길었다. 남자처럼 치는 것 같았지만 청야니의 장타는 실제로 남자 같지는 않았던 것이다.

청야니가 정교했다면 거리가 좀 달려도 도전해볼 수도 있었겠으나 그렇지 못했다. 장타를 치면 정교함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청야니의 페어웨이 적중률(58.5%)을 PGA 투어로 가져가면 124위에 해당됐다. 드라이브샷 거리 꼴찌에, 정확도 124위로는 어떻게 해 보기가 어렵다. 청야니는 이런 점을 고려해 남자 대회에 나가지 않았을 것이다.

정상급 남성과 여성의 거리 차이는 크다. 10대 중반부터 300야드를 치는 소녀로 소개됐으며 이를 발판으로 남자대회, 남자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하겠다고 했던 미셸 위는 서양에서 14번의 남자 대회에 나가 모두 컷탈락했다. 전장이 7516야드로 긴 2006년 84럼버 클래식에서는 컨디션이 상당히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꼴찌를 했다. 당시 미셸 위의 드라이브샷 평균 거리는 275야드였는데(이 거리가 미셸 위의 진짜 드라이브샷 거리인 듯싶다) 파 4홀에서 2온을 하는데 버거워했다.

전성기 LPGA 투어에서 거리 1~2위를 다퉜던 안니카 소렌스탐도 2003년 남자 대회에 나가선 최하위권이었다. 전장이 짧은 코스에서 열리는 대회에 골라 나갔는데도 거리에서 달려 핀에 가깝게 붙이지 못했고 버디 잡기가 어려웠다.

여자 선수가 300야드를 쳤다는 보도는 자주 나왔다. 실제 300야드를 치기도 했다. 그러나 뒷바람이 불거나, 페어웨이가 매우 딱딱하거나, 내리막이거나, 엄청나게 잘 맞았을 때 같은 특수 상황에서 나온 것들이다. 그래서 어떤 여성 선수가 300야드를 친다는 얘기는 사실이긴 하지만 진실과도 거리가 있다. 어떤 야구 선수가 한 주 동안 4할을 쳤다고 4할 타자라고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여자 장타자가 남자 엘리트 선수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친다는 얘기는 과장됐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 면에서 에리야 쭈타누깐은 차원이 다르다. 진짜 300야드를 칠 수 있는 선수로 보인다. 10대 중반이던 2012년 LPGA 투어 롯데 챔피언십에 김효주, 리디아 고와 주타누깐이 한 조에서 경기한 적이 있다. 쭈타누깐의 티샷은 김효주와 리디아 고의 공을 40야드 정도 지나갔다. 도그레그 홀에서는 공략하는 방향 자체가 달랐다.

최근 3연승할 때도 그의 장타는 놀라웠다. 드라이버를 아예 가지고 나오지 않았고 필요도 없었다. 3번 우드와 2번 아이언으로 티샷해도 동반자에게 뒤지지 않았다.
더러는 드라이버를 잡은 동반자에 비해 30야드 멀리 치기도 했다. 뒷바람이 부는 188야드 파 3홀에서 9번 아이언을 잡았다. 다른 선수들은 7번이나 6번 아이언을 쓴 홀이었다.

임경빈 JTBC골프 해설위원은 “LPGA 투어에 멀리 치는 선수가 있었지만 이런 장타자는 처음이다. 렉시 톰슨이 정상적으로 드라이브샷을 했을 경우 280~290야드 정도일텐데 쭈타누깐은 300야드가 가능한 첫 선수다. 남자 투어에서 거리 중위권인 조던 스피스 정도의 거리를 친다고 보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남녀의 거리 간격을 확 좁힌 역대 여성 최장타자 쭈타누깐이 소렌스탐이나 청야니의 전성기처럼 무서운 선수가 될 수 있을까.

쭈타누깐이 최근 연승을 발판삼아 한 단계 성장했겠지만 소렌스탐처럼 되지는 못할 가능성이 더 크다. 골프는 멀리 치기 경기가 아니다. 다른 조건이 같다면 멀리 치는 선수가 유리하다. 그 건 남자가 여자보다 멀리 친다는 것만큼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쭈타누깐이 LPGA 투어에서는 이전에 없던 장타 능력을 가지고 올해 들어서야 첫 우승을 한 건 다른 쪽에서 부족한 면이 있다는 얘기다.

사람은 잘 바뀌지 않는다. 메이저 같은 큰 경기에서 이전의 약점이 다시 나올 수 있다.

리디아 고의 멘털과 쭈타누깐의 장타 중 무엇을 갖겠느냐고 LPGA 투어 선수들에게 물어보면 대부분 리디아의 멘털을 택할 것이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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