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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엘 강,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

고형승 기자2022.11.16 오후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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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엘 강은 올해 상반기에 자기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사진 조병규]

대니엘 강은 조부모와 아버지의 향기가 짙게 밴 한국을 사랑한다. 비록 가슴에 달린 성조기와 미국말이 더 자연스러운 외국인이지만 자신을 늘 딸처럼 반겨주고 응원을 아끼지 않는 한국 팬을 그리워한다. 그 향수와 따뜻함을 잊지 못해 대니엘은 올해도 변함없이 한국을 방문했다. 그리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모두 쏟아냈다. 대니엘 강(姜)에서 대니엘 ‘강(強)’이 되어 돌아온 그의 말을 정리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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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를 주 무대로 활동 중인 대니엘 강(미국)은 올해 상반기에 자기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허리 통증이 심해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장시간 앉아 있기도 힘들었다. 상태가 이쯤 되자 그는 경기 출전을 미루고 치료에 전념하기로 마음먹었다.

정밀 진단 결과 척추에 문제(그가 원하지 않기 때문에 병명은 밝히지 않겠다)가 감지됐다. 자의는 아니었지만 이 사실이 미국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대니엘은 한동안 어머니 집과 병원 그리고 연습장을 오가며 재활치료에 전념했고 최근 다시 밝은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예전과 달라진 스윙과 마인드로 한 발 한 발을 힘겹게 내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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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 때문에) 대회에 나가지 않고 쉬면서 연습을 한창 하고 있었다. 그때 LA에서 특별한 경험을 했다. 친오빠와 함께 배우 이병헌 씨와 라운드하는 영광스러운 순간을 맞이했다. 평소 나는 그의 ‘빅 팬’이었다. 30년 가까이 골프를 했다고 들었다. 그가 직접 한 말이었다. 경기를 마치고 (이병헌 씨로부터)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골프는 저렇게 하면 절대 안 된다는 걸 너무 많이 배웠다. 어쩜 그렇게 못할 수가. 그래도 연기는 최고이니까 괜찮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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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생활에 관해 많이 오픈한 사람 중 하나다. 다른 사람이 내 사생활을 알아도 신경 쓰는 타입이 아니다. 하지만 내 병에 관해서 만큼은 예외다. 우리는 몸으로 때워야 하는 운동선수다. 이건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선수가 몸이 아프다고 대외적으로 밝히는 건 좋지 않다. 주위에서 내가 아프다는 것을 아는 것 자체가 싫다. 비리비리하게(?) 보이는 게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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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아픔과 어려움이 있다. 그 크기는 상대적이다. 내가 겪은 일에 관해 ‘1 더하기 1이 2’라고 자세히 설명해도 사람에 따라 다른 크기로 받아들인다. 어떤 사람에겐 부모가 돌아가시는 게 가장 큰 아픔이고 슬픔이다. 그것을 장해물이라고 할 때 또 다른 사람에겐 장해물이 이혼일 수도 있고 다른 이에게는 자식을 잃는 것일 수도 있다. 내 장해물의 크기와 높이를 아무리 설명해도 그들은 이해할 수 없다. 사람은 자신만의 장해물이 있고 자신만의 싸움이 있다. 그 싸움에서 이겨내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다. 불행하게도 내가 원해서 이런 스토리가 나가게 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스토리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고 말았다. (병마와 싸우는) 과정은 정말 힘들었다. 그리고 빨리 돌아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지금도 그 과정 중에 있으며 많이 좋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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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을 때 어머니는 내게 최고의 빛을 보여줬다. 어머니 집에서 몇 달간 머무르며 시간을 함께 보냈다. 자기 딸이 아픈 걸 지켜보면서 괜찮은 어머니는 세상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머니는 항상 ‘괜찮다’고 말했다. 늘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위로해줬다. 그리고 굳이 이겨내려고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고 했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만 하고 앞으로 나아가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심어줬다. 그것이 최고의 희망 메시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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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TV 중계를 통해 다른 선수가 우승하는 모습을 그저 지켜보고 있으니 오만 가지 생각이 들었다. 골프를 정말 좋아하는데 대회에 참가할 수 없으니 그것이 무엇보다 답답했다. 나는 대회에 나갈 때 전쟁을 치르러 나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전투에 나가 싸워볼 기회조차 가져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그 부분이 정말 힘들었다. 그때 어머니는 내게 이런 질문을 건넸다. “골프가 정말 네 인생의 전부이니?” 나는 이미 골프가 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다. 그 질문을 받자마자 바로 “아니”라고 답했다. 그러자 이내 마음이 편해졌다. 어쩌면 최근에 나는 골프에서 떠날 수 있는 마음가짐을 배웠는지도 모르겠다. 세계 최고가 되지 못하면 골프를 그만둘 수 있다. 그런데 내 뜻이 아닌 다른 요인으로 인해 골프를 그만둘 수도 있다는 생각에 잠시 화가 났을 뿐이었다. 평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옆에서 적절한 타이밍에 그런 질문을 해준 어머니가 정말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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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속에는 내가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그것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너무 힘들다. 그 빌어먹을 노력. 모든 것을 걸고 해야 하므로 그렇다. 얼마만큼의 노력을 기울여야 그 결과에 도달할 수 있는지를 이미 알고 있으므로 다시 처음부터 그 이상의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는 것은 정말 죽기보다 싫은 일이다. 내면의 나와 힘겹게 싸워야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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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성격이 좋다고 생각한다(웃음).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타입이다. 참고로 MBTI(성격 유형 검사)에서 내 유형은 ‘ENFJ(가수 강다니엘도 이 유형으로 알려져 있다)’이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건 취향의 문제다. 난 내 친구들 또는 주위에 있는 사람들만으로도 이미 행복하다. 그들이 나를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그것 역시 관심이 없다. 그냥 나는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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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만 이야기하는 사람이 좋다. 나에게 솔직하고 의도가 없어야 한다. 목적을 갖고 접근하는 사람이나 의도를 갖고 행동하는 사람은 진실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당연히 관계가 필요할 때는 있다. 하지만 사람 관계는 늘 그런 의도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솔직한 사람에게 끌리고 그 사람들도 내 솔직한 모습에 끌리는 것 같다. 친구들은 나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내가 골프를 못해도 되고 가진 것 하나 없어도 옆에 머무를 수 있는 관계다. 나도 친구들에게 바라는 것이 없다. 그들에게 바라는 것은 단순히 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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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어릴 때 향수가 느껴지는 특별한 장소다. 할머니 댁에 가서 송편을 만드는 것, 할아버지랑 앉아서 TV를 보는 것, 아버지랑 눈사람 만드는 것, 어머니랑 국제시장(부산)에서 머리핀을 사러 돌아다니던 것 등등. 그런 추억이 다른 곳에는 없다. 어릴 때 먹은 정말 맛있는 음식이 있는데 가끔 그걸 다시 먹고 싶을 때가 있다. 그 맛을 다시 느껴보고 싶지만 똑같을 수는 없다. 다만 진한 기억만 존재한다. 마찬가지다. 지금은 모두 돌아가시고 그런 기억은 머릿속에만 남아 있지만 어린 시절 경험하고 느끼던 분위기가 한국에 많이 배어 있다. 그래서 한국에 오는 게 가장 좋다.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 한국말 특히 사투리를 들으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그런지 한국만 오면 성적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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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를 가보고 싶다. 올해 12월에 아프리카 케냐를 여행할 예정이다. 사파리 체험은 꼭 해보고 싶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우간다도 가보고 싶다. 열네 살부터 6년 가까이 내 용돈의 일부를 월드비전을 통해 우간다에 사는 어떤 아이에게 전달했다. 그동안 우간다가 어느 정도 발전했는지 살펴볼 생각이다. 나중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는 직접 눈으로 보고 경험해봐야 알 수 있으니까. 지금 나는 유니세프 홍보대사이다. 자기만족을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게 옳다고 믿는다. 할 수 있을 때 하면 된다. 굳이 ‘내가 왜?’라는 질문까지 갈 필요가 없다. 나에게 피해가 오지 않으면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어릴 때부터 누군가에게 도움 주는 걸 좋아했다. 그게 내가 원하는 삶이기도 하고 내가 살아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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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나게 기쁜 일이 생기면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다. 세상이 멈추는 것 같다. 슬로모션으로 움직이는 것 같다. 그 다음에는 가족이나 친구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이 들겠지만. 그 순간에는 잠시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다. 진공 상태에 들어가 있는 느낌이다. 그런 느낌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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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을 배려하고 신경을 쓰는 건 분명히 있다. 하지만 타인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신경 쓰지 않고 말하는 게 특이한 것 같다. 미국이라는 환경에서 자란 것 때문에 생긴 건 아니다. 부모님으로부터 ‘절대 하기 싫은 것은 하지 말고 하고 싶은 말은 꼭 하고 살라’고 배웠다. 내가 아무리 좋은 사람이고 완벽한 사람이더라도 나를 싫어하는 이는 늘 있기 마련이다. 그러니 내가 마음을 바꿀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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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는 앉아 있기 힘들어서 그림을 잘 그리지 않는다(평소 대니엘은 취미로 그림을 그린다). 원래 그림 그릴 때는 밑그림을 그리고 거기에 컬러를 입히는 방식이다. 나는 최근에 물감을 던져 페인팅하는 방식으로 그림을 그린다. 아이스크림을 그린 것이 마지막이었다. 마음처럼 잘 되지 않는다. 집안을 잔뜩 어지러뜨려 놓고 한국에 왔다. 요즘엔 그림을 그릴 때 (완벽하지 않아서) 스트레스가 더 쌓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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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도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늘 스트레스를 받았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사람이 이상한 것이다. 나는 지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골프는 지는 스포츠다. 그래서 싫어했다. 지금은 이기는 기분만 찾으러 골프장에 나간다. 대회를 앞두고 4번 아이언 샷 연습을 열심히 했다. 바람이 불 때 녹다운 샷으로 굴려서 그린에 올리는 연습을 몇 시간씩 했다. 경기 중 그 샷을 시도했고 거의 홀인원을 할 뻔했다. 샷 하나만으로도 대회에서 우승한 것처럼 느껴졌다. 72홀을 플레이하며 이런저런 위기 상황도 많았지만 그건 전혀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그 샷 하나로 웃으며 돌아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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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성적은 좋은데 골프가 좀 깔끔하지 않은(slobby) 느낌이다. 마음에 전혀 들지 않는다. 허리 때문에 스윙도 바꾸고 일부 자세도 수정해야 했다. 퍼트할 때 30초 이상 허리를 구부리고 있을 수 없어 자세를 바꿨다. 스윙도 바꾸기 위해 코치인 부치 하먼과 긴 시간을 보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짜증 났다. 나는 완벽주의자라서 완벽을 원한다. 하지만 느닷없이 치핑에서 뒤땅이 나고 스리 퍼트를 한다. 아직도 플레이가 칠칠맞지 못하고 엄청 흘리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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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LPGA메디힐챔피언십에서 3위를 했는데 정말 행복했다. 우리집 근처(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근교 소미스)에서 치러진 대회였다. 초등학교 선생님부터 대학교 코치까지 모두 경기를 보러 왔다. 친구들도 오고 그들의 가족까지 총출동해 나를 응원해줬다. 그들 사이에는 예전에 연습하던 드라이빙레인지에서 근무하던 남미인(히스패닉)도 있었다. 그는 내게 다가와 “나를 기억하니?” 라고 물었다. 당연히 기억이 난다. 그는 저녁 9시 30분이면 문을 닫는 곳에서 나를 위해 매트 하나를 치우지 않고 남긴 후 내가 연습이 끝날 때(10시 30분)까지 불을 밝혀준 고마운 사람이다. 그런 사람들에 둘러 싸여 플레이한다는 건 정말 기분 좋은 일이다. 그게 나에게는 우승과 다름없었다. 이미 시간이 많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서른 살이 다 되어가는 선수를 보기 위해 와줬다는 점이 행복했다. 그런 유사한 느낌이 나는 곳이 바로 한국이다. 개인적으로 아는 사람은 없을지라도 한국 팬들은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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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목할 만한 선수가 있다면 단연 태국의 아타야 티띠꾼(현재 LPGA투어 올해의 루키 부문 1위)이다. 2018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HSBC위민스월드챔피언십에서 처음 만났다. 어린 친구(당시 15세)가 정말 잘했다(그 대회에서 공동 8위에 올랐다). 지금도 아직 나이는 어리지만(현재 19세) 게임 자체는 어리지 않다. 조금만 더 경험을 쌓으면 훌륭한 선수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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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목적과 이유를 가지고 행동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골프도 마찬가지이다. 이유가 있는 플레이를 해야 한다. 나는 최선을 다하는 스타일이다. 사람을 만나도 최선을 다해 만나고 밥을 먹어도 최선을 다해 맛있게 먹는다. 친구와 영화를 보러 가도 그 시간에 최선을 다한다. 지금 이 시간은 내가 컨트롤할 수 있지만 그 다음에 오는 시간은 내가 컨트롤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한다. 그것이 내가 인생을 사는 스타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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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따라주지 않으면 그 상황에 맞게끔 플레이해야 한다. 골프장에서만큼은 정말 창의적인 것 같다. 9번 아이언으로 풀 샷이 안 되는 날이 있다. 허리가 좋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다. 그럴 때는 8번 아이언을 들고 컨트롤 샷을 해야 한다. 그러면 당연히 9번보다 핀에 가까이 붙지 않을 수 있다. 캐디 올리버 브렛(Oliver Brett)은 내게 항상 이렇게 조언한다. “버디를 만드는 방법은 한 가지가 아니라 열 가지가 있어.” 그때부터 나는 그림을 그리듯 창의적으로 플레이를 만들어나간다. 마음이 가는 대로 플레이한다. 틀릴 수도 있겠지만 내 상상력을 모두 동원해 플레이한다. 그것이 바로 대니엘 강 표 골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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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를 하다 보면 가끔 지루하거나 심심하다고 느낄 때가 있다. 그런 면에서 골프는 내 성격과 맞지 않은 스포츠다. 기다릴 때나 지루해질 때 또 버디를 이어가고 싶은데 경기 진행이 더딜 때가 간혹 있다. 그럴 때는 가만히 서서 하늘을 쳐다본다. 흘러가는 구름이나 나무 꼭대기를 바라본다. 또 물소리나 바람 소리를 들으려고 한다. 한마디로 나만의 명상하는 방법이다. 골프장에서 내 오감(五感)을 최대한 열어 모든 것을 느껴보려고 집중한다. 지루하고 심심하다고 생각할 바에는 차라리 당장 보이는 것과 들리는 것에 집중한다. 긴장을 완화하고 분위기를 전환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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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가 잘 풀리지 않을 때는 캐디에게 웃긴 이야기를 해달라고 요청한다. 아니면 단어 맞히기 게임(word game)을 한다. 화를 내봐야 잘될 일이 없다. 그렇다고 안되면 기뻐할 사람도 아니다. 차라리 최선을 다해 잊어버리려고 노력한다. 다음 샷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최선을 다해 나쁜 기억을 잊어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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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는 참 특이한 스포츠다. 심판이 없으니까. 자기 자신이 심판인데 거짓말을 하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은 너무 불쾌한 일이다. 잘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유혹에 흔들리는 것은 이해한다. 사람이니까. 하지만 자신의 이득을 위해 의도적으로 남에게 피해를 입히는 건 옳지 않다. 골프는 무조건 의도적인 스포츠이다. 모르고 하는 행동이 없는 게임이다. 실수가 없는 게임이다. 어떤 선수가 ‘실수로 공을 잘못 놓았다’고 말한다면 그건 완전한 거짓말이다. 골프 선수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우리는 단 1mm 때문에 단 1도 때문에 그 경기에서 이기고 지는 사람들이다. 나는 골프에서 ‘치팅(cheating)’이라는 용어가 존재하는 것조차 화가 난다. 인간이니까 법을 위반할 수도 있다. 완벽한 사람은 없으니까. 하지만 위반했으면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으면 된다. 나는 법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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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내가 마음대로 콘셉트를 정해 골프 대회를 개최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긴다면 실내에서 똑 같은 컨디션에 플레이할 수 있는 대회를 열어보고 싶다. 18개 홀을 커다란 돔을 씌워 그곳에서 플레이하는 형태이다. 오전에 티오프 하든 오후에 티오프 하든 동일한 조건에 놓이게 된다. 이건 골퍼에겐 꿈의 대회일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올림픽 스타일로 열고 싶다. 수영이나 육상에 여러 종목으로 나뉘는 것처럼 골프도 드라이버 정확도 부문, 롱 아이언 부문, 쇼트 아이언 부문, 피치 샷 부문 등 부문마다 메달을 수여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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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팬을 위해 더 많은 경기를 하고 싶지만 기회가 많지 않아 아쉽다. 그래도 1년에 한 번씩이라도 와서 팬들을 만날 수 있어서 정말 좋다. 아무리 미국 국기를 달고 있고 미국말을 해도 나를 항상 한국인 딸처럼 대해주는 것 같아서 그 자체가 감동적이다. 그런 점 때문에 항상 한국에 오고 싶은 마음이 든다. 내년에도 다시 한국을 찾을 때 더 많은 사람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내 어린 시절 향수를 간직한 한국, 안녕!


EDITOR 고형승
PHOTO 조병규(BK스튜디오)
HAIR 홍정화(에이라빛)
MAKEUP 김건희(에이라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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