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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호준의 세컨드샷-타이거와 스피스의 18언더파 왜 다른가

성호준 기자2015.04.14 오전 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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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 우즈와 조던 스피스

조던 스피스의 올해 마스터스 우승은 1997년 타이거 우즈의 마스터스 우승과 비교된다. 우승 당시 나이가 비슷하고 무엇보다 똑같이 대회 최저타인 18언더파 270타로 우승했기 때문이다.

타이거 우즈의 97년 우승은 골프계 뿐만 아니라 스포츠계에 타이거 폭풍을 불고 올만큼 어마어마했다. 올해 조던 스피스의 우승도 그런 것일까. -18이라는 숫자는 같은 것일까.

우즈는 97년 당시 12타 차 우승을 차지했다. 스피스는 4타 차 우승이었다. 97년 우승자 다음으로 잘한 6언더파라는 성적은 올해라면 공동 12위에 불과하다. 올해 공동 12위에는 케빈 나 등 5명이 있다.

97년 컷통과에 성공해 4라운드를 마친 선수들의 평균 타수는 3오버파 291타였다. 올해 4라운드를 마친 선수들의 평균 스코어는 285.6타, 즉 2.4언더파였다. 올해 컷 통과한 선수들은 97년에 비해 5.4타를 덜 쳤다.

4라운드를 마친 선수들의 평균 스코어를 기준으로 우승자 스코어를 비교해 보면 97년 우승자 타이거는 21언더파이며 올해 우승자 조던 스피스는 15.6언더파다.

미국의 통계 조사 업체인 fivethirtyeight.com에 의하면 선수들의 평균 타수와 비교한 최소타 마스터스 우승은 1976년 레이먼드 플로이드의 21.7언더파다. 당시 컷을 통과하고도 최종 스코어가 10오버파를 넘은 선수가 11명이나 됐기 때문에 플로이드의 기록이 돋보였다.

다음은 우즈로 1997년 21언더파, 세 번째는 잭 니클러스의 1965년 20.7언더파다. 필 미켈슨의 2010년 우승은 16언더파로 4위이고 조던 스피스의 올해 우승이 15.6언더파로 5위다.

우즈가 우승할 때 컷라인은 6오버파였다. 스피스가 우승한 올해 대회 컷라인은 3오버파였다.

올해 선수들의 스코어는 매우, 아니 지나치게 좋았다. 올해 대회에서 컷 통과한 선수 중 58%가 언더파를 쳤다. 메이저대회 치고는 상당히 많다.

두 자리수 언더파를 친 선수가 다섯명이나 됐다. 특히 공동 2위를 기록한 필 미켈슨과 저스틴 로즈의 14언더파는 매우 뛰어난 기록이다. 지난 77개 대회 중 5번을 제외하고는 우승 스코어다.

우승자 스코어가 14언더파 보다 좋았던 마스터스 대회는 1965년(잭 니클라우스, 17언더파), 1976년(레이먼드 플로이드, 17언더파), 1997년(우즈, 18언더파), 2001년(우즈, 16언더파), 2010년(필 미켈슨, 16언더파)이다.

14언더파로 우승한 대회도 세 번 있다. 1953년 벤 호건, 1995년 벤 크렌쇼, 2011년 샬 슈워첼이다. 나머지 대회에서는 14언더파는 우승스코어다. 그 것도 큰 차로다.

대회 평균 성적은 선수들의 수준 뿐 아니라 날씨, 그린이나 페어웨이 상태 등과 관계가 있다. 올해 성적이 잘 나온 가장 큰 이유는 그린일 것이다. 대회 직전 비가 많이 와서 그린이 물렁했다.

우즈는 대회 내내 그린에 불만이었다. 3라운드 후에는 이렇게 말했다. “오늘도 그린이 무르고 느렸다. 4번 아이언으로도 볼마크를 만들 정도였다. (오거스타에서) 4번 아이언을 쳐서 1m 옆에 세운 것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 선수들은 아주 공격적으로 경기하고 예전보다 훨씬 많은 버디를 잡았다. 조직위에서 그린 통풍 시스템을 가동하면 그린을 빠르게 할 수 있을텐데 왜 그러지 않는지 의아하다”고 했다.

우즈는 또 “조직위가 코스를 어떻게 만들든 나는 버디를 잡아야 한다. 중요한 것은 이번 주 내내 그린이 느리고 극단적으로 부드러웠다는 것이다. 예전엔 조금만 실수를 해도 (공이 튀어 넘어가거나 굴러) 15미터가 넘는 퍼트를 해야 했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고 말했다.

물렁한 그린은 모두에게 좋은 성적을 내게 한다. 타이거 우즈도 그 혜택을 봤다. 그러나 거리가 많이 나지 않아(52위) 롱아이언을 많이 잡아야 하는 스피스에게 좀 더 유리했을 수 있다. 스피스가 그린이 매우 딱딱한 US오픈에서도 이렇게 잘 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스피스의 기록은 대단하다. 끝까지 유지하지 못했지만 마스터스에서 19언더파에 가 본 선수는 스피스가 유일하다. 타이거를 제외하고 마스터스에서 경쟁자들에 비해 압도적인 퍼포먼스로 우승한 선수들은 연륜이 있었다. 잭 니클라우스의 65년 우승은 25세였고, 필 미켈슨의 2010년 우승은 39세때였으며 레이먼드 플로이드는 33세때인 1976년이었다. 스피스는 타이거 우즈처럼 20대 초반에 모든 경쟁자들을 압도하는 활약을 펼쳤다.

또 1976년 플로이드 이후 처음으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우즈처럼 위대하지는 않았다. 코스를 지배했는지는 모르지만 경쟁자들을 공포에 빠져들게 하지는 못했다.

그런 면에서 스피스의 18언더파는 우즈의 18언더파에 비해 약간 빛이 바랜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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