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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라이벌 열전⑨ 마지막 투혼 박세리-웹

서창우 기자2015.01.25 오전 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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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호주를 대표하는 여자골프의 전설 박세리와 카리 웹. 수많은 골퍼들의 롤 모델로 꼽히는 이들은 올 시즌에도 당당한 모습으로 투어 무대를 누빌 예정이다. [골프파일]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 당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는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카리 웹(호주)-박세리(하나금융)가 트로이카를 형성하며 최고의 전성기를 맞았다. 그러나 소렌스탐이 2008년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하며 전열에서 이탈하자 구도가 무너졌다. 웹과 박세리는 잠시 동력을 잃은 듯 했지만 여전히 투어 무대를 누비고 있다. 제 2의 전성기를 맞은 웹과 반등을 꿈꾸는 박세리는 자존심을 걸고 불꽃 튀는 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박세리와 웹은 LPGA 투어 데뷔와 함께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1998년 입회한 박세리는 메이저 LPGA 챔피언십과 US여자오픈을 연거푸 석권하며 신인왕을 차지했다. 또 국내선수 최초로 AP통신 선정 올해의 여자선수에 뽑히기도 했다. 웹은 1996년 데뷔해 투어 4승을 거두며 신인왕, 상금왕을 거머쥐었다. 또 박세리와 웹은 2007년과 2005년 나란히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는 등 ‘살아있는 전설’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최근 5년간 성적을 살펴보면 웹이 박세리를 압도했다. 웹은 LPGA 투어에서 5승을 거뒀고 지난해에는 2승을 챙기며 노익장을 과시했다. 반면 박세리는 2010년 이후 우승이 없다. 지난 시즌 어깨 부상을 딛고 메이저 에비앙 챔피언십에 출전했지만 공동 47위에 그쳤다. 결국 2001년 브리티시여자오픈 우승 이후 13년째 도전했던 커리어 그랜드슬램의 기회를 미뤄졌다. 세계랭킹도 웹이 9위로 59위 박세리에게 크게 앞서 있다. 그러나 박세리는 이대로 물러설 수 없다는 각오다. 그는 지난 달 하나금융그룹 골프단 후원 조인식에서 “새로운 출발점에 섰다고 생각한다. 선수 생활의 결승점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내년에는 초심을 되찾아 다승을 노리겠다”고 이를 꽉 깨물었다.

박세리와 웹은 수많은 후배 골퍼들의 롤 모델로 꼽힌다. 박세리는 지난 1998년 US여자오픈에서 ‘맨발의 투혼'으로 IMF 외환위기 속에서 시름을 앓던 국민들에게 희망을 선사했다. 이후 박세리는 숱한 ‘세리키즈’를 낳았다. LPGA 투어 루키 백규정은 “어릴 적 박세리를 보고 자랐다. 박세리는 나의 꿈이자 목표다”고 말했다. 웹도 후배 골퍼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웹과 국가 대항전 인터내셔널 크라운에서 짝을 이뤘던 이민지(호주)는 호주 일간지 커리어메일과 인터뷰에서 “웹은 여자골프에서 필요로 하는 롤 모델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가 쌓은 훌륭한 업적에서 보여주듯 그를 정말 존경한다. 내년 리우 올림픽에서 웹과 함께 올림픽 무대를 누비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은 LPGA 투어 20승 이상을 기록한 베테랑 골퍼지만 항상 열린 자세로 골프를 대한다. 박세리는 에비앙 챔피언십 이후 인터뷰에서 “다시 한 번 더 배운다. 이게 바로 골프의 매력이다. 현재 최고의 골퍼라고 해서 계속 최고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웹도 “만약에 내가 배움에 대한 의지가 없다면 이 무대에서 5년 전에 사라졌을 것이다. 이런 마음가짐 덕분에 지금 내가 필드 위에 서 있는 것 같다”며 “골퍼에게 변화는 필수다”고 강조했다.

박세리와 웹은 투어 생활만 18년 이상 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골프 여제’라 할지라도 은퇴에 대한 고민은 앞서기 마련이다. 최근 LPGA 투어는 강력한 10대 골퍼들의 등장과 함께 젊어지고 있고, 노장들은 서서히 설 자리를 잃어가는 추세기 때문이다. 골프 오스트레일리아 닷컴에 따르면 웹은 2009년에 은퇴를 생각했다고 한다. 그는 당시 LPGA 투어 J골프 피닉스 엘피지에이 인터내셔널 우승 전까지 3년 동안 미국 무대에서 우승이 없었다. 그러나 지난해 투어 2승을 거두며 제2의 전성기를 맞은 웹은 최근 은퇴에 대한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바 없다. 반면 박세리는 “2016년 은퇴를 생각하고 있다. 선수 생활 이외에도 애로사항이 있다. 나이도 상대적으로 걸림돌이 된다. 그때는 선수가 아닌 후배를 돕는 일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서창우 기자 real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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