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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부상 당한 이일희 "할아버지 저 최선을 다했어요"

김두용 기자2016.05.28 오전 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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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희가 조부상을 치른 뒤 투어에 복귀해 볼빅 챔피언십에서 후회없는 경기를 펼쳤다. [볼빅 제공]

‘오뚝이’ 이일희가 조부상으로 한국과 미국을 오가는 힘든 일정을 꿋꿋이 소화했다.

이일희는 지난 20일 친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킹스밀 챔피언십을 포기하고 귀국했다. 폐가 좋지 않았던 할아버지는 갑자기 병세가 악화돼 숨을 거뒀다. 이일희는 3일간 밤을 지새우며 할아버지의 곁을 지켰고, 발인까지 끝내고 다시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고진감래’, ‘일취월장’이라는 의미 있는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할아버지였기에 마음이 아팠다. 이런 할아버지의 응원은 굴곡 많은 골프 인생을 살았던 이일희에게 큰 도움이 됐다.

이일희는 지난 23일 볼빅 챔피언십이 열리는 미국 미시건주 앤아버 트래비스 포인트 골프장에 도착했다. 시차 적응에 어려움이 있는 데다 고된 일정으로 몸이 녹초가 됐지만 이일희는 도착 후 곧바로 9홀을 돌았다. 메인 스폰서가 주최하는 대회라 빠질 수도 없었다. 처음 접하는 코스였고, 무엇보다 하늘에 계신 할아버지에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눈물을 참고 클럽을 잡았다.

입안에 혓바늘이 가득했지만 이일희는 평소대로 대회를 준비했다. 하지만 미국에서 한국 그리고 다시 미국을 5일 만에 도는 힘든 여정 탓에 생체 리듬이 깨질 수밖에 없었다. 이일희는 첫 날 더블보기 3개를 비롯해 5타를 잃으며 고전했다. 그는 “5오버파를 기록 중이었던 4번 홀에서는 샷이 너무 되지 않아 코스를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일희는 2라운드에서도 버디 2개와 보기 2개로 타수를 줄이지 못해 최종 5오버파로 컷 통과에 성공하지 못했다. 2라운드 도중 스윙을 하다가 바지 옆단이 터지는 해프닝도 생겼다. 그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부분이 터져서 당황했다. 샷이 안 되다보니 별일이 다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일희는 핀을 꽂아 임시처방을 하고 계속해서 경기를 이어나갔다.

우여곡절 끝에 라운드를 모두 끝낸 이일희는 “정말 제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일희는 최근 3개 대회에서 모두 컷 탈락하는 등 저조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개막전인 바하마 클래식에서 공동 5위에 오른 게 유일한 올 시즌 톱10 기록이다.

하지만 이일희는 언제나 그랬듯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날 준비를 하고 있다. 이일희는 30일 이곳을 떠나 다음 주에 열리는 숍라이트 클래식에 출전할 계획이다.

앤아버=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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