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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주의 우승 조력자들

김두용 기자 기자2014.09.16 오전 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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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캐디 출신인 고든 로완은 김효주의 요청으로 중국에서 날아와 환상의 호흡을 뽐냈다. [골프파일]

에비앙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 18번홀에서 김효주(롯데)가 극적인 5m 버디 퍼트를 홀컵에 떨어뜨리자 마치 월드컵 분위기가 났다. 늦은 밤이었지만 월드컵에서 골이 나면 그렇듯 일부 가정집에서는 짧고 굵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김효주의 우승은 축구의 역전골만큼이나 짜릿했다.

김효주의 극적인 우승에 국민 모두가 기뻐했다. 그의 곁을 지킨 조력자들은 더욱 그랬다. 한연희 전 국가대표팀 감독은 김효주의 유일한 스승이라 할 수 있다. 초등학교 5학년부터 지금까지 김효주를 가르치고 있다. 물 흐르는 듯 이상적인 스윙을 하는 김효주를 보고 외국인들이 ‘정말 멋진 스윙’이라며 캐디를 자청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이런 김효주의 스윙을 탄생시킨 조력자가 한연희 전 감독이다. 그는 “누구나 자기 몸에 맞는 스윙이 있다. 리듬감과 유연성이 좋기 때문에 김효주는 몸에서 헤드가 최대한 떨어져서 그 무게를 느끼고 원심력을 이용하는 템포 스윙이라 할 수 있겠다”라고 설명했다. 김효주는 한 리듬으로 자연스럽게 피니시 팔로까지 연결하는 정통 스윙을 하고 있다는 말이다.

제자를 위해 국제 대회라 하더라도 빠짐없이 동행하는 한 전 감독은 이번에도 프랑스에서 김효주를 도왔다. 코스를 어떻게 공략할 것인지 전략을 세우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믿음을 심어줬다. 그는 “그동안 치렀던 LPGA 투어 성적이 좋았기 때문에 우승 가능성이 있다고 봤고, 자신감을 불어넣어줬다”고 말했다. 한 전 감독이 손과 발이 됐다면 그의 딸은 김효주의 입이 됐다. 신봉고 2학년인 한지수(17)씨는 영어가 부족한 김효주의 즉석 통역을 맡았다. 학교에 현장 학습 신청을 하고 에비앙을 찾았던 그는 김효주와 함께 TV 화면에 포착돼 관심을 끌기도 했다. 해외 언론들은 헤로인 김효주의 인터뷰를 위해 한씨를 먼저 찾았던 것이다.

2년 만에 다시 호흡을 맞췄던 캐디 고든 로완도 화제였다. 김효주는 1라운드에서 메이저 최저타 기록을 세운 뒤 “캐디 덕분에 즐겁게 라운드를 할 수 있었다”고 말한 바 있다. 이곳 골프장의 하우스 캐디 출신인 로완은 코스를 속속들이 알고 있다. 로완은 최종라운드 18번홀 버디 퍼트를 앞두고도 라인을 잘 보지 못했던 김효주를 도와줬고, 결국 우승을 합작했다. 로완은 현재 캐디 일을 그만뒀지만 김효주의 요청으로 중국에서 날아와 다시 골프백을 멨다. 그는 현재 속옷을 만드는 기업의 시니어 매니저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로완은 카리 웹이 파 퍼트를 놓쳤을 때 우승이 확정됐다는 것을 눈치 채지 못했던 김효주에게 우승을 일깨워주기도 했다. 김효주가 캐디 말을 듣고 나서 어리둥절해하고 믿지 못하겠다는 모습을 보인 건 방송에서도 나타났다. 로완은 “선수가 리더보드를 보지 않았던 것 같다. 웹이 파 퍼트를 놓친 뒤에도 누가 이겼는지 모르고 있었다”라고 털어놓았다. 2년 전 대회에서 공동 4위로 호성적을 냈고, 이번에는 우승을 도왔던 로완은 인센티브로 우승 상금의 10%를 받게 되는 등 쏠쏠한 부수입을 챙기게 됐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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