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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주-백규정 인터뷰① ,"그래도 신인왕 양보 없다"

김두용 기자2014.12.31 오후 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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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규정은 "효주가 잘하고 있으니까 나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도 생기고 더 열심히 하게 된다"고 했다. 김효주도 "경쟁자가 있어서인지 더 잘 하려고 노력했고, 동기부여가 돼서 시너지 효과가 생긴 것 같다"고 맞장구를 쳤다. [사진 김두용 기자]

김효주와 백규정이 손을 맞잡았다. 10년 넘게 알고 지낸 친구지만 손을 맞잡고 선의의 경쟁을 약속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두 소녀는 지금껏 한 번도 동반 인터뷰나 동반 사진촬영을 한 적이 없다. 골프는 개인 운동이라 동선이 달라 대회가 아니면 특별히 마주할 일도 없는데다 미묘한 경쟁 심리가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한일전이 끝난 뒤 우승도 했고, LPGA 투어도 함께 진출하니 동반 촬영을 하자는 제안에 둘은 의외로 쉽게 승낙했다. 손을 맞잡고 환하게 웃는 소녀들 사이에는 어떤 벽도 없었다. 티 없이 맑은 얼굴. 새로운 모험을 앞둔 스무 살의 설렘 가득한 표정은 감춰지지 않았다.

라이벌, 그리고 시너지 효과

김효주와 백규정은 목표 승수를 ‘손가락으로 표현해달라’고 하자 단칼에 거절했다. “그런 건 없어요.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어떻게 알겠어요”라며 입을 삐죽 내밀었다. 루키가 세계 정상급 골퍼들이 모두 모이는 ‘정글’에서 몇 승을 하겠다는 선전포고를 하는 건 사실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루키로서의 목표’를 물었다. 그랬더니 자동반사적으로 “신인상은 꼭 차지하고 싶다”는 답변이 공통적으로 돌아왔다. 속으로는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몰라도 어찌됐던 표면적인 그들의 목표는 LPGA 투어 신인상이다.

김효주와 백규정이 신인상을 놓고 다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백규정은 주니어 시절부터는 김효주의 등 뒤를 보면서 따라가는 입장이었다. 김효주가 아마추어 때 프로대회에서 우승하면서 출전권을 받아 2013 시즌 국내 투어에 먼저 뛰어 들었고, 백규정은 그해 2, 3부 투어에서 기량을 닦은 뒤 퀄리파잉(Q) 스쿨을 통해 2014년 국내 1부 투어에 데뷔했다. 국내 여자 투어 신인상도 2013년 김효주, 2014년 백규정의 몫이었다.

LPGA 투어 우승도 김효주가 빨랐다. 김효주는 지난 해 9월 LPGA 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백규정은 10월 국내에서 열린 하나·외환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김효주보다 항상 한 발 늦다’는 질문에 백규정은 “내가 늦다고 하는 것보다 효주가 빠르다고 하는 게 맞는 것 같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어릴 때부터 라이벌이라고 하면서 많이 비교가 됐는데 어리석은 것이다. 골프는 상대성이 있는 게 아니고 개인 운동이다. 효주가 잘하고 있으니까 나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도 생기고 더 열심히 하게 된다”고 했다. 김효주도 “경쟁자가 있어서인지 더 잘 하려고 노력했고, 동기부여가 돼서 시너지 효과가 생긴 것 같다”고 맞장구를 쳤다.

친한 친구지만 우승 앞에서는 양보할 수 없는 것이 승부의 세계다. 평소 자신의 목표에 대해서 철저히 함구했던 김효주는 “LPGA 투어 진출로 다시 프로 첫 해 때 신인으로 돌아가는 기분이다. 새로운 무대에서 시작하는 만큼 신인상을 꼭 차지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백규정도 “2014년처럼 열심히 하다 보면 신인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일단 적응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힘을 줬다.

세계랭킹 1위를 향한 도전

김효주와 백규정은 서로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안다고 자신한다. 둘은 “저만큼 잘 아는 사람은 없을 거에요”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백규정은 “10년 넘게 알고 지냈어요. 효주가 좋아하는 거 싫어하는 거 심리 등을 제가 가장 잘 알거에요. 서로 배울 점은 배우고 오랫동안 부상 없이 같이 뛰었으면 좋겠어요”라며 선의의 경쟁을 약속했다. 김효주도 “아마 골프를 그만둘 때까지 쭉 규정이와 함께 갈 것 같아요”라고 동조했다.

함께 있으면 대회 얘기는 잘 하지 않는다. LPGA 투어 진출을 앞두고도 “가서도 잘 하자”라는 얘기 외에는 특별한 얘기를 나누진 않았다고. 다만 정보 공유는 가끔씩 한다. 백규정은 김효주와 친분이 있는 리디아 고에 대해 이따금 물어봤다. 김효주는 백규정의 궁금증에 “나보다 잘 하는 선수”라고 답했다고 한다. 김효주는 리디아 고와 국제무대에서 자주 만났고, 2014 LPGA 하나·외환 챔피언십에서도 동반 라운드를 했다. SNS로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라곤 했지만 김효주는 “너무 바빠서 하나·외환 챔피언십 이후에는 연락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김효주와 백규정은 가깝지만 서로를 의식한다. 올해 자신의 점수를 매겨달라고 하자 김효주는 “90점이다. 올해 정말 잘했지만 100점은 아니다. 나머지 10점은 은퇴할 때쯤 채울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자 백규정은 “나는 80점정도다.효주는 나보다 잘 해서점수가 높다. 20점을 채워 나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앞으로 갈 길이 한참 더 멀다”라고 설명했다. 둘은 나란히 세계랭킹 1위 도전을 꿈꾸고 있다. 또 2016년 리우 올림픽에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하고 싶은 바람도 있다. 세계랭킹 8위 김효주와 11위 백규정은 한국을 대표해서 출전할 가능성이 있다. 둘보다 세계랭킹이 높은 한국 선수는 1위 박인비와 7위 유소연 2명 뿐이다. LPGA 투어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세계랭킹 포인트를 더 많이 쌓을 수 있다. 바로 이 점이 2016년 올림픽을 겨냥하고 있는 김효주와 백규정이 LPGA 투어에 진출한 이유이기도 하다.

가지런히 뻗은 기차 길처럼 같은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기착지는 조금 달랐다. 김효주는 “올해에 가장 기대되는 대회는 역시 에비앙 챔피언십이다. 대회 2연패에 도전하겠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에비앙 챔피언십은 김효주의 이름을 세계에 널린 알린 대회다. 그는 1라운드에서 남녀 메이저를 통틀어 18홀 최저타인 61타 기록을 세웠다. 또 19세2개월의 나이로 우승하면서 한국인 최연소 메이저 우승 기록도 새로 썼다. 당시의 설렘과 기쁨을 다시 한 번 느껴보고 싶은 게 솔직한 마음이다. 그럼에도 김효주는 “에비앙도 그렇지만 새 출발이니 출전하는 대회 모두가 기대되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초심을 강조했다.

백규정은 US 여자오픈이 가장 기대되고 우승을 해보고 싶은 대회라고 했다. 백규정은 “언니들이 그러는데 US 여자오픈은 느낌이 확실히 다르다고 한다. 가장 권위있는 대회이니 만큼 꼭 우승하고 싶다”고 의욕을 드러냈다. 큰 무대 진출을 앞두고 설렘도 가득하다. 백규정은 “마스터스도 꼭 구경하고 싶다. PGA 투어 중 가장 명문 대회니 만큼 구경을 하면서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다”며 호기심 가득한 아이처럼 눈망울을 연신 깜박거렸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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