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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그릇 욕심, 영락없는 아줌마-서희경 인터뷰 ②

이지연기자 기자2015.01.01 오전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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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희경은 살림에 관심이 많다. 투어 생활을 하면서도 서울 마포구 마포동에 마련한 신혼집의 도배지와 조명까지 직접 골랐을 만큼 제대로 된 보금자리를 꾸미고 싶어 했다.

깔끔한 스타일을 좋아하는 서희경의 신혼집은 집 전체가 밝은 화이트 톤의 공간으로 조성됐다. 화이트 벽지와 이에 맞는 조명 그리고 밝은 톤에 맞춘 가구들로 조화를 맞췄다.

살림살이에도 관심이 많아 짬이 나면 시장에 들려 물건을 구매한다. “원래 집을 꾸미는데 관심이 없었는데 제 집이라고 생각하니까 달라지더라고요. 그릇에 특히 관심이 많아서 시간이 날 때마다 그릇을 보러 다녀요. 남편은 집에서 잔치를 해도 그릇이 남겠다며 그만 사라고 하지만 예쁜 그릇을 보면 또 사고 싶은 생각이 들어요.”


살림 재미에 푹 빠진 서희경은 가족을 위해 직접 요리를 하고 식탁에 둘러앉아 함께 식사를 하는 시간을 즐긴다. 매운 것을 잘 먹지 못하는 남편을 위해 무국과 콩나물 국 같은 맑은 국을 준비하고, 고기와 야채 등으로 균형 잡힌 식단을 식탁에 올리는 일에도 열심이다.“아직 서툰 점이 많지만 살림을 하는 게 재미있어요. 골프처럼 못한다고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없어 더 좋은 것 같아요. 가족을 생각하면서 요리를 할 때 일상적인 삶을 사는 여자로서의 행복감을 느껴요.”

가장 행복한 순간은 아들 도현이를 품에 안고 있을 때다. 광복절에 태어난 도현이는 이제 엄마를 알아보고 옹알이를 한다. 출산 예정일보다 2주 정도 빨리 2.67kg으로 태어나 걱정을 하기도 했지만 벌써 8kg이 넘는다. “도현이는 그야말로 하늘이 제게 주신 선물이에요. 이렇게 사랑스럽고 귀여운 아들을 제게 주신 것에 감사하게 되요. 도현이를 보고 있으면 세상 모든 시름을 잊게 되는 것 같아요.”


결혼 전 ‘필드의 패션모델’로 불렸던 그는 이제 자신보다 아들 도현이가 우선인 ‘아들 바보’가 됐다. 결혼 전에는 자기 것을 사 모으는 게 우선이었지만 이제는 아들을 위한 물건에만 눈이 간다고 한다. “출산 뒤에는 아이에게 화장품이 묻을까봐 화장도 잘 안했어요. 원래 아기를 안 좋아했는데 저도 제가 이렇게 바뀔 줄은 몰랐어요. 이제는 길에서 도현이 또래의 아이만 봐도 눈길이 가요. 아이를 키우면서 저도 성장하는 기분이 들어요.”

서희경은 결혼 생활 14개월 동안 많이 달라져 있었다. 과거에 비해 더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냈고, ‘행복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다. 결혼 뒤 남편으로부터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스스로 계속 반문하게 됐고,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결혼을 하면서 삶의 모습이 아닌 가치관이 달라졌어요. 예전에는 제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몰랐는데 이제는 저와 제 주위 사람들의 행복이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런 면에서 결혼은 완전히 다른 인생을 살게 한 터닝 포인트가 된 것 같아요.”

골프에 대한 생각도 완전히 달라졌다. 서희경은 과거에 하루 라운드 성적이 좋지 않으면 다 때려치우고 싶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다. 등수에만 집착하면서 1등이 아니면 다 필요 없다는 생각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생각이 자신을 불행하게 만들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생각을 조금 달리 했더라면 더 즐거웠을 것 같다는 아쉬움과 함께 이제 성적은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외국 선수들은 결과보다 골프를 어떻게 즐겁게 하는지를 더 중시한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몇 개월 동안 보이지 않다가 나타나 ‘행복하지 않아서 머리를 식히고 왔다’는 이야기를 하는 선수들이 많았죠. 그 때는 이해가 안 됐는데 이제는 그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되요. 제게도 골프는 이제 삶의 전부가 아닌 행복한 삶을 위한 일부가 됐어요.”

이지연기자 eas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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