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뉴스

미국진출 러시 촉매제 이미림 "오히려 후배에게 배워야"

김두용 기자2015.05.11 오전 9:04

폰트축소 폰트확대

뉴스이미지

LPGA 투어 2년 차 이미림은 올 시즌 후배들의 활약이 큰 자극이 된다고 했다. [골프파일]

“언니 때문에 미국 무대에 왔어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년 차 이미림이 올해 후배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지난해 LPGA 투어에 데뷔해 2승을 거둔 이미림은 한국의 신예들에게 미국 진출에 대한 희망을 심어줬다. 이미림의 성공 스토리로 인해 한국 젊은 선수들의 미국 진출 러시 바람이 일었고, 유망주들이 올해 대거 합류했다. 그렇게 수퍼루키 김세영과 김효주, 장하나, 백규정 등이 가세했고, 한국 자매들은 올 시즌 LPGA 투어를 호령하고 있다.

신예들이 주저했던 도전을 과감히 선택해 성공시대를 열었던 이미림은 한국 선수들의 LPGA 투어 진출의 촉매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이미림은 겸손했다. 그는 “언니와 동생들이 ‘저 때문에 한국 선수들이 많이 미국 무대에 진출했다’는 얘기를 하는데 마침 LPGA 투어에 진출할 시기가 됐던 기대주들이 많아서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수퍼루키의 합류에 신바람이 난 한국 자매들은 올해 11개 대회에서 7승을 휩쓸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미림은 후배들의 맹활약에 자극을 받는다. 이미림은 “‘역시 잘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도 못 하고 있는 것 같진 않은데 ‘더 잘 해야겠구나’라는 마음가짐을 갖게 된다”라고 의지를 드러냈다. 시너지 효과는 분명히 있다. 이미림은 후배들과 함께 같이 올라가는 느낌을 받고 있다고 했다. 또 대회장 여기저기서 한국말이 들리기 때문에 마치 한국 투어 같은 편안함이 있다고 한다. 그는 “예전에도 한국 선수들이 많기는 했지만 조용한 편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어린 선수들이 많아 시끌벅적하다”라고 웃었다.

선배 이미림은 자신을 보고 미국 무대를 택한 후배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은데 마땅히 조언해줄 게 없다고 한다. 그는 “비행기 일정과 이동 거리 등을 얘기해주는 게 고작이다. 오히려 제가 후배들에게 배워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신인 김세영과 김효주가 벌써 시즌 우승을 신고했는데 이미림은 아직 우승컵이 없다. 그렇다고 성적이 나쁘지 않다. 이미림은 준우승 2회를 차지했고, 10개 대회에 출전해 컷 탈락을 한 번도 기록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미국으로 떠났던 이미림은 지난 6일 밤 5개월 만에 한국에 들어왔다. 국내의 스폰서 주최 대회 출전을 위해서다. 용인 집에서 모처럼 집밥을 먹은 이미림은 “음식을 크게 가리는 건 아닌데 엄마가 해준 밥을 먹으니 힘이 난다. 미국에는 없는 막창 같은 음식이 먹고 싶다”라고 털어놓았다.

이미림은 지난해와 달리 시즌 초반부터 좋은 페이스를 보이고 있고, 투어 경험이 쌓이면서 한층 더 성장하고 있다. 무엇보다 최종 라운드 선두로 출발했던 기아 클래식이 가장 아쉬운 대회였다. 이미림은 무섭게 추격한 크리스티 커(미국)에게 우승컵을 내주고 준우승에 머물렀다. 이미림은 “올해 아쉬운 대회가 많았다. 특히 기아 클래식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며 “원래 경기 중 스코어를 보는 것을 좋아한다. 상대 선수와 몇 타 차가 나는지 보면서 경기를 하는 편이다. 하지만 기아 클래식에서는 계산을 너무 많이 한 탓인지 제 플레이를 하지 못했다. 욕심을 많이 부렸고, 실수도 나왔다”라고 냉정하게 분석했다.

올 시즌 샷은 전반적으로 좋은데 평균 퍼트 수가 30.18개로 다소 많다. 특히 짧은 거리의 퍼트를 어이없이 실수하는 모습도 종종 나온다. 이미림은 “샷에 비해서 퍼터가 잘 안 된다. 퍼트 스트로크의 느낌은 좋아졌는데 짧은 거리를 빼는 등 결과는 안 좋게 나타난다”라고 설명했다. 퍼터가 마음대로 되지 않자 이미림은 퍼트 연습량을 늘렸다. 예전에는 샷과 퍼트를 7대3으로 했는데 지금은 반반씩 투자한다고 한다. 또 그는 “원래 다른 선수의 샷이나 퍼트를 잘 보지 않는다. 하지만 아빠가 스테이시 루이스의 퍼트 리듬이이 정말로 좋다고 하니 나중에 눈 여겨 보고 장점을 취하겠다”라고 밝혔다.

이미림은 루키 시절이었던 지난해 LPGA 투어가 다소 불편했다. 자신의 투어가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내가 소속된 투어’라는 인식이 자리 잡히면서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지난해 1년 동안 생소한 코스를 누비며 도전 정신을 펼친 게 값진 자양분이 됐다. 이미림은 “우승을 한 번 하면 남은 시즌을 더 잘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최대한 많은 우승으로 팬들의 응원에 보답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강조했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