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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한의 골프 담화설록] 다시 한국에서 배출한 LPGA Q시리즈 수석

김지한 기자2022.12.13 오전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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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한국시간) LPGA 퀄리파잉시리즈 수석 합격을 달성한 유해란(왼쪽). 몰리 마쿠 서먼 LPGA 커미셔너와 함께 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일종의 '자격 시험' 성격의 대회가 치러진 건 1973년이 처음이다. 퀄리파잉스쿨로 불렸던 이 대회는 일반적인 골프 대회 포맷인 4라운드 72홀이 아닌 5라운드 90홀 경기로 치렀다. 5일 연속 고도의 집중력과 체력이 요구됐기에 퀄리파잉스쿨에 도전한 선수들에게는 '지옥의 레이스'로 불렸다.

LPGA 퀄리파잉스쿨은 2018년 퀄리파잉시리즈로 재편됐다. 8라운드 144홀로 치르는 대신, 4라운드씩 총 2주에 걸쳐 LPGA 투어에 뛸 선수를 가렸다. 총 100명이 나서 1주차 성적 상위 70명이 2주차에서 추가로 더 경쟁해 다음 시즌 LPGA 투어에 뛸 선수를 최종적으로 추리는 방식이다.

기본적으로 퀄리파잉스쿨에 비해 변별력을 좀더 높인 게 특징이다. 퀄리파잉시리즈에 나설 선수 자격 벽부터 높아졌다. 2부 투어인 엡손 투어 상금 랭킹 11~35위, LPGA 투어 이전 시즌 CME 포인트 랭킹 100위 밖으로 밀린 선수들, LPGA 투어 시드가 없는 세계 75위 이내 선수들 등이다. LPGA 투어에 진입하기 위한 자격 조건을 좀 더 까다롭게 하면서도 기존의 퀄리파잉스쿨, 대학 졸업, 미국대학스포츠연맹(NCAA) 대회를 동시에 준비해야 했던 미국의 대학생 선수에겐 부담을 덜 수 있는 계기를 가져다줬다.

LPGA 퀄리파잉스쿨에서 수석 합격한 골퍼 중에 한국 선수는 총 3명이었다. 1997년 박세리가 LPGA 퀄리파잉스쿨에서 크리스티 커(미국)와 공동 1위에 올라 이듬해 LPGA 투어에 진출했다. 이어 2006년엔 김인경과 최혜정이 퀄리파잉스쿨 공동 1위에 올라 LPGA 무대에 뛰어들었다. 해외 선수 중에선 1983년 줄리 잉스터(미국), 2004년 폴라 크리머(미국), 2008년 스테이시 루이스(미국), 2014년 이민지(호주), 2017년 하타오카 나사(일본) 등이 퀄리파잉스쿨 1위로 LPGA 무대에 화려하게 데뷔한 골퍼들이다.


2018년 LPGA 퀄리파잉시리즈를 수석 합격한 이정은6. [사진 LPGA]


지난해 LPGA 퀄리파잉시리즈를 수석 합격한 안나린. [사진 세마스포츠마케팅]

오히려 한국 여자 골퍼들은 퀄리파잉시리즈로 재편된 뒤, 더 좋은 성적을 냈다. 퀄리파잉시리즈를 치른 첫해였던 2018년 이정은6이 8라운드 합계 18언더파로 102명 중 수석 합격했다. 7라운드까지 2위였다 최종 라운드에서 뒤집기에 성공한 이정은6은 당시 미국 진출 여부를 결정하지 않다 고민 끝에 LPGA 투어에 진출했다. 이어 2019년 퀄리파잉시리즈에선 박희영이 2위에 올랐다. 당시 상금 랭킹에서 밀려 LPGA 투어 재진출을 타진했던 박희영은 퀄리파잉시리즈에서의 좋은 성적 덕분에 다시 LPGA 무대에 뛰어들 수 있었다. 코로나19 여파로 2020년에 건너뛴 LPGA 퀄리파잉시리즈는 지난해 다시 열렸고, 안나린이 수석 합격해 다시 한국 여자 골프의 위상을 높였다.

이어 2022년 올해, LPGA 퀄리파잉시리즈 수석은 또한명의 한국 선수가 차지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통산 5승의 유해란(21)이 퀄리파잉시리즈 8라운드 합계 29언더파 545타를 기록하면서 내년 시즌 LPGA 투어 카드를 거뜬하게 확보했다. 퀄리파잉시리즈 첫날 1오버파로 부진했다가 차분하게 타수를 줄여 수석 합격의 영광을 안았다. 유해란은 “한국 선수로서 2년 연속으로 (퀄리파잉시리즈를) 우승했다는 게 자랑스럽다. 내년 LPGA 투어에서 뛰는 것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올해 한국 여자 골프가 LPGA 투어에서 2011년(3승) 이후 가장 적은 우승(4승)을 기록해 '위기론'이 불거진 시즌을 보냈다. 그래도 미래는 밝다. 여전히 LPGA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골퍼, 앞으로도 꾸준히 남길 골퍼는 역시 '대한민국 골퍼'다.

◆ ‘김지한의 골프 담화설록’은 말하고(談) 이야기하고(話) 의견을 전하고(說) 기록하는(錄) 한자 뜻을 모두 담아 골프의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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