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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샷 루틴의 중요성 일깨운 김세영의 역전패

이지연 기자2015.04.07 오전 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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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에서 프리샷 루틴은 샷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극도의 긴장감 아래서 김세영은 프리샷 루틴이 깨졌다.[게티이미지]

파3 14번홀.

메이저 대회 첫 우승을 노리던 김세영은 2.5m거리의 파 퍼트가 홀을 지나치자 70cm 거리의 보기 퍼트를 남겼다.

그러나 김세영은 스트로크에 앞서 멈칫했다. 이내 동작을 풀더니 다시 한 번 홀을 쳐다봤다. 평소와 달리 볼 앞에서 머뭇거렸던 김세영은 짧은 거리의 보기 퍼트도 놓치면서 4퍼트로 더블보기를 했다. 시즌 2승,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의 꿈이 날아가는 순간이었다.

 김세영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 ANA 인스피레이션의 역전패는 프리샷 루틴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준다.

김세영은 6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 란초미라지의 미션힐스골프장에서 열린 최종 4라운드에서 3타차 단독 선두로 출발했지만 3타를 잃고 합계 7언더파 공동 4위를 했다.

세계랭킹 3위 스테이시 루이스(미국)의 거센 추격을 받은 김세영은 4번홀(파4)에서 티샷 실수로 더블보기를 했다. 그래도 흔들리지 않고 특유의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친 끝에 9번홀까지는 2타 차 선두를 유지했다.

 그러나 캘리포니아 사막의 모래 바람이 거세진 후반 9홀에서 김세영은 눈에 띄게 멈칫거렸다. 태권도 유단자인 김세영은 배짱이 좋다. 어떤 상황에서도 물러서는 법이 없다. 플레이도 성격만큼이나 시원시원해 다른 선수들이 샷을 하는 동안 준비를 하고 본인의 차례가 오면 타깃을 한, 두 차례 확인한 뒤 바로 샷을 한다. 통산 6승(한국 5승, 미국 1승)을 모두 역전승으로 거두면서 "지키는 플레이를 하면 오히려 결과가 좋지 않았다. 공격적으로 할 때 결과도 좋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그는 달라졌다. 1~3라운드 54개 홀에선 보기를 6개 밖에 하지 않았지만 최종일 후반 9홀에서만 더블보기 1개와 보기 4개를 범했다. 김세영은 "바람이 너무 강해져 정신이 없었다. 샷이 마음대로 되지 않았고 실망스러운 라운드였다"고 말했다. JTBC골프 임경빈 해설위원은 “긴장한 상황일수록 몸에 밴 프리샷 루틴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 루틴이 깨지면서 샷도, 퍼트도 흐트러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골프에서 샷을 하기 전 준비 동작인 프리샷 루틴은 매우 중요하다. 극도의 긴장 상황에서는 프리샷 루틴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샷의 결과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프리샷 루틴의 시간은 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프로 골퍼들은 거의 오차가 없을 만큼 기계적으로 준비 단계를 밟는다. 그러나 이 루틴이 깨지면 미스 샷이 나올 확률이 높아진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1996년 마스터스에서 6타 차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했다가 닉 팔도(잉글랜드)에게 5타 차 역전패를 당한 그렉 노먼(호주)이었다. 노먼은 3라운드까지 프리샷 루틴에 이어 샷을 하기까지 26초가 걸렸으나 마지막 날엔 무려 38초의 준비 시간을 가지면서 스스로 무너졌다. 이후 골프계에는 ‘노먼처럼 무너지다(Normanify)’라는 용어가 생기기도 했다.

 이지연기자 eas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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