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뉴스

박인비 올해 주무기는 퍼터가 아니라 아이언

성호준 기자2015.05.04 오전 7:16

폰트축소 폰트확대

뉴스이미지

올해 박인비는 조용히 퍼터로 승부하는 침묵의 자객이 아니라 송곳같은 아이언을 활용하는 아이언 레이디다.

박인비의 경기스타일은 메이저 3승 포함, 6승을 한 2013년과는 확연히 다르다. 당시 박인비는 신들린듯한 퍼트로 세계를 제패했다. 올해는 최고의 아이언 플레이어로 변했다.

2013년 그랜드슬램에 도전할 때 박인비의 롱게임이 최정상은 아니었다. 특히 드라이버는 불안한 구석이 있었다. 이전에 심한 드라이버 입스를 겪었기 때문에 압박감 속에서는 흔들리기도 했다. 브리티시 여자 오픈에서 10번홀까지 6언더파로 질주하다가 좌절한 이유는 드라이버 탓이 컸다.

지난해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드라이버는 안정됐고 아이언은 매우 날카로워졌다. 반면 퍼트는 예전만 못하다.

올해 박인비의 드라이브샷 거리는 249야드(69위)다. 드라이브샷 정확도는 78.1%(37위)다. 박인비는 드라이버로 250야드를 상당히 안정적으로 치는 선수로 보면 된다.

드라이버를 아주 잘 친다고 할 수는 없지만 드라이버 때문에 문제가 생길 일도 별로 없다. 박인비보다 멀리 치는 선수도 많고 더 정확히 치는 선두도 여럿 있지만 양쪽 부분에서 모두 박인비 보다 순위가 높은 선수가 많지는 않다.

특히 박인비의 드라이브샷 정확도는 2012년 이후 73.4%-74.5%-78.0%-78.1%로 매년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정상급 선수들에게 이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다.

박인비의 최대 장점은 아이언이 됐다. 올해 그린 적중률이 77.8%로 리디아 고에 이어 2위다. 실제 수치 보다 박인비의 능력은 좋아 보인다. 박인비는 “아이언 거리가 약간 길어지고 정교해졌다. 그래서 핀을 직접 보고 쏘는 홀이 많다”고 말했다.

그린 중앙이 아니라 핀을 보고 쏘다보면 그린 적중률이 떨어지는게 일반적이다. 박인비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린적중률이 높아졌다.

특히 올해는 아이언이 좋은 것으로 정평이 난 리디아 고와 비교해도 더 좋아 보인다. HSBC에서 리디아 고와 우승경쟁을 할 때는 한 두 수 위의 아이언 기량을 자랑했다.

퍼트가 박인비의 골칫거리다. 워낙 잘 하던 선수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그렇게 보이기도 하지만 실제 숫자에서도 드러난다. 올해 라운드당 평균 퍼트수가 29.84로 37위다.

2012년에 비해 라운드당 1.5타씩을 더 쳤다. 4라운드로 보면 6타다. 박인비는 올 시즌 톱 10에 5번 들었는데 2012년처럼 퍼트를 했다고 가정하면, 그래서 6타씩을 뺀다면 5번 모두 우승했을 가능성도 있다.

박인비가 가장 뛰어난 활약을 한 시기는 2012년 하반기부터 2013년 상반기까지다. 그 시기와 비교하면 라운드당 2타 이상 더 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올해 박인비의 그린 적중시 퍼트수는 1.78로 18위다. 지난 3년간 모두 1등을 했는데 확 떨어졌다.

실제 체감 수치는 훨씬 더 클 것이다. 박인비의 아이언이 좋아졌기 때문에 이전에 비해 홀과 가까운 곳에서 버디 퍼트를 하는데도 수치가 나빠졌기 때문이다. 박인비도 여러 차례 “퍼트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박인비가 노스텍사스 슛아웃에서 우승한 것은 퍼트가 말을 들어준 덕이 크다. 그는 “올해 들어 가장 좋은 퍼트였다”면서 “지난 몇 년 간 좋은 퍼터를 찾아다녔는데 이제야 마음에 드는 퍼터를 찾은 것도 같다”고 말했다.

그래도 이번 대회에서 박인비의 퍼트 숫자는 27-26-32-28개였다. 간간이 21개 혹은 22개의 퍼트를 하기도 했던 2012-2013년 같은 신기의 퍼트는 없었다. 올해 들어 가장 마음에 들었다는 이번 대회 라운드당 퍼트수는 28.25타다. 2012년 평균인 28.34타와 비슷하다.

박인비는 이제 퍼트로 먹고 사는 선수는 절대 아니다. 롱게임이 정상급이다. 박인비가 그랜드슬램 도전 당시의 퍼트감이 돌아온다면 무적이 될 것이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