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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아 고 연속 언더파 비밀 두가지 퍼트 그립

성호준 기자2015.04.03 오후 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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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아 고의 두가지 퍼트 그립. 왼손을 내려잡았다면 넣겠다는 뜻이고 오른손을 내려잡으면 붙이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JTBC 골프]

3번 홀, 약 6m 정도의 버디 퍼트를 할 때 리디아 고는 오른손을 왼손보다 아래쪽으로 내려 잡았다. 경사가 꽤 심한 곳인데 리디아 고는 홀 옆에 딱 붙였다. 파 퍼트를 할 때는 오른손이 아니라 왼손이 아래로 내려가는 역그립(크로스 핸드 그립)을 했다.

리디아 고는 경기 중 퍼트 그립이 두 가지다. 상황에 따라 왼손을 아래로 내리는 역그립, 오른손을 아래로 내리는 순그립을 번갈아 활용한다. 일반적으로 역그립은 손목이 꺾이지 않아 방향성이 좋고, 순그립은 오른손의 감각을 이용하기 때문에 거리를 맞추기에 유리하다. 먼 거리에서 유용하다.

역그립이 유행인 최근엔 왼손을 내려 잡는 선수도 상당히 많다. 퍼트는 컨디션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선수들은 어느 날은 순그립을 쓰고 다음 날은 반대로 해보기도 한다. 그러나 한 라운드 도중 두 가지 그립을 번갈아 활용하는 선수는 매우 드물다. 임경빈 JTBC 골프 해설위원은 “순그립과 역그립을 혼용하는 선수는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는 3일 LPGA 투어 최다 연속 언더파 라운드 타이기록을 세웠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란초미라지의 미션힐스 골프장 다이나쇼어 코스에서 벌어진 ANA 인스퍼레이션 첫날 1라운드에서다.

리디아 고는 시즌 첫 메이저대회 1라운드에서 1언더파(보기 4,버디 5개)를 쳐 2004년 안니카 소렌스탐(45·스웨덴)이 세운 29라운드 연속 언더파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제부터는 신기록이다.

리디아 고의 장점은 단점이 없다는 것이다. 드라이브샷이 안정됐고, 아이언의 거리 컨트롤이 매우 뛰어나다. 퍼트도 정교하다. 멘털도 강한 편이다. 유소연은 리디아 고에 대해 “어떤 일이 있어도 항상 행복해 보인다. 감정 기복이 적은 것이 놀랍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올 시즌 메이저 대회 첫 날 샷이 엉망이었다. 드라이버, 아이언 샷이 모두 왼쪽으로 당겨지면서 보기를 4개나 했다. 어프로치샷도 좋지 못했다. 18번 홀에서는 리디아 고 답지 않게 칩샷을 그린에 올리지도 못했다.

동반자인 렉시 톰슨(20·미국)이 장타를 펑펑 때려내자 흔들리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그래도 리디아 고는 언더파를 기록했다. 퍼트가 살아 있었던 덕분이다. 후반 9홀에서도 샷이 여전히 나빴지만 보기 없이 버디만 3개를 잡아냈다.

리디아 고가 29라운드 연속 언더파를 친 비결은 여러가지가 있다. 그 중 하나는 퍼트다. 김효주는 "리디아의 가장 큰 장점은 쇼트게임, 특히 퍼트"라고 했다.

리디아 고는 이날 퍼트 29개를 했다. 숫자로 보면 아주 잘 한 편은 아니지만 이날 리디아 고의 아이언샷이 매우 나빴기 때문에 먼 거리에서 퍼트를 한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좋은 기록이다. 대회를 중계한 이병옥 JTBC 골프 해설위원은 "오늘은 퍼크만 살아 있었다"고 말했다.

리디아 고가 퍼트를 잘 하는 비결은 '두 가지 그립'이다. 이병옥 위원은 “리디아 고는 공을 홀에 집어넣으려 할 때는 역그립, 먼 거리에서 홀 옆에 붙이기 위해 퍼트를 할 때는 순그립을 쓰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만약 왼손을 내려 잡는 역그립을 했다면 공격적으로 홀인을 노리는 것이고, 오른손을 내려잡는 정상적인 그립을 했다면 수비적인 퍼트를 한다는 뜻이다.

같은 5m라도 땅이 평평하거나 오르막 지형에선 과감하게 홀인을 노려 역그립을 잡고, 내리막 등 경사가 심하면 홀에 붙이기 위해 정상적인 그립을 사용한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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