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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경, 끝내지 못했던 시련

김두용 기자2015.04.20 오전 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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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경은 잘 버티다 마지막 2개 홀에서 무너지며 비운의 꼬리표를 떼는 데 실패했다. [사진 롯데]


김세영이 연출한 극적인 드라마에 가려졌지만 롯데 챔피언십에서 오랜 만에 우승 경쟁을 펼친 김인경의 선전도 팬들의 눈길을 끌었다. 김인경은 첫 날 7언더파로 치고 나갔고, 최종일 챔피언 조에서 박인비, 김세영과 박빙의 승부를 벌였다. 견고한 플레이를 펼친 김인경은 ‘비운’의 꼬리표를 떨쳐버릴 수도 있는 듯 했다. 하지만 잘 버티던 그는 마지막 2개 홀의 고비를 넘지 못했다.

김인경은 19일 하와이에서 끝난 LPGA 투어 롯데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마지막 2개 홀에서 연속 보기를 범해 3위에 머물렀다. 그린 적중률이 55%에 그치며 버디 찬스를 많이 만들지 못했다. 게다가 퍼트 스트로크가 흔들려 퍼터를 양쪽 겨드랑이에 끼고 라운드 중 퍼팅을 연습하는 모습이 자주 포착됐다. 26개로 퍼트 수는 많지 않았지만 가까운 거리에서의 퍼트도 쉽게 하지 못했고, 결과도 나빴다.

특히 17번 홀(파4)이 가장 아쉬웠다. 김인경은 김세영과 박인비보다 훨씬 가깝게 붙이고도 보기를 적어 우승 경쟁에서 사실상 탈락했다. 먼저 박인비가 5m로 비교적 먼 거리의 어려운 파 세이브를 성공시켰다. 이어 김세영의 3m 내리막 퍼트는 오른쪽으로 살짝 빗나갈 듯 하다 홀컵으로 쏙 들어갔다. 1.5m 파 퍼트를 남겨둔 김인경이 심리적으로 쫓기는 상황이 됐다. 부담감이 배가된 김인경은 결국 파 퍼트를 놓쳤다.

사실 김인경은 파 퍼트 이전에 5m의 버디 찬스를 잡고도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길게 쳤다. 이 미스 탓에 김인경의 마음도 하와이의 강풍처럼 크게 흔들렸다. 자신감이 떨어진 그는 파 퍼트마저 놓쳤다. 결국 김인경은 18번 홀에서도 그린을 놓친 후 3온 2퍼트로 연속 보기를 적었다.

김인경은 롯데 챔피언십을 ‘메이저 대회’라고 여길 정도로 마음을 단단히 먹고 나왔다. 2010년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 우승 후 4년 5개월 동안 승수를 추가하지 못한 김인경은 이번 대회를 부활의 기점으로 삼았다. 기지개를 펴고 세계랭킹 1위를 향해 다시 뛰는 그림을 그렸다.

강풍 속에도 안정적으로 파 세이브를 해나가던 김인경의 초반 레이스는 좋았다. 경쟁자들이 보기, 더블보기를 할 때도 김인경은 꾸준히 파를 적었다. 5번 홀에서 1m 버디 퍼트를 성공하면서 선두로 올라서기도 했다. 하지만 6번 홀에서 퍼트가 급격히 흔들렸다. 2m도 안 되는 파 퍼트를 놓친 데 이어 1m 거리의 보기 퍼트마저 놓쳤다. 2012년 나비스코 챔피언십 마지막 홀에서 30cm 거리 퍼트를 놓친 후 되풀이됐던 악몽이 떠오르는 듯 했다.

그렇지만 7번 홀에서 다시 페이스를 찾았다. 7번 홀 티샷이 벙커에 빠졌고, 레이업 후 세 번째 샷도 짧아서 그린을 놓쳤다. 프린지에서 8m 거리의 먼 거리에서 퍼터를 잡았다. 파 퍼트를 놓치면 6번 홀 더블보기에 이어서 급격하게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김인경은 마음을 가다듬고 신중하게 퍼터를 쥔 뒤 스트로크를 했다. 퍼터를 떠난 공은 6번 홀과는 달리 쉽게 홀컵으로 빨려 들어갔다.

7번 홀 파 세이브로 살아난 김인경은 8번 홀(파3)에서 반격의 4m 버디를 낚으며 11언더파로 올라섰고, 선두 경쟁을 이어갔다. 후반 들어 강심장의 박인비, 김세영과 경쟁에서 잘 버텼다. 14번 홀에서는 4.5m 거리의 어려운 파 퍼트도 성공했다. 기세가 오른 김인경은 17번 홀에서도 세컨드 샷을 가장 핀 가까이 붙였지만 3퍼트가 다시 나오면서 무너졌다.

김인경은 연장전에서 5전 전패를 기록하고 있는 비운의 선수다. 이번 대회도 마치 연장전 패배처럼 쓰라렸을 것 같다. 연장전 같은 살얼음판 승부가 매홀 진행됐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긍정적인 신호도 보인다. 김인경은 이번 대회 이전까지만 해도 평균 퍼트 수가 30.75개까지 치솟았다. 비록 최종 라운드에서 2차례의 3퍼트가 나왔지만 이번 대회 평균 퍼트 수는 27개로 수준급이었다. 김인경은 이번 대회의 아쉬움을 곱씹으며 퍼트 연습에 더욱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자신 안에 최대 적이 있는 것 같은 김인경은 3위라는 올 시즌 최고 성적표를 수확했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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