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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고진영의 '이 모습', 올해는 못 본다

김지한 기자2022.10.19 오전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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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LPGA 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고진영. 그는 이듬해 LPGA 투어에 진출해 세계 1위를 롱런하는 골퍼가 됐다.

고진영(27)은 2017년 한국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대회가 어떤 대회보다 값졌다. 당시 열린 LPGA 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박성현, 전인지 등을 제치고 이 대회에서 우승을 거둔 그는 이듬해 LPGA 투어 진출을 선언했다. LPGA 투어 대회에 걸린 우승자 특전 중에 최고 혜택 중 하나인 투어 카드를 잘 살린 고진영은 이 대회 우승을 발판 삼아 여자 골프 세계 1위를 롱런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고진영은 지난해 12월 JTBC골프매거진 인터뷰에서 “골퍼 인생에서 가장 뜻깊은 우승이었다. 그 우승이 없었다면 미국 무대에 도전할 기회도 없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지난해 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고진영과 우승 경쟁한 임희정은 내내 화제를 모았다. 대회 내내 보기 없는 플레이로 선두권을 달린 임희정은 고진영과 연장전 끝에 아쉽게 준우승에 만족했다. 임희정은 이 대회를 마치고서 "이 대회를 계기로 LPGA 투어 (진출)에 대한 목표가 생겼다"며 다음을 기약했다.

한국에서 열린 LPGA 투어 대회는 이렇게 한국 여자 골퍼들에게 큰 기회를 선사해왔다. 비회원 선수가 우승하면 LPGA 투어에 곧장 진출할 수 있는 카드가 주어지는 규정 덕분이었다. 1995년 시작된 삼성월드챔피언십을 시작으로, CJ나인브릿지 클래식,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등 한국에서 개최된 LPGA 투어 대회 우승으로 다음해 LPGA 투어에 진출한 골퍼는 5명이었다. 2003년 안시현을 비롯해 2005년 이지영, 2006년 홍진주, 2014년 백규정, 2017년 고진영이 혜택을 잘 활용했던 케이스들이다.


올해 열릴 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 나설 선수들. 왼쪽부터 최혜진, 아타야 티띠꾼, 최나연, 고진영, 이민지, 제니퍼 컵초, 김민솔. [사진 BMW 코리아]

그러나 올해는 이같은 스토리를 볼 수 없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의 폐쇄적인 운영에 회원들의 LPGA 한국 대회 출전을 막았기 때문이다. KLPGA 투어는 21일부터 사흘간 강원 평창 알펜시아 컨트리클럽에서 위믹스 챔피언십을 연다. 당초 KH그룹 IHQ 칸배 여자 오픈을 개최하려다 후원사 문제로 파행될 뻔 하다 끝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개최 기간에 대회를 연다.

KLPGA는 앞서 지난달 16일에 '비공인 해외투어 안내'라는 제목의 공지문을 통해 “LPGA투어 시드권자가 아닌 경우, LPGA 투어인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 출전할 수 없음을 양지하기 바란다”면서 “안내드린 사항을 어길 경우, 상벌분과위원회 규정에 근거해 징계가 부과될 수 있다”며 최대 10개 대회까지 출장정지, 이와 병행해 범칙금(10만원 ~ 최대 1억원)이 부과될 수 있는 징계안까지 내놨다. KLPGA 회원 선수들에게 엄포를 놓은 셈이다.

지난해까지 LPGA 한국 대회에 로컬 파트너로 참여했던 KLPGA의 이같은 행태는 자국 투어 보호를 명목으로 선수들의 발목을 잡는다는 비판을 제기할 수 있다.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은 여자 골프 세계 톱 랭커들이 대거 출전하는 대회다. 그만큼 해외 투어 대회를 통해 국제 경쟁력을 키우고, 골퍼들의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그러나 올해 KLPGA는 이를 외면하고, 자신들만의 대회 개최를 끝내 관철시켰다. KLPGA의 폐쇄적인 운영에 KLPGA 투어에서 활동중인 골퍼들과 이들의 경쟁을 기대했던 팬들은 피해를 입는 상황이 됐다.

올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은 출전 선수 78명 중 한국 선수는 20명만 나선다. 지난해 출전 선수 84명 중 한국 선수만 49명이었던 걸 비교해보면 절반 이상 줄었다. LPGA 아시아의 션 변 대표는 최근 JTBC골프 인터뷰에서 “글로벌한 골프 시장에서 LPGA와 KLPGA는 함께 가야 할 파트너”라면서 “다만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국내에서 뛰는 선수들이 LPGA로 가는데 기회가 없어진 부분이다. LPGA 투어로 가는 길이 잠시 닫힌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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