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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영전에 우승컵 바치겠다는 이미림

김두용 기자2014.10.15 오후 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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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림은 할머니 임종 소식을 듣고도 눈물을 머금고 15일 LPGA 하나외환 챔피언십 프로암에 참가해 코스 공략의 전략을 세우는데 집중했다. [하나외환 챔피언십 대회본부]

이미림(우리투자증권)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첫 해에 2승이나 거두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아시안스윙 첫 대회인 레인우드 LPGA 클래식에서 우승을 했고 이어 열린 사임다비 LPGA 말레이시아에서도 우승 경쟁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지난 13일 귀국한 이미림은 기뻤다. 자신을 보는 주위의 시선이 달라졌고, 후배들은 “언니 멋있어요”라며 부러운 눈빛을 보냈다.

하지만 14일 슬픔에 빠졌다. 친할머니의 임종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이미림은 “아버지가 저에게는 알리지 않으려고 했나 보다. 그렇지만 장례식장에서 보낸 단체 문자를 보고 사실을 알게 됐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처음에는 아버지에게 15일로 예정된 LPGA 하나·외환 챔피언십 프로암을 취소하고 전남 광주의 장례식장에 가겠다고 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너는 안 와도 된다. 골프만 열심히 잘 쳐라”라고 단호히 선을 그었다. 중요한 대회를 앞두고 있는 딸아이의 경기력에 지장을 주고 싶지 않았던 아버지의 마음이었다.

이미림은 눈물을 머금고 할머니를 위해 클럽을 더욱 부여 잡았다. 폐암 등의 합병증으로 기력이 없었음에도 숨을 거두기 전에 손녀의 우승 소식을 듣고선 “잘 했다. 정말 장하다”고 진심으로 기뻐하며 미소를 지었다는 할머니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렸다. “오랫동안 요양 생활을 했다. 골프 하고 나서 할머니를 자주 못 찾아봬서 미안한 마음이 가득하다”는 이미림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게다가 대회 일정 탓에 LPGA 하나·외환 챔피언십이 끝난 후에도 할머니를 보러 갈 수 없다. 이미림은 중국 하이난에서 열리는 블루 베이 LPGA 출전을 위해 19일 밤에 비행기를 타야 한다. 그래서 이미림은 시즌이 다 끝난 뒤 11월 말에야 할머니 산소에 갈 수 있게 됐다. 이미림은 “더 열심히 해서 할머니 영전에 우승컵을 바치고 싶다”며 입술을 깨물었다.

LPGA 하나·외환 챔피언십의 불운도 털어내야 한다. 이미림은 지난해 출전 명단에 들었지만 손목 부상으로 대회장까지 와서 1시간 전에 기권했다. 당시 LPGA 투어 Q스쿨을 보고 있는 상황이었고 내심 우승으로 직행 티켓까지 노리고 있었다. 그는 “지난해 감이 너무 좋아서 될 것 같은 느낌이 있었다. 그래서 더욱 아쉬웠던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이미림은 승부사 기질이 대단한 선수다. 지난 3월 JTBC 파운더스컵에서 역전 우승을 헌납하고 준우승에 머물렀을 때 분해서 잠도 이루지 못했던 그다. 남의 스윙과 퍼팅을 잘 보지 않고 오직 자신의 퍼포먼스에만 집중하는 스타일이기도 하다. 하나금융그룹 소속이었던 이미림은 2010년부터 3년간 이 대회에 출전한 바 있다. 하지만 모두 성적이 나빴다. LPGA 투어에서 당당히 2승을 챙긴 그는 한국 팬들 앞에서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보이고 싶다. 그리고 할머니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우승하고 싶다. 그는 “스카이72 코스는 길고 그린도 까다로워서 모든 것을 잘해야 한다. 올해도 감이 좋기 때문에 잘 해서 할머니에게 우승컵을 선물하고 싶다”고 의지를 다졌다.

영종도=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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