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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 최고 장면은 박세리 맨발 샷, 최고 선수는 박인비

이은경 기자2018.05.31 오전 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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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뒤 기뻐하는 박세리. 그의 해저드 맨발 샷은 LPGA투어 최고의 순간으로 팬들의 뇌리 속에 또렷이 각인돼 있다.

박세리가 신인으로서 메이저 대회인 맥도날드 L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맨발 샷’으로 US여자오픈까지 석권한 게 정확히 20년 전이다.

박세리는 1998년에 LPGA투어에서 4승을 거두며 센세이셔널하게 데뷔했다. 그리고 ‘LPGA투어’라는 이름을 한국인의 뇌리에 깊숙이 각인시켰다. 그리고 20년 후, LPGA투어는 그야말로 ‘한국 천하’가 됐다. 지난해 LPGA투어에서 한국 선수들이 합작한 승수가 15승에 이른다. 역대 LPGA투어 한국 선수 우승은 160승을 넘어섰다. 한국 선수가 신인왕을 차지한 건 지난해까지 총 11차례였다.

LPGA투어 관심 “최근 2~3년 사이에 생겨”

월간 JTBC골프매거진은 JTBC골프 네이버 밴드 회원(1482명)을 대상으로 LPGA투어와 한국 스타 그리고 한국 팬의 추억과 다양한 생각을 알아보는 입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에 응답한 팬들은 40대와 50대가 총 89.7%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성별은 남성이 79.7%로 훨씬 많았다. 이들은 가장 즐겨 보는 골프투어로 LPGA투어(80.5%)를 꼽아 한국 내에서 인기가 절대적임을 짐작하게 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LPGA투어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시기에 대해 ‘최근 2~3년 사이’라고 답한 사람이 40.9%로 가장 많았다는 점이다. 그다음으로는 ‘2010년 이후(32.1%)’였다. ‘1990년대부터 봤다’는 응답은 6.7%에 그쳤다. 박세리, 김미현, 박지은 등 ‘LPGA투어 진출 한국인 1세대’보다도 최근 활약이 두드러진 박성현, 전인지 등의 인기가 매우 높다는 방증이다.

LPGA투어 중계를 얼마나 자주 보냐는 질문에는 절반이 넘는 54.1%가 ‘매주 챙겨 본다’고 답했다. LPGA투어의 인기 요인은 역시 ‘한국 선수들의 맹활약’이었다.

LPGA투어를 볼 때 가장 중점적으로 챙기는 것은 ‘한국 선수가 잘 하고 있는지 여부(27.8%)’가 1위를 기록했다. LPGA투어 중계를 얼마나 자주 보느냐는 질문에도 ‘한국 선수가 우승권에 있을 때만 본다’는 비율이 13.5%에 이르렀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국가 대항전을 보듯 LPGA투어를 즐기는 팬이 꽤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전체적인 팬층을 분석하면, 단순히 애국심으로 본다기보다는 골프 자체를 즐기는 팬들이 더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적에 상관없이 선수들의 샷과 플레이 하나하나에 집중한다(23.3%)’, ‘좋아하는 선수의 스코어와 플레이(20.7%)’, ‘주요 선수들의 코스 공략법과 샷 메이킹(15.3%)’을 본다는 응답자도 상당수였다.

최고 명장면은 ‘박세리 맨발 샷’

한국인이라면 잊을 수 없는 스포츠사의 명장면은 박세리가 1998년 US여자오픈에서 해저드 라인에 걸린 공을 치기 위해 양말까지 벗고 물속에서 샷을 했던 ‘맨발 샷’이었다. 이 장면은 공익광고에까지 쓰이면서 ‘국민 영웅 박세리’의 이미지를 깊게 각인시켰다. 또한 이전까지 ‘부자들의 스포츠’로 일반 팬들에게는 심리적인 거리가 있었던 골프를 국민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게 만든 장면이기도 했다.


설문 참가자들에게 ‘LPGA투어 최고의 명장면 3개를 꼽아 달라’고 하자, 역시나 박세리의 ‘맨발 샷’이 가장 많은 지지(875표)를 받아 압도적인 1위에 올랐다.

응답자들의 표를 합산한 결과, 2위는 2017년 박성현의 US여자오픈 우승(446표), 3위는 2013년 박인비가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LPGA 챔피언십-US여자오픈을 석권한 메이저 3연승(441표)이 차지했다. 골프팬들이 뽑은 명장면 톱10 중 박인비가 3개, 박성현과 전인지가 각 2개를 차지한 것도 눈길을 끈다. 박인비는 역시 ‘골프 여제’답게 가장 많은 명장면을 남긴 선수로 꼽혔다. 박성현, 전인지는 실력과 인기를 두루 갖춘 ‘스타 파워’가 돋보였다.

LPGA투어 명장면은 ‘한국 선수의 메이저 우승 명장면’ 결과와 순위가 거의 비슷하다. 박세리의 98년 US여자오픈 우승이 1위(36.2%), 박성현의 US여자오픈 우승(26.3%)이 2위를 차지했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골프팬들의 머릿속에 ‘최고의 실력을 가진 선수’로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는 주인공이 바로 박인비라는 사실이다.


‘1998년 이후 LPGA투어의 올 타임 베스트3’를 세 명 뽑아 달라는 설문에서 응답자들은 박인비(990표), 박세리(835표), 박성현(606표)을 톱3로 지목했다.

LPGA투어의 레전드로 이름을 남긴 안니카 소렌스탐(394표·5위)이나 로레나 오초아(85표·10위)가 비교적 낮은 순위에 머문 것은 아무래도 설문 응답자들이 한국인이라 ‘애국 투표’ 성향이 진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을 제쳐 두더라도 한국 골프팬들은 ‘골든 그랜드슬램’, ‘명예의 전당 입회’, ‘세계 랭킹 1위 기록’ 등 골프와 관련한 거의 모든 기록을 다 이룬 박인비를 주저 없이 가장 뛰어난 선수로 꼽았다.

이은경 기자 eunkyonglee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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