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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적으로 출전해 우승으로 상금왕 쐐기' 고진영 "믿기지가 않아"

김현지 기자2020.12.21 오전 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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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영.

고진영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복귀 1달 만에 상금왕을 차지했다. 극적으로 출전권을 얻은 대회에서 우승하며 상금왕에 쐐기포를 박았다.

21일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에서 LPGA 투어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총상금 300만 달러)이 막을 내렸다. 우승자는 고진영이다. 최종일 버디 7개와 보기 1개를 묶어 6언더파를 쳐 최종합계 18언더파 270타로 우승했다. 선두로 나섰던 김세영을 5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고진영은 이번 대회 출전권이 없었다. 시즌 최종전인 이번 대회는 시즌 포인트 상위 70명에게만 출전권이 주어지는 대회다. 고진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여파로 올해 11월에야 LPGA 투어로 복귀했다. US여자오픈 초청권도 없었던, 고진영은 지난주 US여자오픈에서 준우승하며 이번 대회 출전권을 획득했다.

마지막에 극적으로 출전권을 얻은 고진영은 이번 대회 2라운드에서 단독 선두로 올라서며 우승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렸다. 3라운드에서는 김세영에게 선두 자리를 내어줘 1타 차 2위가 되기도 했지만, 최종라운드 첫 홀부터 버디를 낚으며 공동 선두로 나섰다. 김세영과 엎치락 뒤치락하며 팽팽하던 승부는 후반 홀에서 갈렸다. 김세영이 11번 홀(파4)에서 보기를 범하며 주춤하던 사이 고진영은 12번 홀(파3)부터 14번 홀(파5)까지 버디를 솎아내며 달아났다. 이어 16번 홀(파3)과 18번 홀(파4)에서 버디를 성공시키며 공동 2위 그룹에 5타 차로 우승했다.

뒷심을 발휘한 고진영은 복귀 후 1달 만에 상금왕이라는 쾌거도 안았다. 올 시즌은 총 18개 대회가 치러졌는데, 4개 대회에만 출전하고도 상금왕에 성공했다. 지난주 메이저 대회인 US여자오픈에서 준우승, 시즌 최종전인 이번 대회에서 우승 등 큰 대회에서 활약하며 상금을 쌓은 것이 비결이다. 특히 이번 대회 우승 상금으로 110만 달러(약 12억1000만원)를 벌었고, 총 166만7925 달러(약 18억3000만원)으로 상금왕을 차지했다. 지난 2012년, 2013년 상금왕 2연패에 성공한 박인비 이후 7년 만에 상금왕 2연패 기록이다.

고진영은 "아직 믿기지 않는다. 내가 쳤지만 내가 했나 싶을 정도로 후반에는 플레이를 잘 했다"고 하며 "위기도 많았지만 그 위기를 넘기면서 기회가 왔고, 긴장을 놓치지 않고 기회를 잡았던 것이 우승으로 연결됐던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복귀할 때까지만 해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을 칠 수 있을까?'라는 생각조차 안 했었다. US여자오픈 때까지만 플레이를 할 생각이었고, 그때까지 플레이를 잘 해야 이번 주 대회를 칠 수 있었다"고 하며 "지난 주에 말도 안 되게 상위권으로 마무리를 했고, 그 기회로 여기에 나왔다. 그렇게 나왔는데도 우승까지 했다는 건, 내가 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신기하다"라고 했다.

LPGA 투어에 1년 간 출전하지 않으면서도 세계 랭킹 1위를 지키던 고진영은 이번 대회에서 1위 자리를 빼앗길 뻔 했다. 추격자는 올 시즌 2승을 거둔 김세영이다. 만약 김세영이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고, 고진영이 단독 10위 이하의 성적을 얻는다면 1위 자리가 바뀔 수도 있었다. 김세영과 우승 경쟁은 물론 세계 랭킹 1위 경쟁을 동시에 한 고진영은 "사흘 동안 세영 언니와 치면서 사실 많이 힘들었다. 언니와 경쟁한다는 자체가 마음이 편치 않고 불편했다"고 하며 "친한 사람들끼리 플레이를 하고 우승 경쟁을 하는 것이 쉬운 마음은 아닌 것 같다. 나도 잘 하긴 했지만, 언니도 잘 했다. 그리고 언니보다 내가 조금 더 잘했기 때문에 우승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복귀 1달 만에 약 18억을 벌어 상금왕이 된 고진영은 "현재 미국 은행 통장 잔고가 얼마 없다. 집을 사는 데 보태면 될 것 같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고, 계속 집에만 있어야 하는 상황이다. 많은 분들이 경기를 봐주시고 응원해주셨는데, 이번 우승으로 스트레스를 날려 버리셨으면 좋겠다"고 하며 "많은 분들의 응원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고, 좋은 실력을 낼 수 있었다.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고, 내 우승을 통해서 행복해 하셨으면 좋겠다. 부모님, 친구들, 많은 후원사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고 했다.

한편, 이번 대회에서 우승으로 올해의 선수상, 상금왕에 도전했던 김세영은 최종일 주춤하며 최종합계 13언더파로 준우승했다. 상금왕은 고진영의 차지가 됐고, 올해의 선수상으로 만족해야했다. 2015년 신인상 이후 첫 LPGA 투어 시즌 타이틀을 수상이다.

김현지 기자 kim.hyeonji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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