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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지, 빛의 전파

김지한 기자2022.05.22 오전 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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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커스터 컨트리클럽 장학 프로그램의 수혜자인 나단 셸(오른쪽)과 함께 한 전인지. [사진 LPGA]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가 전인지(28)의 선행을 소개했다. 필드 바깥에서 꾸준하게 자선, 기부 활동을 한 모습을 조명했다.

LPGA는 지난 19일에 "골프장 밖에서 지역 사회 환원 활동을 하는 선수들을 선정해 벨로시티 글로벌 임팩트 어워드(Velocity Global Awards)를 수상하는데, 그 후보 중 한 명인 전인지의 활동을 소개한다"고 전했다. LPGA 투어와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의 공식 글로벌 워크 플랫폼인 벨로시티 글로벌이 골프가 성장하는 데 도움을 주고, 다음 세대 선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전할 수 있도록 영감을 줄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에게 해당 상을 후원한다. 선수들의 선행 사례를 소개하는 콘텐트 시리즈에 전인지의 사례가 거론된 것이다. 아래는 LPGA에서 소개한 글이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전인지, 빛의 전파 (In Gee Chun, Spreading the light)

미국에서 참가한 첫 메이저 대회 토요일, 스무 살 한국 선수 전인지는 숙소로 돌아가던 중 반딧불이가 가득한 숲을 구경하기 위해 차를 멈췄다. 그녀는 선두인 양희영에 4타 뒤져 있었는데, 기대하지 못했던 현지 팬들의 응원과 환대에 기운을 받는 것을 느꼈다.

오랜 스윙 코치였던 박원 코치는 "일요일에 인지는 스스로 반딧불이가 됐고, 팬들로부터 그 기운을 받았다. 영화 속 여 주인공이라도 된 듯 미소를 짓고 손을 흔들며 마지막 라운드의 기쁨을 팬들과 함께 나누며 게임에 집중했다"고 회상했다. 그 즐거움은 마지막 네 홀에서 3개의 버디를 만들어 2015년 랭커스터 컨트리 클럽(LCC)에서 열린 US 여자 오픈에서 1타 차로 우승하게 했고, 그녀는 이 결정적인 승리로 LPGA투어 출전 자격을 얻게 됐다.

랜캐스터 컨트리클럽 직원들과 그들의 가족, 그리고 캐디들에게 장학금을 제공하는 '전인지 LCC 장학재단(In Gee Chun LCC Educational Foundation)'의 자랑스러운 설립자이자 상당한 기부자인 전인지는 "우승 후, 저는 랜캐스터의 사람들에게 빛이 되어 지역사회에 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인지가 미국 할머니로 여기는 조디 케겔(Jody Kegel)은 "인지는 결코 자신에게만 집중하지 않았다. 그녀는 골프 선수들과 캐디부터 LCC의 직원들, 회원들까지 관계를 형성하는 데 집중했다"면서 "그녀는 랭커스터에 올 때 우리와 지내면서 요리도 함께하고, 우리 개를 사랑하는 가족의 일원이 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전인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녀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알아야 한다. 어린 인지가 열악한 매트 위에서 골프 실력을 키워가고 있을 때, 그녀의 부모는 모든 것을 잃은 후, 채무를 청산하기 위해서 건설 노동자를 대상으로 음식장사를 하느라 매우 바빴다. 전인지는 "가난한 가정에서 자랐고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지난 11년 동안 전인지를 지원하는 시스템의 핵심 인물이었던 박원 코치는 "인지가 저한테 배우기 시작한 후로 그녀의 발전을 보는 건 놀라운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매우 이성적이고, 분석적인 사고에 능한 사람이다. 자신이 충분히 이해하고 납득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박 코치는 둘 사이의 끝없는 기술적인 부분에 관한 대화에 미소짓지 않을 수 없었다.

전인지의 지식과 교육에 대한 사랑은 골프계에서 가장 재미있는 별명 중 하나를 만들었다. 박코치는 그녀의 믿을 수 없는 호기심을 아기 코끼리의 그것에 비유하며 '덤보'라는 각별한 애칭을 지어줬다.

전인지는 "사람들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저는 모든 것에 호기심이 많다. 그래서 공부도 열심히 하고 영어도 열심히 배웠어요. 저는 더 많은 사람들과 더 잘 소통하고 싶다"고 말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전인지가 랜캐스터에서의 자선 활동으로 LCC 가족의 교육에 집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팬클럽 모자를 쓴 랜커스터 사람들과 함께 한 전인지. [사진 LPGA]

LCC의 이벤트 호스트를 맡고 있는 카밀 자파타(Camille Zapata)는 "그녀는 배움에 대해 굉장히 신경을 쓰고 있고, 다른 이들도 그런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싶어한다. 그 점이 정말 이타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현재 장학금을 받고 있는 10명의 수혜자 중 한 명으로, 행사장에서 서빙을 하는 그녀의 남동생 크리스찬(Christian)도 펜실바니아 주립대학교에서 언어병리학을 공부하고 있다.

카밀은 "장학금을 받게 되면서 실제로 제가 조금 더 비싼 학교로 옮길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전인지 재단에서 제공하는 1인당 연간 1만 달러의 보조금 덕분에 현재 보스턴 대학에서 정치공학과 국제관계학을 복수 전공하고 있다. "공부에도 큰 도움을 받았지만, 내 직업과 LCC에서 하는 일에도 감사하게 한다."

가스 스프레커(Garth Sprecher) 재단 이사장은 "장학금 지원은 직원들과 그들의 가족에겐 큰 도움이 된다. 올해 거의 20명의 지원자가 있고, 그들의 장점과 필요에 따라서 모두에게 어느 정도의 재정적 지원을 하려고 한다"라며 "어느덧 졸업생들이 돌아오기 시작하는 단계에 이르고 있다"고 말했다.

LCC의 새로운 부지 관리 보조원인 나단 셸(Nathan Shell)은 LCC에서 이러한 장기적인 혜택을 받는 대표적인 예다. 장학금 혜택을 받은 셸은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에서 잔디 과학 및 관리학에서 학위를 받았다. 공부를 하면서 일주일에 20시간씩 워싱턴 D.C. 외곽에 위치한 콩그레셔널 컨트리클럽(Congressional CC)에서 인턴십을 했던 셸은 "골프산업에 진입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았다. 이 장학금은 저에게 좋은 기회를 줬다"고 말했다.

자신의 힘든 시간을 골프, 그리고 미국과 한국에서의 기부를 통해 극복해 온 전인지는 "장학금을 받은 모든 분들로부터 감사 편지를 받을 수 있어서 좋았다. 내가 골프 코스에서나 제 삶에서 가져왔던 똑같은 열정을 그분들에게 그대로 전해주고 싶다. 재단은 제가 힘들 때, 좋은 동기부여가 된다"고 말한다. 2016년에는 그런 동기와 열정으로 고려대학교에서 졸업 시험을 치러냈고, 모교인 고려대학교에서 1억원씩의 기부금으로 ‘전인지와 함께하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설립했다.

2015년, LPGA, JLPGA, KLPGA 투어에서 5개의 메이저 대회 우승을 포함해 8번 우승한 후, 한국에서 만든 그 프로그램과 랜캐스터에서 처음 1만 달러 기부로 시작하여 크게 성장한 장학재단은 전인지의 사회 환원 여정에 있어 시작에 불과하다.

2015년 당시 전인지의 캐디였고, 지금 다시 그녀의 캐디를 담당하는 딘 허든은 "그녀는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멋진 삶을 안겨주고 싶어했고, 그렇게 했습다"면서 "그녀는 행복해야 골프도 잘 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이해하고 있고, 그렇게 굳게 믿고 있다"고 말했다.

일년 내내 연락을 이어가며 클럽 멤버들과 장학금 수령자들의 안부를 묻는 전인지는 "제2의 고향이나 다름없는 이 커뮤니티의 일원이 되고 싶다"면서 "저는 항상 골프와 생활을 단순하게 하고 행복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한다.

LCC 회원과 직원들은 다가오는 전인지의 연례 모금 행사 방문과 2024년에 랜캐스터 컨트리클럽에서 다시 개최되는 US여자오픈을 맞을 준비를 벌써부터 하고 있다. 그 때 그녀는 미국의 가족들과 지역사회 그리고 장학금 수혜자들에게 또 다시 빛을 전파할 것이다. 랜캐스터는 '1만 마리의 반딧불이와 펜실베니아 초콜릿 키세스'와 함께 그녀를 다시 환영하리라 다짐한다.

글/ 후안 루이스 길렌(Juan Luis Guill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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