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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베스트 작성한 리디아 고 "비결이요? 올림픽 덕분이죠"[인터뷰]

포천=장강훈 기자2021.10.02 오전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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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아 고가 경기도 포천 아도니스CC에서 열린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에서 진지한 표정으로 그린 위를 걷고 있다. 사진=KLPGA

골프 천재 소녀의 귀환이다. 2년 만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 모습을 드러낸 리디아 고(24, PXG)가 절정의 샷감으로 ‘월드클래스’의 면모를 뽐내고 있다.

리디아 고는 지난 1일 경기도 포천 아도니스 컨트리클럽(파71, 6496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 2라운드에서 데일리 베스트(6언더파 65타)를 기록했다. 첫날 버디 3개와 보기 2개로 1언더파 70타 공동 38위를 적었는데, 하루 만에 데일리 베스트로 전혀 다른 선수가 됐다. 특히 2라운드에서는 14번홀(파5)부터 17번홀(파3)까지 4연속 버디를 뽑아내는 등 후반에만 5타를 줄였다.

처음 접하는 코스임에도 불구하고 드라이브 평균 비거리 253.3야드, 페어웨이 적중률 88.89%, 그린적중률 88.89%에 라운드당 평균 퍼팅 수 28회 등 KLPGA투어 평균값을 웃도는 기록을 남겼다. 특유의 코스 매니지먼트가 빛을 발하는 인상이다.


리디아 고가 1일 포천 아도니스CC에서 열린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 2라운드에서 호쾌한 드라이버 샷을 하고 있다. 사진=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 대회본부

2015년 최연소 세계 1위에 등극할 당시 리디아 고의 가장 큰 강점은 단연 코스 매니지먼트였다. 그와 경기를 함께 한 선수들은 “리디아는 AI(인공지능) 같다. 장타가 아닌데도 티샷부터 퍼팅까지 전략적인 코스매니지먼트로 완벽한 기회를 만들어 낸다”고 입을 모을 정도였다.

이 강점이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에서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코로나 확산 탓에 전담 캐디 대신 하우스 캐디와 호흡을 맞춰 코스 매니지먼트에 능한 리디아 고의 특징이 잘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왔다.

정작 자신은 “올림픽 동메달 획득이 모멘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낯선 코스라 매니지먼트를 하기 보다 이 코스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캐디의 의견에 의존하는 쪽을 선택했다”며 자세를 낮췄다. 2010년대 후반 예상보다 긴 슬럼프를 극복하고 다시 정상급으로 도약한 동력에 AI 같던 플레이 스타일에 변화가 생겼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리디아 고는 “지난 올림픽에서는 다른 대회보다 훨씬 더 공격적으로 플레이 했다”고 말했다. 코스 매니지먼트는 소위 ‘선택과 집중’에 모든 포커스를 맞추는 전략이다. 그런데 ‘닥공’으로 올림픽에 나서 여자 골프 선수로는 최초로 2회 연속 메달 획득 쾌거를 이뤘으니 나름 성공한 전술 변화인 셈이다.


리디아 고가 지난 1일 데일리 베스트를 기록한 뒤 밝은 표정으로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 대회본부

그는 “올림픽은 단 세 명만 시상대에 오를 수 있다. 그래서 처음부터 공격적으로 임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동메달을 따낸 뒤 ‘자신있게 임해도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맹목적인 ‘닥공’은 아니지만, 코스 상태나 컨디션에 따라 과감하게 공략해도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돌아봤다.

아이러니 한 점은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에서는 ‘닥공’과 ‘안전함’의 앙상블을 최적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아도니스CC는 (처음 접하는 곳이라) 코스를 잘 모른다. 내 의견을 내세우기보다 이 코스에서 많은 경험을 쌓은 캐디 의견을 들으려고 노력한다”고 밝혔다. 그는 “캐디와 연습라운드부터 호흡을 맞추다보니 사흘 째(2라운드)부터는 내가 원하는 클럽을 거의 맞출 정도로 발전했다. 캐디 오빠가 코스도 잘 파악하고 있을뿐더러 센스나 감각이 너무 좋다”고 호성적 이유를 캐디에게 돌렸다.

그러면서도 “페어웨이를 지켜야 하는 코스인데 샷감이 좋다보니 과감하게 공략할 때는 과감하게 친다. 이틀 동안 대부분 티샷을 드라이버로 했다”고 말했다. 올림픽에서 얻은 성과를 잊지 않고 활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는 “남은 두 라운드도 티샷은 과감하게 하고, 그린 공략은 캐디 오빠와 상의해서 신중하게 할 예정”이라며 “하나금융그룹 식구(하나캐피탈 서브 후원 선수)이기 때문에 남은 이틀도 더 잘 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천부적인 코스매니지먼트 실력에 단기전 경험까지 갖춘 리디아 고가 생애 첫 KLPGA투어 우승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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