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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첫 승 꿈이룬 '새가슴 장타자' 카를로타 시간다

이지연 기자2016.10.16 오후 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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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식 뒤 셀카를 찍고 있는 카를로타 시간다. 그는 "여자 골프가 인기 있는 한국에서 이렇게 우승하게 돼 의미가 크다"고 했다.[하나금융그룹 제공]

16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골프장에서 막을 내린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

연장 끝에 '재미 동포' 앨리슨 리를 물리치고 LPGA투어 첫 승을 차지한 카를로타 시간다(스페인)는 시상식에서 우리 민요 '쾌지나칭칭나네'에 맞춰 덩실덩실 어깨 춤을 췄다. 그러나 흥겨운 춤사위가 끝난 뒤 이어진 인터뷰에서 그는 눈물을 글썽이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시간다는 "2년 전에 나를 골프 선수의 길로 인도한 코치가 세상을 떠났다. 골프도 안 되고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다. 그런 시기를 이겨내게 해준 가족과 친구들 모두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2012년 LPGA투어에 데뷔한 시간다는 엄청난 장타로 눈길을 끌었다. 드라이버가 아닌 우드로 270야드 정도를 날려 보냈다. 축구 선수 출신 아버지와 삼촌의 영향을 받은 그는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보다 멀리 치려고 샷을 하다보니 빠른 헤드 스피드를 갖게 됐다"고 했다.

'괴력의 장타자' 시간다는 2년 차였던 2013년 노스텍사스 슛아웃에서 첫 우승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최종일 2타 차 선두로 출발했지만 '침묵의 암살자' 박인비에게 1타 차 역전패를 당했다. 시간다는 이후 '새가슴 장타자'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2014년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는 리디아 고에게, 올해 마이어 클래식에서는 김세영에게 연장 끝에 패했다.

이번 대회 최종일에도 앨리슨 리에게 5타 차 뒤에서 출발해 한 때 5타 차 선두로 추월했지만 막판 몇 홀을 남기고 또 다시 흔들렸다. 5홀을 남기고 더블보기와 보기, 보기로 4타를 잃으면서 앨리슨 리에게 1타 차 2위로 경기를 마쳤다. 연장전 2전 2패를 비롯해 번번이 우승 문턱에서 미끄러졌던 악몽이 재현되는듯 했다.

그러나 앨리슨 리가 세 번째 샷을 해저드에 빠뜨리는 실수로 연장전 기회를 얻은 시간다는 첫 번째 홀 버디로 감격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시간다는 "2012년 이후 몇 차례 우승 기회를 놓치면서 우승에 대한 부담감이 컸다. 오늘도 더블보기를 범하고는 최종 스코어에 대해 걱정이 생겼다. 그러나 캐디가 '걱정하지 말고 즐기라'는 이야기를 해줘서 마음이 편해졌다. 매샷, 매샷 최선을 다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시간다의 캐디는 '골프 여제'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의 백을 멨던 테리 맥나라마(미국)다. 시간다는 "올해 개막전부터 테리와 함께 호흡을 맞췄다. 그는 코스에서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자신감도 북돋아준다. 최고의 캐디와 함께 할 수 있어서 행운"이라고 했다.

시상식이 끝난 뒤 기자실로 들어온 시간다는 인터뷰 도중 다시 감정이 북받힌 듯 말을 잊지 못했다. 잠시 감정을 추스린 시간다는 "후반 몇 홀을 남겼을 때 공이 놓인 상황도 어려웠고 멘탈적으로도 흔들렸다. 그러나 연장전에 갔을 땐 '여기까지만 온 것으로도 잘 했다. 경기를 즐기자'라고 생각했다. 힘든 시간도 있었지만 그래도 결국 우승을 했다. 한국 팬들이 나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선수'로 기억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종도=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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