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뉴스

최나연 “사랑하지만 미웠던 골프... 이제는 그만할 때”

박수민 기자2022.10.05 오전 11:42

폰트축소 폰트확대

뉴스이미지

최나연. [사진 지애드스포츠]

“너무 사랑하지만 너무 미웠던 골프를 그만 하려고 합니다”

한·미 프로골프 투어 통산 15승의 최나연(35)이 정들었던 필드를 떠난다.

최나연은 2004년 아마추어 신분으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ADT캡스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하며 곧장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2008년에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진출했고 2012년 메이저 대회인 US여자오픈 우승을 차지했다.

프로로 생활한지 어느덧 18년이 지난 최나연은 5일 매니지먼트사 지애드스포츠를 통해 은퇴 소감문을 발표했다. 최나연은 “인생의 전부였던, 너무 사랑하지만 너무 미웠던 골프를 그만 하려고 한다”며 “많이 힘들었던 것도 사실이고 또 많이 그리울 것도 같지만, 이제부터는 나의 또 다른 두 번째 인생을 신나게 살아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최나연은 오는 20일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을 끝으로 LPGA 투어 활동을 종료한다. 이어 11월 11일 KLPGA 투어 SK쉴더스·SK텔레콤 챔피언십에서 18년 선수생활의 마지막 경기를 갖는다. 아래는 지애드스포츠가 공개한 최나연의 은퇴 소감문 전문이다.

안녕하세요. 골프선수 최나연 입니다.
최근, 저는 어려웠던 고민 끝에 큰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그 결정을 여러분들께 말씀드리고자 이 글을 씁니다.

저는 16세에 프로로 데뷔하여 KLPGA에서 3년간 투어생활을 했고, 세계무대인 LPGA 투어로 진출하여 투어프로 생활을 한지 벌써 18년이 되었습니다.
19세에 낯선 미국 땅에 도전하여 선수생활을 하면서, 어느덧 20대를 보냈고 이제 곧 35세가 되네요.

우승을 하며 행복했던 시간도 많았지만 때로는 너무 힘들고 외로웠습니다. 이건 선수라면 모두가 이해하고 공감하는 부분이라 생각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목표를 세우고 늘 꿈을 향해 달려가던 제가 이젠 다음 미래를 위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었습니다.

모든 선수에게는 ‘은퇴’라는 결정의 시기가 찾아옵니다.
저는 지금이 제가 은퇴하는 가장 적절한 시기라고 생각했고, 그동안 한 치의 부끄러움과 후회 없이 열심히 선수생활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은퇴를 결정하는 고민의 시간이 결코 쉽지는 않았지만 저를 위해 또 한 번 후회 없는 선택을 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이제 제 인생의 전부였던, 너무 사랑하지만 너무 미웠던 골프를 그만 하려고 합니다.
많이 힘들었던 것도 사실이고 또 많이 그리울 것도 같지만, 이제부터는 저의 또 다른 두 번째 인생을 신나게 살아보려고 합니다.
앞으로, 한국에 있는 가족들과 친구들과 함께 더욱 큰 행복을 찾을 수 있도록 그리고 더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도록 노력하려고 하니 큰 응원 부탁드립니다.
지금까지 제가 받은 사랑과 응원을 기억하며 앞으로는 여러분들에게 저의 경험과 지식을 나누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그동안, 제가 꿈을 키웠던 수많은 무대를 만들어주신 LPGA와 USGA 그리고 KLPGA, KGA의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인사 드립니다.
그리고 18년간의 선수생활 동안 물심양면으로 큰 도움주신 SK텔레콤과 대방건설을 비롯해, 한 곳 한 곳 말씀 못 드려 죄송하지만 함께했던 모든 후원사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인사 드립니다.
또한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저를 응원해주신 전 세계의 많은 팬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대회 출전을 위해서 어디를 가던 지 그곳에 계신 많은 팬 분들의 응원 덕분에 힘을 낼 수 있었습니다.


최나연. [사진 Gettyimages]

한편으로, 은퇴를 결정하고 나니 해외생활을 하면서 외국선수들을 많이 사귀지 못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영어가 익숙하지 못했고 낯가림도 있고 여유 없이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해외 동료선수들과의 관계는 늘 뒷전으로 미뤄졌었습니다.
하지만 나의 동료들이자 친구였던 만큼 앞으로는 멀리서 꼭 응원하도록 하겠습니다.
누구보다도 이 길이 외로운 자신과의 싸움이란 걸 알기에 그들에게 마냥 힘내라는 말 보다는 가끔은 여유를 가지고 자신을 돌아보며 자신이 얼마나 자랑스러운 존재인지 아껴주고 사랑하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이미 당신들은 위대하고 대단한 선수들 입니다”

끝으로, 제가 많이 힘들고 지칠 때 멀리에서도 저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이해해주고 한없이 큰 응원을 보내준 나의 소중한 친구들,
함께 경쟁을 하면서도 아낌없는 조언과 정신적으로 많은 도움을 준 동료선수들 및 선배선수들 그리고 저와 코스 안팎을 함께 누비며 동고동락한 팀원들 너무 감사했고,
이 모든 분들이 없었다면 저는 저의 커리어를 절대 이뤄내지 못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늘 언제나 지금까지 한결처럼 제가 잘할 거라 믿고 응원하며 많은 희생을 한 나의 가족 정말 고맙고 사랑합니다.

다시 한 번, 모든 것에 감사드립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프로골퍼 최나연 올림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