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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호준의 세컨드샷-한국 선수 너무 많이 우승하나

성호준 기자2015.03.21 오전 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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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LPGA 투어에서 한국 선수들이 선전하고 있다. 5개 대회에서 4번 우승했다. 교포인 리디아 고까지 포함하면 5경기 챔피언 모두 한국에서 태어난 선수다. 일부 팬들은 한국 선수들이 너무 많이 우승하는 것 아니냐, 선수들이 불이익을 받는 것 아니냐, LPGA 투어 대회가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한다.

결론은 아니다. 걱정할 필요 없다. 스포츠에서 잘 하는 것은 죄가 아니다. 코미디언 고 이주일씨의 유행어인 “못생겨서 죄송합니다”도 아니고, 잘해서 미안할 것은 없다. 더 열심히 했으니까 잘 하는 것이다. 성적을 가지고 단죄를 해야 한다면 한국 선수만큼 하지 못하는 미국 선수들이 문제다.

미국은 각 분야에서 최고를 데려와서 성장한다. 그게 미국의 경쟁력이다. LPGA 투어의 목표도 명백하다. 최고 선수들이 뛰는 투어다. 한국 선수들은 LPGA 투어의 중요한 자원이다.

그 최고 선수가 미국 선수였으면 더 좋아하겠지만 아니라고 싫은 내색을 할 수는 없다. 미국은 인종·성별·종교 등에 따라 차별을 할 수 없다. 미국 메이저리그에 중남미 선수가 많다고 해서, NBA에 비주류인 흑인 선수들이 압도적으로 많다고 해서 문제 삼지 못한다. 2008년 한국 선수들에게 영어 시험을 치르려 했던 LPGA 투어가 미국 언론의 십자포화를 맞은 이유다.

미국인이 아니라 스웨덴 선수인 안니카 소렌스탐과 호주 선수인 카리 웹이 둘이 합쳐 10몇승 씩 몇 년을 지배해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한국 선수가 많이 우승하면 왜 안 되는가. LPGA 투어는 글로벌 투어가 됐다. 요즘 한국 선수들은 매너도 세련됐다. 스타성을 갖춘 선수도 많다.

흥행도 우리가 걱정할 일은 없다. LPGA 투어에는 흥행 걱정하라고 월급 받는 직원들이 있다. 한국도 나름 일조한다. 한국 기업은 현재 열리고 있는 JTBC 파운더스컵을 비롯, 기아 클래식, 롯데 챔피언십, 하나-외환 챔피언십의 타이틀 스폰서를 맡고 있다. 한국 기업이 미국선수를 후원하는 일도 생기고 있다.

미국 골프 시청자들은 한국 선수가 LPGA 투어 5경기에서 모두 이겼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미셸 위를 한국인으로 보지 않는 것처럼 리디아 고도 한국인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 미셸 위가 US오픈을 포함 2승이나 했고 오랜만에 미국 선수(스테이시 루이스)가 올해의 선수상을 탔기 때문에 미국 선수의 부진이 심각하다고 볼 수도 없다.

한국 선수들이 앞으로 모든 대회에서 우승할 수도 없다. 한국 선수들이 우승할 때 맘껏 즐겨도 된다. 한국 선수들 너무 많이 우승하는 것 아닌가 하고 걱정하면서 보기엔 골프는 너무 재미있다.

피닉스=성호준 기자
kar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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