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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진 풍파 이겨내고 '꿈의 무대' 입성하는 곽민서

김두용 기자2014.10.22 오전 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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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간 2부 투어에서 버티며 꿈을 키웠던 곽민서는 멸종위기의 가시연꽃처럼 오랜 기다림 끝에 꽃을 피웠다. [시메트라 투어 홈페이지]

곽민서(24)는 6년의 도전 끝에 ‘꿈의 무대’ 미국프로여자골프(LPGA) 투어에 입성했다. 2부인 시메트라 투어에서 LPGA 투어 직행 티켓을 딴 한국 선수는 곽민서가 유일하다. 그는 상금랭킹 2위에 오르며 6년을 기다린 풀시드권을 획득했다.

곽민서는 올해 무려 5개의 상을 받았다. 시메트라투어 2개 대회 우승을 비롯해 상반기 올해의 선수, 포타와토미컵, 헤더 윌버 스피리트 상을 차지했다. 특히 ‘인내를 갖고 헌신적이고 용기 있는 모습으로 자신의 목표를 향해 도전하는 골퍼’에게 주는 헤더 윌버 스피리트 상을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수상했다. 선수들의 투표로 선정되는 상이라 더욱 값졌다. 휴식 차 잠시 한국을 찾은 곽민서는 “선수들이 주는 상을 받아서 더욱 기뻤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곽민서는 기량은 물론이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따뜻한 정을 베풀어 더욱 주목을 모았다. 시메트라 첫 우승 기념을 겸해 출전 선수 144명과 관계자를 포함한 200여 명에게 식사 대접을 한 것이다. 곽민서는 “그냥 한국처럼 밥 한 끼 대접한다는 뜻으로 했는데 선수들과 관계자들이 모두 놀라워했다”고 활짝 웃었다. 시메트라 투어 역사상 모든 출전선수를 상대로 통 크게 한 턱을 낸 건 처음이었다고 한다. 6년 동안 꿈을 포기하지 않는 집념과 동료를 사랑하면서 나눔의 정을 보여줬기 때문에 곽민서는 헤더 윌버 스피리트 상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곽민서는 사실 올해가 1부 투어 꿈을 향한 마지막 도전의 해였다. 고교 졸업 후 2009년 곧바로 미국으로 건너간 곽민서는 스폰서가 없는 상황에서 경비를 최대한 아껴 쓰며 척박한 환경에서 희망의 샷을 날려야 했다. 하지만 6년이라는 시간 동안 성과를 내지 못해 심신이 조금씩 지쳐갔다. 딸을 뒷바라지 하며 6년을 버틴 곽민서의 어머니는 “마음 속으로 '올해도 안 되면 다른 길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1부 투어 풀시드권을 목표로 곽민서는 시메트라 투어에 올인했다. 1부 조건부 시드가 있어 대기 순번으로 나갈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확실한 출전에 목을 매지 않고 2부 투어만 꾸준히 참가했다. 끊임없이 괴롭혔던 편도선염 증상도 수술로 치료해 모처럼 골프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 결국 곽민서는 올해 컷 탈락을 단 한 차례도 하지 않으며 안정적인 경기력을 펼쳤고, 꿈을 이뤄냈다.

168cm의 곽민서는 평균 드라이브 샷 거리가 245야드다. 드라이버가 가장 자신 있단다. 1부 투어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퍼트를 조금 보완해야 한다. 그는 “그 동안 9~12월이 가장 힘들었다. 1부 투어 Q스쿨의 압박은 정신적으로 엄청난 부담감이었다”고 말했다. 올해는 시메트라 투어 성적이 좋아 Q스쿨의 압박에서 자유로웠다. 이런 이유 때문에 곽민서는 목표는 분명했다. 그는 “80위 안에 들어 시드를 유지하는 게 1차적인 목표다. 그리고 상반기에 좋은 성적을 거둬 유럽과 아시안 스윙에 참가해 세계를 돌며 즐겁게 골프를 치고 싶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한 달간의 재충전을 마친 곽민서는 22일 다시 미국으로 향했다. ‘백년 만에 피는 꽃’으로 불리는 멸종위기의 가시연꽃처럼 곽민서는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다고 할 정도 6년간 음지에서 버티고 처절하게 싸웠다. 모진 풍파를 이겨내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가시연꽃의 꽃말처럼 ‘그대에게 행운을’ 빈다. 곽민서의 골프인생은 이제 다시 시작이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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