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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역사 박인비 "도저히 불가능할 거라는 일을 해냈다"

김두용 기자2015.06.15 오전 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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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비는 남녀 골프 역사상 처음으로 메이저 3연승, 메이저 3연패를 달성한 위대한 전설이 됐다.

“어떤 말로 이 기분을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도저히 이루지 못할 것 같았던 일을 해냈다.”

‘골프 여제’ 박인비가 전설 반열에 올랐다. 박인비는 남녀 골프를 통틀어서 유일하게 메이저 3연승, 메이저 3연패 위업을 달성했다. 안니카 소렌스탐도 쓰지 못한 대기록이고, 타이거 우즈와 잭 니클라우스도 오르지 못한 고지다. 박인비는 “정말 놀랍고 믿을 수 없다. 스릴이 있었고, 정말 영광”이라고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박인비는 이번 우승을 통해 세계랭킹 1위 탈환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메이저 우승을 더 가치 있게 평가했다. 그는 “세계 1위보다 메이저 우승이 더 기분 좋다. 세계 1위는 언제든 다시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메이저는 아니다. 왔을 때 잡아야 한다”며 “그렇지만 다시 세계 1위가 할 준비가 됐을 때 그 자리에 올랐다. 최고의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인비는 이번 우승으로 한국 최다 메이저 우승 기록도 경신했다. ‘전설’ 박세리의 기록(5승)을 1승 앞질렀다. 이제 한국 메이저 최다승의 주인공이 된 박인비는 “박세리는 한국 골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 전설이자 롤모델이다. 그녀가 한 업적을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천천히 다가갔고, 메이저 대회에서 정말 좋은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여전히 박세리 선수가 우승을 더 많이 했고 위대한 선수”라고 설명했다. 박세리는 통산 25승, 박인비는 통산 15승을 거두고 있다.

앞으로 메이저 목표 승수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박인비는 “메이저 목표 승수는 없다. 세계랭킹 1위 자리에 다시 오르고 싶었고,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 우승하고 싶다. 승수에 대한 생각은 하지 않고 플레이했는데 좋은 결과로 연결됐다”며 “올 시즌 이미 3승을 했고, 홈런을 친 것 같은 기분이다. 지난해 시즌과 똑 같은 승수를 기록했는데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할 뿐”이라고 말했다.

프로암 도중 담 증세가 왔던 박인비는 최종 라운드를 앞두고 잠은 잘 잤지만 옆구리 통증이 다시 올라왔다. 최종 라운드 이전에 마사지를 받았던 그는 “약간 결리는 느낌이 들었지만 마사지 받은 후에 조금씩 나아졌다”라고 털어놓았다.

돌부처 박인비도 대기록을 앞두고 경기 중 긴장을 했다고 한다. 그는 “잠 자기 전에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초조함 같은 게 있었다. 그리고 6번 홀까지 하면서도 ‘만약 내가 우승한다면’이라는 생각이 계속해서 떠올라서 경기에 집중하기도 힘들었다”라고 털어놓았다.

여자 골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업적을 남긴 것에 대해서는 뿌듯해했다. 그는 “골프를 하면서 역사가 되고 싶었다. 우승 트로피에 내 이름을 새기고 싶었다. 지금도 우승컵에 새겨진 선수들은 오랫동안 기억된다. 나도 그들처럼 좋은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설명했다.

메이저 6승 중 뉴욕에서 3번이나 메이저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박인비는 “뉴욕은 행운의 도시인 것 같다. 골프 코스 스타일이 나와 잘 맞는 것 같고 그래서 여기 와서 골프 경기를 하는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2008년 US오픈 우승 후 오랫동안 슬럼프를 겪었는데 남편 남기협프로를 만나 새롭게 출발할 수 있었다. 그는 “정말 힘든 시기였는데 남편을 만나고 나서 볼 스트라이킹이 300%는 좋아진 것 같다. 남편과 만나고 나서 골프 기량이 정말 많이 향상됐다”고 감사의 인사말을 전했다.

김세영과 대결에서도 첫 승을 만들어냈다. 올 시즌 두 차례 파이널 라운드에서 2패를 당했던 박인비는 “세영이가 4연속 버디를 낚으면서 추격할 때는 다시 나쁜 기억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세영이는 ‘미라클 걸’이지 않는가. 하지만 세영이가 뭘 하던지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했고, 내 게임에 집중했다. 2번 졌지만 처음으로 첫 승을 만들어냈다”라고 말했다.

해리슨(뉴욕주)=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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