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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미정 "한때는 주말골퍼만 못하다는 생각에 힘들었다 "

이지연기자 기자2014.09.22 오후 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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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미정은 지난 2011년 최악의 부진을 겪었다. 컷 통과한 대회보다 탈락한 대회가 더 많았다. 그 때는 "아마추어보다도 못 친다는 자괴감이 컸다"고 했다.[사진 LPGA 홈페이지]

"한 때는 아마추어가 쳐도 이렇게는 안 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제가 한심했었어요."

요코하마 타이어 LPGA 클래식에서 5년 2개월 만에 통산 2승을 거둔 허미정(25)은 힘들었던 지난 시간을 웃으면서 회상했다. 2009년 세이프웨이 클래식 우승 뒤 스윙 교정을 하면서 최악의 바닥을 친 것이 2011년. 컷 통과보다 탈락이 많았던 시절 그는 "몇 번이나 경기를 포기하고 짐을 싸서 나오고 싶었다. 하지만 참았기에 오늘 우승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은 허미정과의 일문일답.

▲우승 소감은?
"너무 기다려왔던 우승이라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첫 우승은 정말 얼떨결에 한 것 같고 지금 생각해보면 큰 감흥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 특히 이번 대회에 한국 갤러리분들이 많이 응원해 주셨는데 참 고마웠다."

▲언제 우승을 예감했나?
"1,2번홀 버디로 잘 풀릴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9홀을 마친 뒤 리더보드를 보니 스테이시 루이스와 1타 차여서 살짝 긴장이 됐다. 다행히 11번홀의 긴 버디 퍼팅이 들어가고 13,14번홀에서 연속으로 홀에 붙여 버디를 잡으면서 안심이 됐다. 16번홀의 1m 버디를 넣고는 진짜 편안하게 나머지 2홀을 마무리했다."

▲지난 2개 대회에서 연속 톱 10을 하고 드디어 우승했는데.
"올 시즌 내내 샷이 안 되다가 포틀랜드 클래식부터 맞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지막 날 우승 조에 들어가 긴장하면서 역전패했다. 에비앙 때도 3,4라운드에 우승을 다투니까 압박감이 생겨서 마무리를 못했다. 그러나 아쉽기보다는 그 전에 워낙 못 쳤었기 때문에 나에게는 자신감을 갖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이번 주에는 정말 골프를 시작한 뒤 처음으로 편하게 경기를 했다. 이렇게 긴장 안 된 건 처음이었다."

▲5년 동안 슬럼프를 겪은 이유는?
"2009년 세이프웨이 클래식에서 우승했지만 사실 스윙이 좋지는 않았다. 1년에 2~3주 정도 진짜 감 좋을 때가 있는데 그 때 딱 우승했다. 그래서 그해 겨울에 스윙을 고치기 시작했다. 스윙은 한, 두해에 고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첫해인 2010년에는 2,3등도 하고 나쁘지 않았지만 2011년에는 정말 최악이었다. 원래 내 스윙도, 새로 배운 스윙도 다 없어져 머리가 복잡했다.경기를 하다가 몇 번을 포기할까 고민하기도 했다. 아마추어가 쳐도 이렇게는 안 칠 거라는 생각을 했다."

▲8월 중순까지 5만달러 정도를 버는 극심한 부진을 겪었는데.
"엄청난 투어 경비를 대기에 턱도 없이 모자라 힘들었다. 지난해를 끝으로 스폰서도 없어져서 더 슬펐다. 빈 모자를 쓰기 싫어 모자를 사서 썼지만 서브 스폰서도 없다. 스폰서는 경제적 지원을 떠나 자존심의 문제이기도 해서 정말 힘들었다."

▲스윙 교정은 끝났나?
"아직 3% 정도 부족한 것 같다. 매일 똑같이 친다고 하지만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예전 버릇이 나온다. 다운스윙 때 손이 아래쪽이 아니라 앞쪽으로 나가 엎어치는 버릇이 있는데 완전히 없애려면 좀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이번 대회에 아버지가 캐디로 나섰는데.
"2년 전에 아빠와 함께 이 대회에서 공동 3위를 했다. 이번에 특별히 부탁드렸고 오빠네 가족과 엄마까지 대회장에 찾아왔다. 투어 생활을 하면 늘 외로운데 이번 대회에는 가족과 함께여서 힘이 됐다. 우승도 해 더 뜻깊었다."

▲5년 동안 슬럼프를 겪고도 스윙 교정을 계속해왔데, 독한 편인가?
"아빠는 '넌 독기가 너무 없어 문제'라고 늘 말씀하신다. 그러나 독기는 없지만 끈기는 있는 편이다. 끈기 하나로 골프를 시작하게 됐고 여기까지 왔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다.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듣는데 체중은 거의 바뀌지 않았다. 얼굴 살만 많이 빠졌는데 그래서 늙어보인다는 이야기도 듣는다(웃음)."

▲LPGA 투어 평균 퍼트수 1위에 올라 있는데.
"기록으로는 (박)인비 언니보다 퍼트를 잘 한다는 이야기라 기분이 좋다. 대회를 앞두고 1m 퍼트 연습을 많이 하는데 아마추어들도 짧은 퍼트 연습이 중요한 것 같다."

▲남은 시즌의 목표는?
"첫 우승 때는 운이 좋았지만 이번 우승은 진짜 노력해 얻은 결과다.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 남은 대회에서 한, 두번 더 우승하면 좋겠다."
이지연기자 eas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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