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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세 줄리 잉스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이지연 기자2015.05.07 오전 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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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미국 텍사스주 어빙의 라스콜리나스골프장에서 열린 노스텍사스 슛아웃 2라운드에서 샷을 하고 있는 줄리 잉스터. 그의 투혼 앞에 55세라는 나이는 그저 숫자에 불과하다.[사진 LPGA 홈페이지]

지난 4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어빙의 라스콜리나스 골프장에서 막을 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노스텍사스 슛아웃 프리젠티드 by JTBC.

최종 합계 9언더파 공동 7위로 경기를 마친 줄리 잉스터(미국)는 경기장을 찾은 갤러리들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잉스터는 투어에서 활동하는 선수 중 최고령 선수다. 1960년생으로 55세. 1983년 LPGA 투어에 데뷔해 강산이 3번 변한다는 33년 동안 꾸준히 활약하면서 통산 31승을 거둔 ‘살아있는 전설’이다.

잉스터가 장수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골프에 대한 뜨거운 열정이 있기 때문이다. 대학에 재학 중이던 1980년 브라이언 잉스터와 결혼한 그는 1990년 큰 딸 헤일리, 1994년 작은 딸 코리를 낳은 뒤에도 변함없는 경기력을 유지했다.

출산 전 LPGA 투어 15승을 거둔 그는 엄마가 된 뒤 메이저 2승 포함, 16승을 거뒀다. 두 아이를 투어에 데리고 다니면서 밥을 직접 해 먹이는 등 1인 2역을 해내는 억척 엄마였다.

2006년 3월 46세의 나이로 세이프웨이 인터내셔널에서 통산 31승을 거둔 잉스터는 이후 우승은 못했지만 투어 무대를 꿋꿋이 지켰다. 2012년 1월 오른팔 뒤꿈치 옐보우로 수술대에 오르면서 코스에 설 수 없게 되자 코스 코멘테이너로 변신해 투어를 떠나지 않았다.

부상을 떨친 뒤 스윙 교정과 체력 훈련으로 다시 코스에 선 그는 딸뻘 되는 선수들 사이에서 투혼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 4월 말 열린 스윙잉 스커츠 LPGA 클래식에서 공동 15위를 했고, 한 주 뒤 열린 노스텍사스 슛아웃에서도 우승권에서 플레이했다. 노스텍사스 슛아웃 우승자인 박인비는 큰 딸보다 2살 밖에 많지 않았다. 박인비의 어머니 김성자씨는 잉스터보다도 어린 1963년생이다. 잉스터는 “10대도, 50대도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는 게 골프고 그게 큰 매력”이라며 “농구, 사이클 등 운동을 즐기면서 체력을 기른다. 지난 해부터 대회 출전 수를 15개 안팎으로 줄이면서 체력 안배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잉스터의 경쟁력은 여전했다. 2라운드까지 1타 차 공동 2위에 오르면서 2003년 BMO 파이낸셜그룹 캐나다 여자오픈에서 베스 다니엘(46세 8개월 29일)이 세웠던 LPGA 투어 최고령 우승 기록을 갈아 치울 뻔 했다. 평균 250야드에 달한 드라이브 샷 비거리는 젊은 선수들에게 뒤지지 않았고, 위기 상황의 리커버리 샷은 연륜만큼 노련했다.

하지만 골프는 나이가 들수록 집중력을 유지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4라운드, 72홀 스트로크 플레이는 더 어렵다. 3라운드 중반까지 선두권이었던 잉스터는 후반에만 보기 3개를 쏟아내며 2타를 잃었고 우승 경쟁에서 밀려났다. 최종 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4개를 잡았지만 우승자인 박인비와는 6타 차이가 났다. 그러나 잉스터는 행복한 미소로 인터뷰 존에 섰다. 잉스터는 “우승을 하고, 못하고는 중요하지 않다. 여전히 어린 선수들과 함께 경쟁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쁘다. 힘이 닿을 때까지 코스에 서면서 많은 선수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동기 부여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그의 열정 앞에 나이는 그저 숫자에 불과해보였다.

이지연기자 eas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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