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릭 리드.
캐릭터가 한결 같으면 그 사람의 이미지도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한번 뇌리에 제대로 박히면, 가졌던 이미지를 바꾸기도 쉽지 않다. 대표적인 게 ‘악동’ 이미지다. 골프에선 존 댈리(미국)가 단연 악동으로 떠올려진다. 필드에서의 독특한 행동과 기이한 의상, 여기에 복잡한 사생활까지 더해 생긴 악동 이미지는 존 댈리에게 지금까지도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남자 골프에서 미운 털이 제대로 박힌 선수가 나온 듯 하다. 문제의 소지를 일으키는 것만으로도 시선이 곱지 않다. 라이더컵에서 미국 팀 간판으로 꾸준한 활약을 펼치던 골퍼, 하지만 지난해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LIV 골프로 옮기면서 더욱 논란을 부추긴 골퍼, 패트릭 리드다.
리드는 지난 한 주, DP월드투어에서의 일들로 또한번 논란을 부추겼고, 새삼 수년간 이어왔던 PGA투어에서의 논란까지 떠올리게 하면서 ‘골프계의 악동’ 이미지가 더 굳어졌다. 연습 라운드 때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에게 인사를 무시당하자 뒤돌아서 나무 티를 매킬로이에 던져 분란을 야기한 논란이 일었다. 이어 대회 3라운드 17번 홀에선 티샷한 자신의 볼을 실제로 확인하지 못했으면서 확인한 척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경기위원과 투어까지 나서 “문제가 없었다”고 했지만, 과거 속임수 의혹을 냈던 전력 탓에 SNS 상에서 문제 제기가 잇따랐다.
히어로 월드 챌린지에서 논란을 일으켰을 당시 패트릭 리드. [사진 Gettyimages]
리드는 논란의 소지를 일으키면, 그 자체로 거센 후폭풍을 일으켰다. 2019년 12월 열린 히어로월드챌린지에서 나온 라이 개선 논란이 발단이었다. 당시 그는 선두를 달리던 3라운드 11번 홀에서 문제를 일으켰다. 그린 근처 벙커에서 어드레스 후 연습 스윙을 하면서 클럽으로 볼 뒤의 모래를 두 차례 쓸어내는 행동을 하면서 라이를 개선했다. 스트로크에 영향을 주기 위해 볼 뒤의 모래를 치우거나 땅을 다질 경우 벌타가 부과된다. 당시 이 장면이 찍혔을 땐 벌타가 부과되지 않았다 리드가 스코어카드를 제출하기 직전 2벌타를 뒤늦게 받았다. 오히려 리드는 "카메라 앵글을 다르게 하면 (내가 한 행동이) 라이 개선이 아니라는 것을 알 것"이라고 변명을 내놓으면서 비난을 샀다. 미국 골프채널의 해설가 폴 에이징어는 "저게 라이 개선이 아니라면 뭐라는 것인가"이라며 비판했다.
이 일이 있고서 리드는 악동 이미지를 깨지 못했다. 히어로 월드 챌린지 직후 호주에서 열린 프레지던츠컵에서 갤러리들은 리드를 향해 '거짓말쟁이(cheater)'라고 비난하거나 야유를 쏟아냈다. 2020년 2월 미국 CBS스포츠 코스 해설을 맡았던 피터 코스티스가 과거 PGA투어 대회에서 리드가 최소 4차례 라이를 개선하는 규칙 위반을 하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밝혀 논란이 됐다.
골프 대항전에서 '캡틴 아메리카' 이미지가 강한 패트릭 리드. 하지만 그를 향한 시선은 점점 차가워지는 분위기다. [사진 Gettyimages]
이어 2021년 1월, PGA투어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에서는 그린 근처 깊은 러프에 빠진 공을 집어 들고서 무벌타 드롭 판정을 받은 걸 두고 또 논란을 만들었다. 경기위원에게 확인한 뒤, 공을 집어들 지 여부를 확인받았어야 했는데 성급했고, 공이 있는 위치 또한 “러프에 한 번 튕긴 뒤 떨어진 공이 어떻게 박힐 수 있는가”라는 의문이 제기됐다. 리드는 “경기위원들은 내가 '교과서적으로' 행동했다고 하더라”고 했고, 이 대회에서 리드가 끝내 우승을 거두면서 논란이 더 커졌다. 미국의 한 경기 베팅업체는 이 대회 개막 전 우승자 예상 베팅에 참여한 모든 고객에게 환불 조치를 했다.
지난해 LIV 골프를 향하면서 논란의 정점을 찍던 리드는 올해 초 또다시 규칙 위반 논란이 불거졌다. 순간을 모면할 수 있고, 어떻게든 논란을 넘어서고 싶은 마음은 크겠다. 그럴수록 그를 향한 시선은 더욱 따가워질 것이다. 골프는 어떤 스포츠보다 규칙을 잘 지치고, 정정당당하게 경쟁하는 걸 중요시하는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 ‘김지한의 골프 담화설록’은 말하고(談) 이야기하고(話) 의견을 전하고(說) 기록하는(錄) 한자 뜻을 모두 담아 골프의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