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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 하는 법 잊은 박인비 기록 행진 언제까지?

김두용 기자2015.03.09 오전 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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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홀 노보기 행진을 벌이고 있는 박인비는 이번 주는 LET 미션힐스 월드레이디스 챔피언십에 출전해 대회 2연패를 노린다.

‘보기 하는 법을 잊은 것 같다.’

최근 박인비의 모습을 보면 꼭 그렇다. 박인비는 8일 끝난 HSBC 위민스 챔피언스에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사상 최초로 노보기 우승 기록을 세웠다. 역사가 오래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도 단 한 번 밖에 나오지 않는 대기록이다. 메이저 6승을 포함해 PGA 투어 통산 29승을 챙긴 리 트레비노(미국)가 1974년 뉴올리언스 오픈에서 우승한 뒤 노보기 챔피언은 나오지 않고 있다. 유러피언투어에서도 강남스타일 춤을 패러디해 한국에서도 낯익은 골퍼인 예스퍼 파네빅(스웨덴)이 1995년 스칸디나비안 마스터스에서 작성한 게 유일한 노보기 우승이었다.

시즌 초반 2개 대회를 통해 워밍업을 했다는 박인비는 서서히 ‘골프 여제’의 위용을 뽐내고 있다. 박인비는 올 시즌 처음으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의 주인공이 됐다. 그것도 투어에서 가장 빼어난 실력자인 리디아 고, 스테이시 루이스와 숨 막히는 결투에서 얻어낸 성과라 더욱 대단했다. 리디아 고와 루이스는 샷이 가끔 흔들렸지만 박인비는 바람에 머리카락만이 흔들렸을 뿐 마음의 동요가 전혀 없는 듯했다. 2013년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침묵의 암살자’다웠다.

박인비는 이번 대회에서 그린을 6차례 밖에 놓치지 않았다. 트레비노가 노보기 우승을 했을 때는 그린을 3번만 놓쳤다. 박인비는 장기가 퍼트인 데다 아이언 샷을 10m 내로 모두 붙였기에 3퍼트를 할 이유가 없었다. 오히려 많은 버디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게 아쉬웠다. 박인비는 “너무 완벽했기에 이 정도 샷감이면 20언더파는 쳐야 했다”고 말했다. 사실 퍼트만 좋았다면 박인비는 더 쉽게 우승을 했을 것이다. 박인비는 이번 대회 평균 30.75개의 퍼트를 기록했다. 최종 라운드에서 34개로 꽤 많았다. 그렇지만 최종일에 그린적중률 100%를 적어 2퍼트를 해도 보기를 피할 수 있었다.

박인비는 투어 빅3의 정면승부에서 승리를 거둬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2타 차 2위에 머문 리디아 고는 “노보기 우승을 했다는 건 정말 경이롭다”며 손가락을 치켜 올렸다. 최종 라운드 전 챔피언 조 경쟁 구도가 흥미롭다고 했던 루이스도 끝까지 침착하고 강한 멘털을 드러낸 박인비에게 두 손을 들었다.

세계랭킹 1~3위의 경쟁에서 이긴 박인비는 어쩌면 우승보다도 더 값진 자신감을 수확했을지도 모른다. 그는 “72홀 동안 보기를 안 할 거란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대견하고 자랑스럽다”라며 “자주 만날 수밖에 없는 강한 상대와 붙어서 우승해서 더 자신감을 갖게 됐다”라고 뿌듯해 했다. LPGA 투어 13승째를 챙긴 박인비는 메이저(5승) 같은 큰 대회에서 더 강한 면모를 보여 왔다. 이번 HSBC 위민스 챔피언스 우승을 발판으로 올해도 ‘메이저퀸'의 기세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아직 전성기 때 퍼트감은 아니다. 하지만 다른 샷들이 좋아졌기 때문에 박인비가 올해도 한국의 에이스 역할을 해줄 수 있을 전망이다. 박인비는 올 시즌 4개 대회 출전해 톱10 3차례 들었다. 그린적중률 83.3%로 이 부문 1위에 올라 있고, 69.625타로 평균 타수 부문 2위를 달리고 있다.

박인비는 혼다 타일일랜드 대회부터 92홀 연속 노보기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주에는 12일부터 중국 하이커우에서 열리는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 미션힐스 월드레이디스 챔피언십에 출전한다. 지금의 샷감만 유지한다면 박인비의 노보기 기록이 계속해서 이어질 전망이다. 박인비는 지난해 이 대회 우승자이기도 하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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