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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서니 모델 포스 허미정 인터뷰(1)

이지연 기자 기자2014.12.10 오후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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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미정이 지난 9월 요코하마 타이어 클래식에서 다시 정상에 섰다. 2009년 세이프웨이 클래식 우승 뒤 5년 만이다. 그에게 우승이 없던 5년은 인고의 시간이었다. 스윙 교정으로 인한 부진, 스폰서와의 결별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등이 겹치면서 밑바닥까지 떨어졌다. 맨발로 거친 비포장 길 위를 걷듯 힘겨운 시간이 이어지면서 상처는 점점 더 커졌다. 그러나 고통 없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는 법. 5년 만에 끝이 보이지 않는 듯 했던 터널에서 빠져 나온 허미정의 골프 인생은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다.

요코하마 타이어 클래식에서 우승한 뒤 기뻐서 얼굴은 활짝 웃고 있는데 눈에선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는 모습이 큰 화제였다.
그동안 어깨에 실려 있던 무거운 짐 덩어리를 내려놓은 듯 정말 홀가분하고 행복했다. 한편으로는 힘들었던 시간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가장 눈물 나게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나?
지난 몇 년간 슬럼프를 겪으면서 아버지에게 ‘다시 퀄리파잉(Q)스쿨을 치러야 할 정도로 공이 안 맞으면 골프를 그만 두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2007년에 미국으로 건너 가 처음 Q스쿨을 봤을 때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다. 스폰서 없이 경제적인 여유도 없는 상황에서 절대 낙방해선 안 된다는 심리적 압박감이 겹치면서 내 경기를 못 했다. 그 때가 가장 힘들었고, 그런 최악의 상황을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았다.

우승 당시 한 골프 브랜드의 모자를 썼지만 메인 스폰서가 없어 사서 쓴 것이라고 들었다. 어떻게 된 일인가?
성적이 나지 않으면 아무래도 스폰서와의 관계도 멀어질 수밖에 없다. 프로 데뷔 후 줄곧 코오롱 엘로드의 후원을 받아왔지만 2013년을 끝으로 관계가 끝났다. 부진한 선수에게 관심을 보이는 곳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스폰서는 무엇보다 선수의 자존심이기 때문에 기운이 빠졌다. 스폰서가 없는 선수들은 로고 없는 빈 모자를 쓰지만 난 그게 서글펐다. 그래서 옷과 모자를 사서 썼는데 그 경비도 만만치 않았다. 엄청난 투어 경비까지 개인적으로 감당해야 해서 정말 힘들었다.

슬럼프가 길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2008년 LPGA 2부 투어를 거쳐 2009년 정규 투어에 가자마자 세이프웨이 클래식에서 우승을 했다. 그러나 솔직히 준비되지 않은 우승이었던 것 같다. 너무 빨리 우승하면서 모든 걸 다 이룰 수 있겠다는 자만심이 생긴 것이 사실이다. 골프도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 성적에 연연해 스트레스를 받으니 플레이에 집중하지 못했다. 그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2009년 말부터 코치를 5명이나 바꿔가며 샷 교정에 집중했는데 오히려 장점이었던 쇼트게임마저 나빠졌다. 3년 넘게 스윙만 교정하다가 이도저도 아닌 상황이 됐다.

우승도 했는데 굳이 스윙 교정을 할 필요가 있었나?
우승은 했지만 사실 스윙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1년에 2~3주 정도 진짜 감이 좋을 때가 있는데 딱 그 때였다. 주니어 시절부터 다운스윙 때 약간 엎어 치는 경향이 있었는데 한 번 샷이 맞지 않으면 아웃오브바운즈(OB)가 자주 나오고 난조에 빠졌다. 프로에 와서도 마찬가지였고, 스윙은 한, 두해에 고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 교정을 시작했다. 첫 해인 2010년에는 2,3등도 하고 나쁘지 않았지만 2011년에는 정말 최악이었다. 컷 통과보다 탈락이 더 많았고 원래 내 스윙도, 새로 배운 스윙도 다 없어져 머릿 속이 복잡했다. 경기를 하다가 몇 번을 포기할까 고민하기도 했다. 아마추어가 쳐도 이렇게는 안 칠 거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지연기자 eas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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