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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덤보'를 날게 했던 '전인지의 팀 플레이'

김두용 기자2016.11.21 오후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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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 코치와 매니저 카일리 프랫, 전인지, 캐디 데이비드 존슨(왼쪽부터)은 팀으로 똘똘 뭉쳐 올 시즌 대단한 기록을 세웠다. [네이플스=김두용 기자]

지난 21일 2016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 최종전 마지막 라운드가 열리기 전의 드라이빙 레인지. 전인지와 리디아 고는 코치와 함께 스윙을 점검했다. 전인지의 곁에는 19일 도착한 박원 코치가 있었고, 리디아 고는 데이비드 레드베터 코치와 마지막 결전을 준비했다.

이날 강풍과 함께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 탓에 선수들은 두터운 옷을 입고 나왔다. 코스에는 모래바람이 휘몰아쳐 최종일 숨막히는 경쟁을 예고했다. 전인지는 날씨가 추워지자 허리에 통증이 다시 느껴졌다. 진통제를 먹고 통증을 완화했지만 셋업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그래서 전인지는 “허리 때문인지 계속 편하게 셋업을 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물으며 셋업을 재점검했다.

리디아 고는 테이크어웨이 때 클럽이 일찍 열려서 올라오는 문제점을 교정하기 위해 레드베터와 공을 들였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슬라이스 샷이 종종 나왔다.

3번 홀(파4)에서 둘이 우려했던 부분이 터졌다. 전인지는 셋업이 흐트러져 가끔 나오는 훅 샷이 나왔다. 티샷이 왼쪽 나무 밑에 떨어져 위기를 맞았다. 다음으로 티샷을 했던 리디아 고는 슬라이스가 나 우측 숲으로 공이 떨어졌다. 나무 밑에서 어드레스가 잘 나오지 않았고, 시야마저 가려진 전인지는 레이업을 선택해야 했다. 그린을 겨냥한 세 번째 샷은 훅을 너무 의식해서인지 이번에는 밀려서 슬라이스가 났다. 공은 우측 숲으로 들어가 결국 전인지는 4온2퍼트로 더블 보기를 적었다.

리디아 고는 숲에서 세컨드 샷을 그린 바로 앞에 떨어뜨려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세 번째 샷을 핀 1m 옆에 잘 붙여놓고 이 퍼트를 놓쳐 보기를 범했다. 둘의 출발은 이렇게 좋지 않았다. 하지만 팀과 함께 플레이를 한다고 믿었던 전인지는 위기를 극복하고 자신의 흐름을 조금씩 찾아나갔다.

전인지는 골프를 ‘팀 플레이’라고 믿는다. 경기 전 팀이 머리를 맞대고 ‘게임 플랜’을 짠다. 박원 코치와 캐디 데이비드 존슨(북아일랜드) 그리고 골프 선수이자 캐디 출신인 매니저 카일리 프랫(호주)까지 한 마음으로 코스 공략법을 상의한다. 전인지는 팀의 도움으로 야디지 북에 빼꼭히 전략을 세웠고, 철저히 게임 플랜대로 코스를 공략하며 극적인 드라마를 연출했다.

박원 코치는 “야디지 북에는 게임 플랜뿐 아니라 감정 조절 방법과 경기에 도움이 되는 메모 등이 빼곡하다. 필요한 영어 단어들도 적혀 있는 ‘비밀 노트’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인지는 전략이 담긴 야디지 북 공개 요청에 고개를 저으며 “비밀”이라고 했다. ‘영업 비밀’인 셈이다.


표면에 '덤보'라고 적힌 '비밀 노트'를 전인지가 들어보이고 있다. [네이플스=김두용 기자]

전인지는 우승이나 수상 소감을 얘기할 때 팀 얘기를 빼놓지 않는다. 전인지가 루키임에도 성공적으로 미국 무대에 연착륙할 수 있었던 원인도 팀의 헌신 덕분이다. 박원 코치는 허리 통증으로 샷이 흔들릴 때마다 전인지의 스윙을 바로 잡아줬다. 캐디는 처음으로 접하는 코스 연구에 도움을 줬고, 매니저는 미국 생활 적응을 위한 손과 발이 됐다.

리디아 고는 전인지와 달리 철저하게 혼자서 코스 공략법을 짰다. 그래서 리디아 고의 아버지 고길홍 씨는 ‘전인지 팀’에 대한 부러움을 나타냈다. 그는 “리디아는 혼자서 전략을 세워야 했다. 레드베터 코치는 스윙만 점검해주지 코스 전략을 세우는데 관여하진 않는다. 새로운 캐디는 아직 선수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의견을 제대로 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고 씨는 박인비의 리우 올림픽 금메달 원동력도 코치 2명, 전담 캐디와 함께 전략을 세운 ‘팀 플레이’에 있다고 봤다.

1978년 낸시 로페즈(미국) 이후 38년 만에 전인지는 역대 두 번째로 신인왕과 최저타수상을 동시 석권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그는 “신인왕 연설 때보다 마지막 홀 버디 퍼트가 더 떨렸다. 사실 마지막 홀 버디 퍼트가 최저타수상과 연결된다는 것을 알고 들어갔다. 그래서 정말 엄청난 중압감을 안고 퍼트를 했다”고 털어놓았다.

전인지는 "올해 정말 생각지도 못한 큰 상을 받았다. 미국 무대에 잘 적응할 수 도와준 팀에게 항상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최저타수상은 또 다른 도전을 가져다줄 것 같다. 내년 시즌이 더욱 기대된다”고 밝혔다.

네이플스=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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