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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 한국 돌풍의 조력자들, '신의 한 수'

김두용 기자2015.02.11 오전 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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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영은 바하마 클래식 최종 라운드 16번 홀에서 캐디의 결정적인 조언 덕분에 위기에서 탈출하며 첫 우승컵을 들어 올릴 수 있었다.



골프에서 캐디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경기 도중 선수에게 조언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캐디다. 훌륭한 캐디는 선수에게 기술적인 조언을 하는 한편으로 골프규칙도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선수들이 위기상황에서 흔들리지 않도록 코치 역할까지 해낸다.



지난 9일(한국시간)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퓨어실크 바하마 클래식 최종 라운드 16번 홀(파4). 김세영(22·미래에셋)의 두번째 샷은 그린 뒤편 덤불 속에 파묻혔다.

선두 경쟁을 하던 김세영은 이 위기에서 캐디 폴 푸스코(47·미국)에게 조언을 구했다. 푸스코는 “깃대를 보지 말고 하늘을 보고 빠르게 샷을 하라”고 말했다. 김세영은 캐디의 조언을 듣고도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 한 번도 시도해본 적이 없는 로브 샷(lob shot·공을 높이 띄워 런을 적게 만드는 샷)이었기 때문이다. 56도 웨지를 잡은 김세영은 캐디의 조언에 따라 클럽 페이스를 최대한 많이 연 뒤 빠르게 클럽을 휘둘렀다. 스윙과 동시에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캐디를 쳐다봤고, 푸스코 역시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핀 2m 옆에 공을 붙인 김세영은 푸스코와 하이파이브를 했다. 이 홀에서 파 세이브에 성공한 김세영은 연장전에 합류할 수 있었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푸스코는 최나연(28·SK텔레콤)·최경주(45·SK텔레콤)의 가방을 메기도 했던 23년차 베테랑 캐디다. 푸스코는 기술적인 조언과 함께 선수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으며 경험이 부족한 루키의 우승을 도왔다.

이에 앞서 최나연도 개막전인 코츠 골프 챔피언십에서 캐디의 도움을 받아 우승을 차지했다. 최나연은 최종 라운드 17번 홀(파4)에서 티샷을 왼쪽으로 당겨 쳤고, 공은 수북이 쌓인 나뭇잎 위에 떨어졌다. 이 때 최나연의 캐디 데이비드 존스(35·북아일랜드)는 나뭇잎과 나뭇가지 같은 자연 장애물은 옮겨도 된다고 조언했다.

룰을 정확히 숙지한 캐디 덕분에 최나연은 나뭇잎을 치우고 공을 드롭한 뒤 자신있게 스윙을 했고, 파 세이브를 했다. 최나연은 결국 리디아 고(18·뉴질랜드)를 제치고 역전 우승에 성공했다. 최나연은 “존스는 골프규칙 박사라 할 만하다. 룰에 대해 물어보면 모르는 게 없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최나연은 또 “존스는 선수 출신이라 내 마음을 잘 안다”며 우승 기념으로 캐디에게 신발을 선물했다.

개막전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신인 장하나(23·비씨카드)는 호주 출신 베테랑 캐디 딘 하든(50)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하든은 유소연(25·하나금융)의 백을 멨던 캐디로 지난해 에비앙 챔피언십부터 장하나와 찰떡궁합을 과시하고 있다. 26일부터 열리는 혼다 LPGA 타일랜드에서 데뷔전을 치르는 김효주(20·롯데)는 국내에서 함께 했던 12년차 베테랑 서정우(30)씨와 함께 미국 무대를 누빌 예정이다.

캐디는 정해진 주급 이외에 보통 선수가 받는 상금의 10% 내외를 보수로 받는다. 따라서 선수의 성적은 캐디의 수입과 직결된다. 임경빈 J골프 해설위원은 "예전에는 캐디의 역할이 제한적이었는데 요즘엔 실력과 이론을 겸비한 캐디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스스로 연구해서 전문성을 키워나가는 캐디들은 기술 심리적으로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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