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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국기 새기고 경기하는 노무라 하루

원종배 기자2016.04.25 오후 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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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라 하루의 캐디백에는 태극기와 일장기가 나란히 새겨져 있다.

노무라 하루(23)의 캐디백엔 두 개의 국기가 있다. 하나는 태극기, 하나는 일장기다.

25일(한국시간) LPGA투어 스윙잉 스커츠 클래식에서 우승한 노무라 하루는 한국계다. 일본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노무라 하루쿄, 한국 이름은 문민경이다. 출생지는 일본이지만 7살에 한국으로 건너와 초, 중, 고등학교를 모두 한국에서 다녔다. 주니어 시절엔 문민경이라는 이름으로 국내에서 선수 생활도 했다.

그러나 2011년 프로로 전향하면서 일본 국적을 선택했다. 일본 투어가 대회도 많고 상금도 커 앞으로도 일본에서 활동하려면 일본 국적이 낫다고 생각해서다.

노무라는 지난해 한화 금융 클래식 우승 당시 "난 지금까지 한국 사람도, 일본 사람도 아니었다. 상처받기 싫어서 신경쓰지 않으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국적은 중요치 않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냥 한 사람의 골프 선수이고 싶다"고 말했다. 온전히 한국인일 수도, 그렇다고 일본인으로 살아갈 수도 없었던 그의 고민 많았던 삶을 엿볼 수 있는 발언이었다. 어린 나이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다.

그는 일본말보다 한국말에 능하다. 지난 2월 호주 오픈에선 교포 대니얼 강(미국)과 최종라운드 같은 조에서 경기하면서 한국 말로 대화했다. 경기 중에 티잉 그라운드와 그린에서 가위바위보로 샷 순서를 정하는 모습도 화면에 잡혔다. 노무라의 어머니는 "(노무라는)정서로 보면 80% 이상 한국인이다”라고 했다.

그의 스폰서도 한국 기업인 한화다. 일본 언론에서는 노무라에 대해 '실력은 좋지만 일본말을 잘 못해 주목 받지 못하는 선수'라고 평가한다.

노무라 하루는 2011년부터 LPGA투어를 노크해 컨디셔널 시드를 받고 활동했다. 2014년부터 풀 시드를 받아 지난 해까지 톱 10 세 차례에 그쳤으나 올해 만개하고 있다. 지난 2월 호주 오픈에서 LPGA투어 첫 승을 거뒀고, 스윙잉 스커츠에서 우승하며 시즌 2승을 달성했다. 이제 노무라는 일본 선수나 한국계 선수가 아닌 세계적인 골프 선수 중 하나로서 주목 받고 있다.

원종배 기자
Won.Jong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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