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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lue Up! KPGA ①] 우승해도 3점대? 세계 랭킹 포인트서 홀대받는 코리안투어

기획취재팀 기자2023.02.22 오전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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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WGR 공식 홈페이지 메인 화면. 매주 월요일마다 세계 랭킹이 갱신돼 발표된다. [사진 OWGR]

요즘 한국 남자 골프는 해외 무대에서 주목받고 있다. 임성재, 김주형, 김시우 등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활약중이다. 그러나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로 눈을 돌리면 아쉽다. 글로벌 투어 환경은 급변하는데 협회의 대응과 행정과 운영은 그에 한참 못미친다. JTBC골프는 KPGA의 현재 위상을 점검하는 동시에 투어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제언 시리즈를 기획했다. (편집자 주)

코리안투어 통산 8승을 기록중인 김비오(33)는 지난 8일 오만에 있었다. 아시안투어 인터내셔널 시리즈 오만 대회에 도전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세계 랭킹을 끌어올리는 게 상반기 목표다. 그래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도전하고 싶었고, 아시안투어 대회에도 꾸준히 나가고 있다. 상반기 100위권 진입을 목표로 열심히 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21일 현재, 김비오의 세계 랭킹은 151위다. 그는 지난해 코리안투어 GS칼텍스 매경오픈과 SK텔레콤 오픈에서 우승했고, 아시안투어 2022시즌 신인왕을 받았다. 그럼에도 그의 세계 랭킹은 아직 100위권 진입이 힘든 실정이다. 그는 “작년 8월에 세계 랭킹 포인트 시스템이 바뀌었다. PGA 투어와 콘페리투어(2부) 외엔 포인트를 분배하는 게 낮아져서 미국 이외의 투어에서 플레이하는 선수들이 랭킹 포인트를 받기엔 열악한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연초 아시안투어에서 꾸준하게 랭킹 포인트를 쌓으려 하는 김비오. [사진 KPGA]

1986년부터 시작한 세계 랭킹 포인트는 지난해 8월 큰 변화를 시도했다. 기존엔 각 투어별로 우승자 최소 포인트가 있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일반 대회에서 우승하면 24점, 일본 투어는 16점, 아시안투어는 14점을 부여하는 식이었다. 그러나 바뀐 시스템에 따라 이제는 투어 별 부여된 기본 점수가 사라졌다. 대신 각 투어 별 대회에 참가한 선수 기반으로 한 필드 레이팅(Field Rating), 이득 타수(Stroke Gained) 등을 종합해 산정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랭킹이 높은 선수들이 다수 출전하면, 그만큼 받을 수 있는 랭킹 포인트가 확 올라가는 셈이다.

지난 20일 끝난 PGA 투어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한 욘 람(스페인)은 랭킹 포인트 67.19점을 받았다. 앞서 13일 끝난 PGA 투어 WM 피닉스 오픈에서 우승한 스코티 셰플러(미국)는 65.27점을 받았다. 비슷한 시기, 지난 19일 끝난 아시안투어 인터내셔널 시리즈 카타르에서 우승한 앤디 오글트리(미국)는 7.21점을 받았다. 전 주 518위에서 350위로 순위를 대폭 끌어올렸지만, PGA 투어에 비해선 큰 차이를 보였다. 기존에 아시안투어와 PGA 투어의 포인트 차이가 1.71배였다면, 바뀐 시스템에 따라 두 투어의 차이가 10배 가까이 벌어졌다.


지난해 LG 시그니처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김영수. 당시 그는 세계 랭킹 포인트 2.82점을 받는데 그쳤다. [사진 KPGA]

그렇다면, 코리안투어의 상황은 어떨까. 코리안투어는 세계 랭킹 포인트 시스템이 바뀌기 전, 우승자에게 포인트 9점이 부여됐다. 그러나 시스템이 바뀐 뒤엔 평균 3점 안팎으로 3분의 1 가량 줄어들었다. 지난해 시즌 최종전 LG 시그니처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김영수는 2.82점을 받는데 그쳤다. 이전 대회인 골프존-도레이 오픈에서 우승한 박은신은 2.96점, DGB금융그룹 오픈 우승자 문도엽은 3.32점을 받았다. 그나마 제네시스 챔피언십 정상에 올랐던 김영수가 4.39점,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 우승자 이형준이 4.06점을 받은 게 높은 수준이었다.

일본 투어의 상황과 비교했다. 우승자 포인트 16점이었던 일본도 절반 수준인 7점 안팎으로 줄었다. 그러나 세계 투어에선 비교적 높은 수준의 포인트를 여전히 받고 있었다. 지난해 11월 던롭 피닉스 오픈에서 우승했던 히가 가즈키는 9.54점을 받았다. 그나마 시즌 최종전 JT컵에서 우승한 다니하라 히데토가 받은 랭킹 포인트가 4.84점인데, 코리안투어에서 가장 랭킹 포인트가 많이 부여된 대회에 비해 높은 수준이었다. 정리해보면, 코리안투어와 아시아, 일본 등 다른 해외 투어의 랭킹 포인트 차이가 2~3배로 벌어진 것이다. 일본 투어를 주무대로 삼고 있는 선수 중에서 랭킹이 가장 높은 히가 가즈키는 75위, 김비오(151위)보다 훨씬 높은 실정이다.


OWGR의 보드 멤버와 테크니컬 위원회엔 코리안투어 관계자가 아무도 없다. [사진 OWGR]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진 걸까. 세계 프로골프 투어 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그만큼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시스템과 인적 자원이 필요하다. 월드 랭킹 포인트를 주관하는 OWGR엔 보드 멤버와 테크니컬 위원회가 있다. 보드 멤버엔 PGA 투어와 DP월드투어, R&A, 미국골프협회(USGA), 미국프로골프협회(PGA of America) 등이 있다. 테크니컬 위원회엔 이들 외에도 아시안투어와 일본프로골프투어, 호주 PGA 투어, 남아프리카공화국 선샤인 투어 고위 인사가 포함돼 있다.

그러나 여기에 KPGA 코리안투어 멤버는 없다. 세계 골프계에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상황이다. 골프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OWGR에 대응하는 인적 자원이 있었지만, 현재는 사실상 없는 실정이다. LIV 골프 출범 등으로 글로벌 투어 환경이 급변하는 마당에 전문 인력이 없는 건 안타까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투어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시대, KPGA의 국제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실정이다. [사진 KPGA]

국제 경쟁력 약화에 대한 우려를 두고 KPGA 관계자는 "국내 선수들의 글로벌 투어 진출 경로 확대 방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논의를 하고 있다. 월드랭킹 포인트 시스템이 개편될 수 있도록 전 세계 프로골프 투어 및 단체와 꾸준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랭킹 포인트를 많이 받지 못하는 시스템이 지속되면, 코리안투어 특급 선수들이 아시안투어, 일본 투어 등 다른 투어로 나갈 우려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실제로 지난해 8월 코리안투어 우성종합건설 오픈이 열렸을 당시, 같은 시기에 아시안투어 인터내셔널 시리즈 싱가포르가 개최됐는데 김비오, 서요섭, 문경준 등이 코리안투어 대회 대신 싱가포르 대회에 나서 선수 유출 문제가 불거졌다. 또 지난 1월 아시안투어 퀄리파잉시리즈엔 한국 선수 42명이 도전했다. 아시안투어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 펀드의 투자를 받은 LIV 골프 인베스트먼트의 지원을 앞세워 상금을 비롯한 투어 판을 키우고 있다.

크게 바뀌는 투어 환경 속에 코리안투어의 국제 경쟁력은 이대로 더 약화될 것인가. 이 문제는 27일 오후 9시 방영될 JTBC골프 프로그램 ‘클럽하우스’를 통해 자세하게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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