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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비, 리디아-루이스 꺾고 별들의 전쟁 HSBC 승리

성호준 기자2015.03.08 오후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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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첫 승에 도전하는 박인비 [골프파일]

박인비가 세계랭킹 1-2-3위가 맞붙은 별들의 전쟁에서 승리했다. 리디아 고의 3연승도 저지했다.

8일 싱가포르 센토사 골프장 세라퐁코스에서 벌어진 LPGA 투어 HSBC 위민스 챔피언스에서다. 13언더파로 2타 차 선두로 경기를 시작한 박인비는 최종라운드 2타를 줄여 합계 15언더파다. 리디아 고는 13언더파로 2위, 루이스는 11언더파 3위였다.

리디아 고는 지난 1월 말 박인비를 끌어 내리고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만 18세가 안된 역사적인 랭킹 1위이긴 하지만 아직 검증 절차는 필요했다. 리디아 고는 개막전 최종라운드에서 한 때 4타 차 선두를 달리다 최나연에 역전패했다.

특히 1타 앞서고 있던 17번홀 페어웨이 벙커에서 섕크를 내면서 더블보기로 역전패한 것은 리디아 고 답지 않았다.

이후 리디아 고는 LPGA 호주 여자 오픈과 유럽여자 프로 골프 뉴질랜드 오픈에서 우승했지만 추격자들이 일찍 무너져 약간 싱거운 감이 있었다.

8일 끝난 HSBC는 완전 달랐다. 랭킹 1-3위가 붙는 빅이벤트이기 때문이다. 리디아 고로서는 3주 연속 우승인데다 프로복싱으로 치면 이전 챔피언의 재도전을 받아들여 벌이는 타이틀 방어전 격이었다.

리디아 고가 승리한다면 과거 안니카 소렌스탐이나 로레나 오초아 같은 투어를 완전히 지배하는 여제로 군림하게 된다.

그러나 박인비는 압도적인 승리로 리디아 쪽으로 기울여지던 여자 골프의 무게 중심을 바로잡았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해도 1위를 되찾지는 못했지만 박인비는 어린 1위에게 언니들의 힘을 확실히 보여줬다. 박인비는 “시즌 초반 부진은 워밍업으로 생각했다. 서두르지 않고 경기하면 다시 1위에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리디아 고는 4번과 5번홀에서 연속 버디로 박인비에게 펀치를 날렸다. 공동 선두였다. 선두로 출발한 박인비는 초반 주춤했다. 6번홀까지 한 타도 줄이지 못했다. 루이스와 리디아 고가 모두 버디를 잡은 파 5 4번홀에서 스코어를 줄이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그러나 박인비는 4개 라운드 연속 이어지던 노 보기 행진을 이어가면서 잘 버텼다. 리디아 고와 루이스의 도발에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는 박인비는 2013년 골프계에 센세이션을 일으키던 침묵의 자객 느낌이 다시 흘렀다.

박인비는 파 5인 7번 홀에서 두 번째 샷을 그린 근처까지 보내 첫 버디를 잡았다. 리디아 고도 이 홀에서 버디를 잡아 공동 선두를 유지했다. 이 홀에서 버디를 잡지 못한 스테이시 루이스는 경쟁구도에서 사라졌다.

7번홀까지 버디 3개를 하면서 혼자 달려나갈 것 같던 리디아 고는 파 3인 8번 홀에서 티샷을 그린에 올리지 못해 보기를 하면서 한 타 물러섰다.

이후 위기가 계속 찾아왔다.

9번 홀에서 버디 퍼트가 길어 내리막 1.5m 파 퍼트를 해야 했다. 넣었다.

10번 홀에서 티샷이 당겨지면서 왼쪽 벙커로 들어갔다. 두 번째 샷도 왼쪽으로 당겨져 그린을 넘어갔다. 쉽지 않은 거리였는데 피치샷을 홀 한 뼘 옆에 붙여 위기를 넘겼다.

11번홀에서도 리디아 고는 티샷을 하고 얼굴을 찡그렸다. 공은 또 왼쪽으로 갔고 두 번째 샷도 왼쪽으로 가면서 벙커에 빠졌다. 리디아 고의 가장 큰 장기는 벙커샷이다. 또 다시 파 세이브에 성공했다. 쇼트게임이 매우 정교하고 잘 흔들리지 않는 리디아 고다웠다.

박인비는 이 홀에서 버디를 잡아 15언더파, 2타 차로 도망갔다.

12번 홀에서 박인비의 드라이버가 흔들렸다. 오른쪽 벙커에 빠졌다. 리디아 고는 오랜만에 티샷이 잘 나갔다. 그러나 2온을 노린 두 번째 샷이 그린 오른쪽 벙커에 빠졌다. 박인비는 페어웨이로 빼놓고 그린에 올려 파를 했다.

리디아 고는 버디를 잡을 것 같았다. 그린 사이드 벙커는 리디아 고의 장기였기 때문이다. 임경빈 J골프 해설위원이 “리디아 고는 벙커를 우습게 안다”고 할 정도로 벙커에서 매우 잘 했다.

그러나 이 홀에서는 샷이 가야 할 거리의 절반 밖에 안 갔다. 10m나 짧았고 1m가 안되는 파 퍼트마저 넣지 못했다. 또 보기가 나오면서 3타 차로 벌어졌다.

리디아 고는 13번홀에서도 벙커에 빠졌다. 그린에 올리지 못했고 평소 쉽게 넣던 1.5m 정도의 파퍼트를 놓쳤다. 3타를 다 까먹고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박인비와는 4타 차가 됐다.

리디아 고는 15번 홀과 18번 홀에서 버디를 잡았지만 타수 차이는 너무 컸다.

유소연은 2타를 줄여 합계 10언더파 공동 4위다. 이일희는 이날 7타를 줄여, 김효주는 5타를 줄여 똑같이 8언더파 공동 8위다. 최나연은 3타를 줄여 7언더파 공동 11위, 김세영은 5타를 줄여 5언더파 16위, 최운정은 1언더파로 경기를 끝냈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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