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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점이 됐던 그 무대, 박인비가 다시 올림픽에 선다

김지한 기자2021.08.02 오후 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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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에서 두 번째 올림픽 무대에 나서는 박인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통산 21승. 메이저 대회 그랜드슬램. 최연소 골프 명예의 전당 헌액.

박인비(33)는 골프에서 모든 걸 이룬 ‘골프 여제’다. 그런데 박인비가 유독 자부심을 드러내는 타이틀이 하나 있다. 5년 전, 리우올림픽에서 따낸 금메달이다. 그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성취감을 느꼈다. 올림픽을 통해 내 골프 인생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5년이 지나 어느새 서른을 훌쩍 넘었다. 박인비는 또한번 올림픽에 선다. 4일부터 나흘간 일본 사이타마현 가스미가세키 컨트리클럽(파71)에서 열릴 도쿄올림픽 여자 골프는 박인비가 5년 동안 간절하게 바랐던 무대다. 그는 올림픽 전인 지난달 28일 미국 골프채널과 인터뷰에서 “매일 올림픽 금메달을 집에서 본다. 진열장을 볼 때마다 금메달을 하나 더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박인비는 리우올림픽 때 부상과 싸웠다. 엄지 손가락 통증으로 대회 직전까지 출전 여부를 고심했다. 그리고 얼음찜질을 해가면서 올림픽을 치러냈고, 금메달을 따고서 두 팔을 치켜들며 크게 기뻐했다. 이후 5년간 과정이 쉽지 않았다. 2019년엔 우승이 없었다. 지난해 세계 17위까지 내려갔다. 지난해 올림픽이 열렸다면, 세계 랭킹 경쟁에서 밀려 도전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올림픽이 연기돼 1년이 더 주어졌다. 박인비는 기회를 살렸고 이겨냈다. 지난 3월 시즌 첫 출전한 KIA 클래식에서 우승했다. 올 시즌 LPGA 투어에서 톱10에만 7차례 들어 한국 선수 중에 가장 꾸준하다. 세계 랭킹 3위까지 올라선 박인비는 올해 가장 이루고 싶었던 목표인 ‘올림픽 출전’을 이뤘다. 그는 “지난 5년 동안 좋은 기량을 잘 유지했다는 점에서 스스로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리우올림픽 최종 라운드에서 금메달을 확정하고 두 팔을 벌리며 기뻐하는 박인비. [사진 Gettyimages]

박인비는 ‘컴퓨터 퍼트’를 장기로 꼽는다. 올 시즌 LPGA 투어 라운드당 평균 퍼트수 4위(28.77개)에 올라있다. 1일 끝난 남자부에선 퍼트에서 메달색이 갈렸다. 7명이 겨룬 동메달 결정전에서 가장 퍼트를 잘 한 판정충(대만)이 웃었다. 코스가 크게 까다롭지 않은 만큼 그린 위 플레이를 잘 하는 박인비가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인비와 함께 나설 대표팀 동료 골퍼들과는 선의의 경쟁을 기대한다. 세계 2위 고진영(26), 4위 김세영(28), 6위 김효주(26)는 최근 1년새 가장 뜨거운 골퍼들이다. 필드에선 선의의 경쟁을 펼치지만, 이들은 올림픽을 함께 즐기면서 도전하려 한다. 일본행 비행기에 오르기 전, 넷은 머리를 맞대 팀 별칭을 ‘어벤쥬스’라고 정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실력을 자랑하는 자신들을 영화 캐릭터 어벤저스에 빗대고, 달콤한 느낌의 쥬스를 결합한 단어다.

물론 국가대표로서 책임감은 강하다. 넷 다 지난달 31일 열린 여자 배구 한일전을 보면서 각오를 다졌다. 박인비는 2일 대회 공식 기자회견에서 "리우 때보다는 부담도 덜하고 컨디션도 낫다. 창창한 후배들이 받쳐주고 있으니 크게 걱정도 되지 않는다"면서 "서로 열심히 해서 한국 국기를 가장 높은 곳에 꽂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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