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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주 JTBC 우승. 피닉스 현장 스트레이트

성호준 기자2015.03.23 오전 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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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컵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김효주. [사진=성호준 기자]

"지난 달 태국에서 같이 경기할 때는 샷 거리가 많이 뒤졌는데 이번엔 이상하게도 효주가 루이스보다 더 멀리 나갔어요."

김효주의 캐디 서정우(31)씨는 시상식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지 못해 낑낑대는 김효주를 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JTBC 파운더스컵의 트로피는 LPGA 투어에서 가장 무겁다. LPGA 투어를, 아니 사실상 여성 프로 골프를 만든 13명의 창립자를 기리기 위한 중요한 대회이기 때문이다.

만 열아홉의 김효주가 괴력을 냈고, 이 중요한 대회의 우승컵을 들었다. 김효주는 더 큰 상대를 만날 때마다 더 강해진다. 지난해 에비앙에서 카리 웹을 꺾을 때도 그랬다. 올해 루키로 LPGA 투어의 미래가 될 것으로 꼽혔던 김효주는 이 우승으로 여자 골프의 현재가 됐다. 김효주는 세계랭킹 4위로 올라선다.

김효주는 "미국 첫 경기에서 우승해서 아주 좋은데 생각보다 너무 일찍 찾아와 이상하다. 정말 이렇게 쉽게 될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20언더파를 넘긴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신기해 했다.

열 살 터울의 김효주와 스테이시 루이스(30)가 애리조나 사막의 태양 아래에서 펼친 이 경기는 1977년 디 오픈에서 잭 니클라우스(미국·75)와 톰 왓슨(미국·66)이 벌인 골프 최고의 명장면 '백주의 결투(duel in the sun)'를 연상시키는 접전이었다.

경기는 18라운드의 복싱 경기를 보는 듯 치열했다. 스코어로 보면 12개 라운드는 비겼고 김효주가 3개, 루이스가 3개 라운드에서 이긴 셈이었다. 버디로 비긴 홀이 4홀이나 될 정도로 난타전이었다. 특히 후반 9홀이 멋졌다. 김효주는 마지막 8개 홀에서 버디 5개, 루이스는 4개를 잡았다.

1대1 매치플레이였다면 두 선수는 올스퀘어(동점)로 비겼을 것이다. 그러나 김효주는 2타 앞선 채 마지막날 경기를 시작했고 마지막 홀에서 상대를 KO시켰다. 김효주는 3타 차로 우승 트로피를 안았다.

벌집이 김효주를 깨웠다. 김효주는 10번 홀 두번째 샷을 앞두고 경기위원에게 구제를 요청했다. 공이 나무 근처에 있어 정상적인 샷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마침 옆에 벌집이 있었다. 김효주는 "벌이 무섭다"면서 여러 차례 무벌타 드롭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효주는 "화가 난게 아니고 무서웠다"고 했다. 표정은 화난 쪽에 가까워 보였다. 결국 그는 보기를 했다. 김효주는 “보기가 나오고 오기도 나왔다”고 했다.


이 보기 후 김효주는 3연속 버디를 했다. 12번 홀 10m가 넘는 거리의 버디퍼트 등 상대로서는 매우 아픈 것이었다. 그러나 루이스도 2홀 연속 버디를 하면서 버텼다. 캐디 서정우씨는 "세 버디 모두 주먹으로 아주 세게 때린 건데 루이스가 맞받아치는 것이 대단했다"고 말했다.

루이스는 끝까지 버텼는데 마지막 홀 두번째 샷이 디봇에 들어간 것이 불운이었다. 버디 기회를 만들지 못했고, 김효주가 버디를 잡자 파 퍼트도 넣지 못하고 무너졌다. 루이스는 “멋진 경기였다. 김효주는 견고했다”고 칭찬했으나 어깨에 힘이 없었다. 그는 최근 3경기 모두 우승경쟁을 했으나 모두 한국 선수에게 졌다.

마지막날 5언더파를 친 김효주는 합계 21언더파, 루이스는 18언더파다. 지난해 비회원으로 메이저 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김효주는 LPGA 투어 회원이 된 뒤 처음으로 우승했다. 올 시즌 LPGA 투어는 6경기 모두 한국 혹은 한국계 선수가 우승했다.

이일희와 이미향이 16언더파 공동 3위, 최나연과 김세영은 15언더파 공동 6위다. 리디아 고도 15언더파인데 최종라운드 3언더파로 24라운드 연속 언더파 기록을 이어갔다. 장하나와 양희영은 13언더파 공동 13위다.

피닉스=성호준 기자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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