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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 박인비의 새로운 도전②

김두용 기자2015.03.31 오전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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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비는 결혼 예찬론을 펼쳤다. 그는 “투어 동료들도 이 사람이라는 확신이 들면 일찍 결혼해서 안정감을 찾았으면 좋겠다. 운동선수에게는 이른 결혼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노건우 사진작가]

닮아가는 부부
커플은 점점 닮아가고 있다. 박인비는 서울, 남씨는 경북 경주가 고향. 박인비는 육류 등 도시적인 음식을 좋아하고 남씨는 국과 나물 등 토속적인 음식을 선호한다. 그래서 새색시 박인비는 쉬는 주간에는 직접 앞치마를 하고 주방에 선다. 박인비는 “시어머니에게 물어보고 한 가지씩 해보려고 한다. 된장찌개 같은 것은 끓일 수 있지만 여전히 남편이 좋아하는 나물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라고 수줍게 고백했다. 또 그는 “식성이 변해 이제 나도 한식 쪽으로 가고 있다. 하기 힘든 음식들은 주로 사먹거나 양쪽 집안에서 해주신다”고 미소를 지었다.

남씨는 필드 안팎에서 내조를 잘하기로 소문이 났다. 아침잠이 많은 박인비를 대신해 일찍 일어나 밥상을 차려놓고 기다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경상도 남자지만 여자를 행복하게 하
는 애정 표현에도 능하다. 박인비는 “오빠는 경상도 남자라도 감정과 애정 표현을 많이 하는 편”이라고 은근히 자랑했다. 조용한 것을 좋아하는 둘은 쉬는 주간에는 음악을 듣는 것보다는 서로에게 기대어 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남씨는 “책을 많이 읽고 필요하거나 도움이 되는 정보가 있으면 골프와 접목해 많이 생각을 하고 인비에게 알려주고 권한다”며 내조에 신경을 썼다.

당분간 골프에 집중하기 위해서 출산은 2016년 리우 올림픽 뒤로 미뤘다. 박인비는 “올림픽까지는 골프에 집중하고 이후 출산을 생각하고 있다. 선배들이 아기가 생기면 우선 순위가 바뀐다고 하는데 아직까지는 남편이 최고”라고 말했다. 자녀계획에서는 다소 의견이 갈리고 있다. 박인비는 1명, 남씨는 2명 이상을 원하고 있다. 박인비는 “남자라서 쉽게 말하는 것 같은데 자녀의 수는 그때 가서 조금 더 생각을 해봐야 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자산 관리도 아직 부모님이 하고 있다. 박인비는 “은퇴할 때쯤 경제권을 제가 가져와서 관리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랭킹 1위를 리디아 고에게 내줬지만 박인비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새롭게 시작하고 있다. 그는 “시월드가 생겼고, 이제 공식적인 커플이기에 주변의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게 달라진 점이다. 마음적으로 100% 제 편이 생겼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곤 결혼 예찬론을 펼쳤다. “투어 동료들도 이 사람이라는 확신이 들면 일찍 결혼해서 안정감을 찾았으면 좋겠다. 운동선수에게는 이른 결혼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세계 1위 향한 새로운 도전
박인비는 리디아 고와 스테이시 루이스를 좋은 경쟁자이자 자극제라고 여긴다. 지난해 리디아 고가 본격적으로 LPGA 투어에 뛰어들면서 박인비-리디아-루이스 빅3 구도가 형성됐
다. 박인비와 리디아 고, 루이스는 지난해 나란히 3승씩을 올렸다. 이들은 1990년대 중반 치열한 대결을 펼쳤던 안니카 소렌스탐, 카리 웹, 박세리의 3강 구도를 재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라이벌 구도는 기량 향상과 투어 흥행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지난 3월 HSBC 위민스 챔피언스 최종 라운드에서는 빅3가 챔피언조에서 우승 경쟁을 벌여 전 세계 골프팬이 흥분했다. ‘돌부처’ 박인비는 라이벌들을 따돌리고 시즌 첫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박인비는 “올해도 세 명이 비슷비슷하게 가겠지만 메이저 대회에서 잘하는 게 중요하다. 이들과의 동반 라운드는 피하고 싶다. 그러나 거기서 이기면 자신감이 배가된다. 이런 경쟁을 통해 배우면서 기량이 향상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박인비는 빅3 중 유일하게 메이저 승리를 추가했다. 13승으로 세 선수 중 최다승을 기록하고 있는 박인비는 경쟁자들의 특징을 냉정하게 분석했다. 리디아 고가 능구렁이라면 루이스는 사자에 가깝다는 평가다. 박인비는 “리디아 고는 18세라곤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샷이 정확하다. 게다가 흔들리지 않는 멘털을 가지고 있다”고 칭찬했다. 마인드컨트롤을 잘하고 일관성 있는 샷으로 게임을 풀어나가는 건 자신과 비슷하다고 봤다.

박인비는 루이스에 대해 “폭발적인 클러치 능력으로 몰아치기를 잘한다”면서도 “감정 기복이 있는 편”이라며 약점을 지적했다. 이어 리디아 고에 대해서는 “특별한 약점이 없는 게 단점”이라며 후한 점수를 줬다. 박인비의 스윙코치인 남씨도 “리디아 고는 천부적인 재능을 갖고 태어났다는 말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올해도 시즌 5개 대회에서 박인비와 리디아 고는 1승씩을 챙기고 있다. 루이스는 2위 두 차례와 3위 한 차례를 기록했다. 기록 부문도 이들은 최상위권을 휩쓸고 있다. ‘컴퓨터 퍼트’가 장기인 박인비보다 최근에는 리디아와 루이스의 퍼트가 좋은 편이다. 둘은 에임포인트 익스프레스(Aimpoint Express)라는 퍼팅 이론을 토대로 라인을 읽고 있다. 박인비는 “원리는 어떻게 되는지 알지만 아직까지 시도는 해보지 않았다. 퍼팅라인은 워낙 변수가 많기 때문에 이론으로 정립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솔직한 의견을 밝혔다. 감에 의존하는 퍼트를 하는 박인비는 “하지만 정말 퍼트가 되지 않는다면 한 번 시도해 볼 수도 있는 이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인비는 최근 퍼트 방식에 변화를 줬다. 남씨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됐다. 예전에는 공만 보고 스트로크를 했는데 이제 헤드를 쫓아가는 방법으로 스트로크를 구사하고 있다. 머리는 고정하고 눈으로 헤드를 따라가는 것이기에 궤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직 적응 중이라는 박인비는 “중간이나 쇼트 퍼트에는 적용하고 있는데 궤도와 스윙 스피드를 조절할 수 있어서 스트로크가 조금 더 정교해진 것 같다”라고 반겼다.

박인비와 남씨는 합심해서 세계 1위 탈환을 위해 겨냥하고 있다. 홀로 사투를 벌이고 있는 리디아 고와 루이스보다는 둘이서 힘을 모으고 있는 박인비가 유리해 보인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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