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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완벽한 한 해"... 안병훈, 9년 만의 우승으로 고국을 적시다

송도=김현서 기자2024.10.27 오후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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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훈이 27일 끝난 제네시스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어머니 자오즈민과 함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_ KPGA]

타고난 피지컬과 호쾌한 장타력에도 불구하고 PGA 투어에서 늘 0.1%가 부족한 선수로 평가받아온 안병훈. 올 시즌 PGA 투어에서 다섯 차례나 톱10에 오르며 커리어 하이를 기록했지만 우승 문턱에서 번번이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지난 1월 소니 오픈에서도 연장 승부 끝에 우승을 놓치며 고개를 떨궜다. 한·중 탁구 스타 커플 안재형과 자오즈민의 아들로 태어나 남다른 스포츠 DNA를 물려받았지만 주변의 높은 기대감이 오히려 큰 부담이 됐다.


그러나 27일 인천 송도의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에서 열린 제네시스 챔피언십(KPGA 투어·DP 월드투어 공동 주관) 최종 라운드에서 안병훈은 마침내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연장전에서 김주형을 제치고 거머쥔 이번 우승컵에는 그의 지난 9년간의 도전과 인내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오랜 시간 자신을 지켜봐 준 가족과 팬들에게도 값진 선물이 됐다.

2015년 DP 월드투어 BMW 챔피언십과 KPGA 신한동해오픈을 제패하며 기대주로 떠올랐던 안병훈은 이후 우승 없이 고군분투하던 중 2022년에는 PGA 투어에서 콘페리 투어로 강등되는 시련까지 겪었다. 당시 안병훈은 "바닥을 쳤다"고 표현할 만큼 어려운 시간을 보냈지만 이를 재도약의 계기로 삼았다. 1년 만에 PGA 투어에 복귀한 그는 2023년과 2024년 두 시즌 연속 페덱스컵 랭킹 50위 이내에 들며 제2의 도약을 이뤄냈다.


우승 직후 기자회견에서 안병훈은 "너무 기쁘다. 10년 만에 국내에서 우승이다. 정말 뜻깊은 한 주였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어 "올해 PGA 투어에서 만족스러운 시즌을 보낸 뒤 한국에서 보너스 같은 우승을 하게 돼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안병훈은 지난해 하반기 도핑 성분이 든 김기약을 잘모르고 먹어 3개월 출전 정지라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으나 오히려 이를 극복하며 한층 단단해졌다. 브룸스틱 퍼터로 약점이던 그린 플레이를 보완하며 더욱 완성도 높은 경기력을 선보였고 결국 고국에서 열린 제네시스 챔피언십에서 그 결실을 맺었다.

우승 후 감격의 눈물을 흘린 이유에 대해 "이렇게까지 기쁠 줄 몰랐다. 담담할 거라 생각했는데 우승하고 나니 정말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면서 "누구나 힘든 시기가 있지 않나. 나도 힘든 시간이 있을 때 가족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됐다. 특히 부모님과 할머니를 보니 눈물이 났다. 이렇게 함께할 수 있어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목표가 프레지던츠컵과 PGA 투어 챔피언십 출전이었는데 이번 대회 우승까지 더해져 너무나 완벽한 한 해를 보낸 것 같다"고 밝혔다.


안병훈은 마지막까지 치열한 승부를 펼친 후배 김주형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그는 "우승이 확정된 후 (김)주형이가 축하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렇게 경기가 마무리되는 게 주형이에게는 아쉬운 결과였을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서로 말할 틈도 없이 포옹하며 격려를 나눴다"며 후배를 향한 따뜻한 마음을 전했다.

국내 최고 상금(68만 달러)을 거머쥐며 자신의 가치를 다시 입증한 안병훈. 그의 다음 목표는 PGA 투어 첫 우승이다. 고국 팬들의 응원을 발판 삼아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또다시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_KP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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