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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번홀에서 엇갈린 박성현과 이민지의 운명

이지연 기자2019.03.03 오후 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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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일 14번 홀에서 어프로치 샷을 하고 있는 이민지. JTBC골프 한희원 해설위원은 "이민지가 어프로치 샷이 아닌 퍼트를 했으면 더 나은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고 했다.

3일 싱가포르 센토사골프장의 뉴 탄종코스(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

세계랭킹 3위 이민지(호주)는 12번 홀까지 2타 차 선두였다. 13번 홀이 끝났을 때는 세계 2위 박성현과 14언더파 공동 선두로 우승 경쟁을 했다. 세계랭킹 1위 에리야 쭈타누깐(태국)에 1타 차 2위로 챔피언 조에서 출발한 그는 13번 홀까지 노보기 플레이로 4타를 줄였다.

그러나 14번 홀에서 통한의 실수를 범했다. 14번 홀은 3라운드까지 370야드로 세팅돼 평균 타수 4.0타가 기록된 쉽지 않은 홀이었다. 그러나 최종일에 티잉 그라운드가 90야드 가량 앞당겨져 282야드로 세팅됐고 쉬운 홀로 변했다.

드라이브 샷 거리가 충분하지 않은 선수들도 드라이버를 잡고 그린 쪽을 향해 티샷을 날리면서 버디가 속출한 서비스 홀이 됐다. 이민지와 우승 경쟁을 펼친 박성현은 이 홀에서 티샷을 그린 입구까지 보낸 뒤 퍼터를 잡고 이글을 시도해 가볍게 버디를 추가했다.

그러나 이민지에게 14번 홀은 가혹한 홀이 됐다. 이민지는 티샷을 왼쪽 러프로 보낸 뒤 두 번째 샷을 그린에 올리지 못했다. 박성현과 비슷한 거리를 남긴 그는 세 번째 샷으로 어프로치를 택했다. 그러나 공은 홀보다 1.5m나 못 미쳤다. 네 번째 퍼트도 넣지 못하면서 이 홀에서 보기가 나왔다.

반드시 버디를 잡고 가야 하는 서비스 홀에서 나온 보기는 치명적일 수 밖에 없다. 박성현에게 1타 차 2위로 내려앉은 이민지는 더 이상 버디를 추가하지 못하고 경기를 마쳤다. 반면 이민지에 2조 앞서 경기한 박성현은 16번 홀(파5)에서 3m 버디를 추가하면서 2타 차로 달아나 우승에 쐐기를 박았다.

이번 대회는 내내 세계랭킹 1~3위의 맞대결에 화제가 모아졌다. 1라운드부터 세계 1위 에리야 쭈타누깐, 2위 박성현, 3위 이민지를 한 조로 묶어 흥행을 노렸다.

3라운드까지 결과는 11언더파 쭈타누깐이 선두, 이민지가 10언더파 2위, 박성현이 7언더파 공동 8위였다. 이민지로서는 지난주 혼다 LPGA 타일랜드 준우승의 아쉬움을 씻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민지는 1라운드 8번 홀(파5)에서 어프로치 샷 이글을 기록하는 등 좋은 흐름을 이어갔다. 그러나 14번 홀에서의 통한의 보기로 2주 연속 우승 문턱에서 아쉬운 발길을 돌려야 했다. 경기를 해설한 JTBC골프 한희원 프로는 "빠르고 단단하게 세팅돼 매우 까다로웠던 마지막 날의 그린 상태를 감안했을 때 어프로치가 아닌 퍼터를 들었더라면 더 나은 결과가 나올 수 있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성현의 최종일 전략은 대비됐다. 메이저 대회를 연상하게 한다는 평가가 나온 어렵고 빠른 그린에서 박성현은 오히려 과감하게 경기했다. 최종일 모든 홀에서 홀 뒤로 지나치는 스트로크를 구사하면서 그린을 효과적으로 공략한 것. 그 결과 세계랭킹 1위 쭈타누깐과 선두였던 이민지까지 끌어내리고 우승컵의 주인이 됐다.

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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